[일요주간=이정미 기자]사용자가 제3자에 대해 가지는 채권을 근로자에게 임금 대신 양도하기로 하는 약정은 그 전부가 무효가 원칙이기 때문에, 근로자가 사용자의 채권을 양도받아 임금을 일부 충당했더라도 사용자에게 나머지 임금을 청구할 수 있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A(40)씨는 2009년 10월 M사를 퇴사하면서 임금과 퇴직금 등 총 6319만 원을 받지 못했다. 이후 부도가 난 M사는 A씨를 포함한 임금을 받지 못한 근로자 16명에게 임금 대신 자사가 갖고 있던 공사대금채권 2억9215만 원을 양도하는 계약을 맺었다.
이후 A씨 등은 임금채권 포기각서를 M사에 제출한 뒤 공사대금 일부를 추심해 나눠가졌으나 더 이상 추심이 불가능해지자 “양수한 공사대금채권이 현실적으로 추심될 가능성이 높지 않아 재산적 가치가 거의 없었다”며 소송을 냈다.
1, 2심 재판부는 A씨가 M사를 상대로 낸 임금 등 청구소송에서 “이 사건 채권양도계약 체결은 임금 및 퇴직금 채무에 갈음한 것으로 볼 수 있다”며 “M사의 원고에 대한 임금 및 퇴직금 채무는 소멸했다”고 원고 패소 판결했다.
하지만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 제1부(주심 김능환 대법관)는 A(40)씨가 “받지 못한 임금 5100만 원을 지급하라”며 M사를 상대로 낸 임금 등 청구소송 상고심(2011다101308)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원고 승소 취지로 사건을 부산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10일 밝혔다.
재판부는 “임금은 법령 또는 단체협약에 특별한 규정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통화(화폐)로 직접 근로자에게 그 전액을 지급해야 한다”며 “사용자가 근로자의 임금 지급에 갈음해 사용자가 제3자에 대해 가지는 채권을 근로자에게 양도하기로 하는 약정은 그 전부가 무효가 원칙”이라고 밝혔다.
재판부는 “원고가 채권양도합의에 따라 양도받은 채권의 일부를 추심해 미수령 임금 및 퇴직금 일부에 충당한 사실이 있다고 하여 달리 볼 것은 아니고, 그와 같이 충당된 부분의 임금 및 퇴직금은 변제로 소멸될 뿐”이라며 “그렇다면 원래의 미수령 임금 및 퇴직금 중 아직 변제받지 못한 부분을 피고 회사에 청구할 수 있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그러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사건 채권양도합의가 유효하다고 단정한 나머지 그 합의로써 원고의 피고 회사에 대한 임금 및 퇴직금 청구 채권이 소멸됐다고 판단한 원심의 판결은 임금 직접 지급의 원칙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어 사건을 다시 심리 판단케 하기 위해 원심 법원으로 돌려보낸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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