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강기(엘리베이터)가 갑자기 고장 나 작동을 멈춰 갇히는 사고가 심심찮게 발생하고 있는 가운데 구조를 기다리지 않고 무리하게 탈출을 시도하다 사고가 난 경우 손해배상을 받을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A씨는 2007년 1월 새벽 신문을 배달하기 위해 부산 부산진구 양정동의 한 아파트의 승강기를 타고 올라가던 중 승강기가 21층과 22층 사이에 멈췄다. A씨는 바로 인터폰을 통해 경비원에게 구조요청을 한 뒤, 갖고 있던 오토바이 열쇠로 강제로 문을 열고 탈출하려다 지하 4층 승강장 바닥으로 추락해 사망했다.
이에 A씨 유족들은 승강기 제조업체와 관리업체, 보험사 등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으나, 1심인 부산지법 제10민사부(재판장 조규현 부장판사)는 2008년 7월 원고 패소 판결했다.
항소심인 부산고법 제3민사부(재판장 한범수 부장판사)도 2009년 1월 항소를 기각하며 손해배상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망인이 신문배달 시간에 쫓겨 스스로 탈출을 시도했을 가능성은 있으나, 구조요청까지 하고도 구조를 기다리지 않고 무리하게 탈출을 시도한 것을 두고 불가피한 행동으로 볼 수는 없다는 판단에서다.
사건은 유족들이 상고(2009다8369)로 대법원으로 올라갔으나, 대법원 제3부(주심 박일환 대법관)는 고장 난 승강기에서 탈출하다 추락사한 A씨 유족들이 승강기 제조업체, 관리업체, 보험사 등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모두 패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1일 밝혔다. 재판부는 먼저 “이 사건 승강기에는 비상호출용 인터폰이 설치돼 있었고 작동상태 또한 양호했으며, 카 내부에서 쉽게 문을 열 수 없도록 하는 장치 등도 구비돼 있었고, 이용자가 카 내부에 갇혔을 경우에 지켜야 할 안전수칙도 적절히 부착돼 있는 등 승강기가 정지했을 경우에 대비한 조치가 적절히 강구돼 있었다”고 밝혔다.
이어 “실제로 망인은 인터폰으로 연락해 경비원, 전기기사와 통화하면서 그들로부터 ‘구조를 기다려 달라’는 말을 들었던 점에서, 40대 여성인 망인이 새벽에 카 내부에 혼자 갇혀 있던 상황을 고려하더라도, 어느 정도의 시간까지는 구조를 기다릴 것이 예상되거나 기대된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그럼에도 망인은 통화 직후부터 소지하고 있던 오토바이 열쇠를 이용해 문을 열려고 시도한 점, 망인이 구조지연 등에 따른 불안과 공포 등으로 탈출을 시도하기에 이른 것으로는 보이지 않아 망인의 탈출 시도를 불가피한 행동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또 “망인은 결국 강제로 문을 연 후 탈출을 시도하면서, 승강기 바닥과 승강장 문틀 상단 사이의 50cm도 채 안 되는 공간을 통해 약 1.6m 아래의 승강장 바닥으로 뛰어내리는 고도의 위험성을 수반하는 행위를 스스로 감행했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나아가 전기기사 등이 10분 정도 지난 시점에 승강기의 카 문을 열어 내부를 확인하게 됐으므로 망인이 그대로 승강기 내부에 있었더라면 쉽게 구조됐을 것으로 추인되는 점 등의 제반 사정을 고려할 때,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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