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위탁계약 형식보다 실질 중요"… 서울고법, 플랫폼 노동자 보호 판단 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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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울고등법원이 배달플랫폼 라이더를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인정하고 업무위탁계약 해지를 사실상 해고로 판단해 무효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계약 명칭보다 실제 노무 제공 방식과 회사의 지휘·감독 관계를 근로자성 판단의 핵심 기준으로 제시하며, 플랫폼 노동자도 실질적으로 종속적인 근로관계에 있다면 근로기준법의 보호를 받아야 한다고 판단했다.. 사진은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AI 생성 이미지이다. (사진=챗 GPT) |
서울고등법원이 배달플랫폼 라이더에 대해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성을 인정하고, 회사의 계약해지를 사실상 해고로 판단해 무효라고 판결했다. 법원은 업무위탁계약이라는 계약 형식보다 실제 노무제공 관계를 중시해야 한다며, 플랫폼 노동자의 근로자성 판단 기준을 제시했다.
서울고등법원 제38-1 민사부는 지난 3일 근로에 관한 소송 항소심에서 제1심 판결 중 원고(A 씨)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피고 회사(B사)의 2021년 12월 6일 자 해고가 무효임을 확인했다. 재판부는 피고 B사에 원고 A 씨에게 1974만 9931원과 지연손해금, 2022년 6월 28일부터 복직 시까지 월 293만 3158원의 임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A 씨는 2021년 5월부터 같은 해 12월까지 B사의 배달기사(라이더)로 근무했다. 양 측은 ‘배송대행 업무위탁 계약’을 체결했으며, A 씨는 B사가 운영하는 모바일 배달 플랫폼을 통해 배달업무를 수행했다. 그러나 회사는 2021년 12월 6일 업무위탁계약 해지를 통보하고 배달조끼와 오토바이 등의 반납을 요구했다.
A 씨는 계약 명칭과 달리 자신은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근로를 제공한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이며, 계약 해지는 실질적으로 해고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해고 과정에서 근로기준법상 서면통지 의무도 지켜지지 않았고 정당한 해고사유도 없었다며 해고 무효와 임금 지급을 청구했다.
◇ “배달서비스 핵심 인력”… 사업 구조와 실질적 종속성 주목
재판부는 피고 회사 사업의 실질이 상품 배달서비스 제공이며, 라이더는 그 핵심 업무를 수행하는 인력이라고 판단했다.
판결문에 따르면 라이더(A 씨)는 회사(B사)가 제공한 전용 애플리케이션을 통해서만 주문을 수락하고 배달을 수행할 수 있었으며, 이용자나 가맹점과 직접적인 법률관계를 형성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라이더가 독립사업자로 플랫폼을 선택적으로 활용한 것이 아니라 회사의 사업에 실질적으로 편입돼 있었다고 봤다.
또한 배달업무 수행 방식과 보수 산정 기준도 모두 회사가 정한 기준에 따라 운영됐다고 판단했다. 기본 배달료와 할증, 수수료, 페널티 등은 회사가 정한 기준에 의해 결정됐고, 라이더가 이를 변경하거나 조정할 권한은 없었다고 봤다.
◇ 관리자 실시간 관제·배차 통제… “상당한 지휘·감독 존재”
법원은 회사가 라이더의 업무 수행 과정에서 상당한 수준의 지휘·감독을 했다고 인정했다.
판결문에 따르면 회사 관리자는 GPS와 연동된 관리자 프로그램을 통해 라이더의 위치와 이동 경로, 배달 현황을 실시간으로 확인했다. 관리자는 비효율적인 배달 동선이 확인되면 직접 연락해 배차 취소를 권고하거나 실제로 배차를 취소하기도 했다.
팀별 단체 대화방에서는 ‘상단부터 순차 배차’, ‘무리한 배차 자제’, ‘출근 독려’, ‘복장 규정’ 등 업무지침이 반복적으로 공지됐다. 회사는 조끼 착용, 긴소매 착용, 문신 노출 금지, 반바지·슬리퍼 착용 금지 등을 안내하면서 규정 위반 시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고 공지했다.
관리자는 결근이 잦거나 지시를 준수하지 않는 라이더에 대해서는 묶음배달 상한을 낮추는 방식으로 제재를 가했고, 배차 취소 권한도 제한할 수 있었다.
◇ “근무시간도 사실상 관리”… 독립사업자 징표 부족
재판부는 계약서에는 라이더가 원하는 시간에 업무를 수행하는 것으로 규정돼 있었지만 실제 운영은 달랐다고 판단했다.
배송대행 업무위탁 계약서에는 수탁자가 원하는 시간에 파트타임으로 업무를 수행하고, 업무 수행 장소와 시간도 스스로 정할 수 있다고 규정돼 있다. 또한 계약서는 배달에 필요한 물품을 원칙적으로 수탁자가 스스로 조달하도록 하고, 플랫폼 사용 실비를 공제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반면 법원은 회사가 라이더 모집 단계에서 근무시간과 휴무일을 협의했고, 출근을 독려하거나 결근 시 경고와 면담, 묶음배달 제한 등의 조치를 시행했다고 인정했다. 또 성실한 근무자에게는 수수료 할인 등의 유인책도 제공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라이더가 앱을 통해서만 업무를 수행할 수 있었고 제3자에게 업무를 대신 맡길 수도 없었으며, 업무 수행에 필요한 앱과 상당수 장비 역시 회사의 관리 아래 있었다는 점도 근로자성을 뒷받침하는 요소로 봤다.
◇ “플랫폼 노동도 근로기준법 보호 대상”
재판부는 플랫폼 노동의 특성을 고려하더라도 근로자성을 부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원고가 정해진 소정근로시간 없이 앱에 접속하는 동안만 근로를 제공하고, 근무시간 외에는 겸업도 가능하는 등 전형적인 근로자와 차이가 있다는 점은 인정했다. 그러나 앱에 접속해 근무하는 동안에는 회사의 지휘·감독 아래 종속적인 관계에서 노무를 제공한 이상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봐야 한다고 판단했다.
또한 플랫폼 노동에 적합한 별도의 입법이 바람직하다고 전제하면서도, 입법이 마련되기 전까지는 근로자성이 인정되는 개별 사안에서는 근로기준법을 탄력적으로 해석해 근로관계를 규율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 “서면 해고통지 없어 절차상 위법”… 임금 지급 명령
법원은 회사가 계약 해지를 통보하면서 해고사유와 해고시기를 서면으로 통지했다는 증거가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근로기준법 제27조가 규정한 서면통지 의무를 위반한 이상 해고는 절차상 하자가 있어 무효라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원고는 해고 기간 동안 계속 근로했더라면 받을 수 있었던 임금 전부를 청구할 수 있다고 봤다.
임금은 원고의 실제 근무기간 전체 수입을 기준으로 월평균 수입을 산정했다. 법원은 원고의 월평균 수입을 419만 226원으로 산정한 뒤, 원고가 중간수입을 얻은 점을 반영해 70%를 인정했다.
결국 재판부는 피고 회사가 원고에게 해고일부터 소장 부본 송달일까지의 미지급 임금 1974만 9931원과 지연손해금을 지급하고, 2022년 6월 28일부터 복직 시까지 월 293만 3158원의 임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일요주간 / 임태경 기자 allonbeb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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