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반란’ 광역.기초단체 야권의 이례적 압승
젊은층 투표율 높인 혁혁한 수훈감 ‘트위터’
북풍은 쓰레기더미 ‘노풍’은 야권승리 견인차
現 정부실정에 ‘강력한 경고장’ 대수술 불가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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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선거사상 초유의 '1인8표제'로 치러진 6.2 선거에선 광역단체장 16명, 기초단체장 228명, 광역의원 761명, 기초의원 2,888명, 교육감 16명, 교육의원 82명 등 총 3,991명의 ‘풀뿌리 민주주의 일꾼’을 새로 선출하였다. 금번 6.2선거는 2008년 총선 이후 2년 만에 속개된 전국단위 선거로서 이명박 정부의 중간임기 평가, 2012년 총선 및 대선의 전초전 성격까지 가미된 한국 특유의 정치공학 복합체 산물이었다.
이변과 파란이 속출된 금번 6.2선거는 한국정치의 전통적 패러다임이 급속도로 붕괴되고 있음을 민심은 충격요법으로 역력하게 제시하였다는 점에서 정치권의 대각성 및 분발이 가일층 요망된다. 한국정치사의 새로운 혁명으로 간주될 금번 6.2선거의 상세 분석과 후폭풍의 시사점들을 입체 진단하여 본다. [일요주간= 소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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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두가 전율, ‘대이변 속출’
이번 6.2선거 판세 예상과 전망은 태반이 빗나갔다. 일기예보관들이 오보를 내 고개를 들지 못하는 것처럼, 정치분석가들과 여론조사기관들은 공신력 실추에 못지않게 온 몸에 충격과 전율을 섬뜩 감지했을 것이다. 한나라당의 참패와, 민주당을 위시 야권의 압승으로 함축되는 6.2 선거 성적표는 너무 이례적 결과이다.
천안함 사건, 세종시, 4대강, 무상급식 등 지역에 따라 이들 이슈가 지역선거의 당락에 결정타를 날린 것으로 평가된 가운데, 한나라당의 전통적 지지층인 중장년 대 젊은층을 기반으로 한 민주당을 비롯한 범야권 세력의 세대간 대결 양상으로 사실상 과거의 이념과 지역을 넘어선 혁신적 패러다임의 태동은 금번 6.2 선거의 새로운 관점 포인트로 간주된다.
단적으로 말해, 국민들은 정권 견제론에 무게감을 부여했다. ‘중앙권력, 의회권력, 지방권력’ 등 한국정치의 대동맥에서 모세혈관까지 장악한 여당의 동맥경화증에 민심은 대수술 집도를 강행하기 이른 것이라 할 수 있다.
한나라당은 전국 광역단체장 선거에서 겨우 6석을 건지는데 그치면서 그 수모의 대가를 톡톡히 치뤘다. 또한 한나라당은 수도권의 총 66개 시·군·구 중 16곳을 얻는 데 그쳤다. 불과 4년 전, 서울 25개 자치구, 경기 31곳 중 27곳, 인천 10곳 중 9곳 등 수도권에서 61곳을 싹쓸이 했던 것에 비하면 처절한 수모이다.
서울과 경기에서 박빙으로 수성한 가운데 한나라당은 강원과 경남 등 전통적인 텃밭조차 민주당 후보와 야권 단일 무소속후보에게 무릎을 꿇었다. 또 세종시 문제가 최대 현안인 충청권에서 한나라당이 현직이었던 대전·충남·충북 광역단체장 선거에서 자멸함으로써, 야권에 강탈당했다는 표현이 자조적일 정도로 엄청난 충격파가 엄습했다.
반면, 절망속의 민주당은 소생의 기운을 한껏 만끽하고 있다. 서울 25개 구청장 선거에선 민주당은 21곳을 쓸어 담았다. 민주당은 야권 연대의 시너지하에서 텃밭인 호남 3곳에다 수도권 빅3 중 한 곳인 인천에서 승리하고, 충남북과 경남, 강원에서 승리를 거두며 가슴 벅찬 부활의 발판을 마련했다는 평가다. 민주당은 충남북 지사를 석권하면서 충청권으로 영향력 확대를, 또 지방선거 사상 처음으로 강원도에도 입성을 해 명실상부한 전국 정당으로서의 기반을 마련했다.
◇ 쓰레기 잔해로 전락한 ‘북풍’
금번 6.2 선거에서 여야 간 각축전은 푸닥거리 '북풍(北風)’과 고요하게 숨죽인 ‘노풍(盧風)’으로 압축된다. 정치분석가들은 당초 여당의 승리가 예상됐던 지역이 대거 접전지로 돌변한 사유를 ‘역(逆) 북풍’에서 찾고 있다. 정부가 지난 5월 20일 천안함 사태에 대한 진상조사 결과 발표 이후 대북 심리전 재개 검토와 자위권 발동 등 초강경 대응으로 일관하며 전례 없는 전쟁발발 가능성을 드높인 것에 유권자들은 극도 불안감이라는 반작용이 강력 표출된 것이다.
기실 금번 6.2선거는 역대 어느 선거에서 찾아보기 어려울 만큼 집권여당에는 매우 비옥한 토양대에서 진행됐다. 특히 선거를 목전에 두고 발발한 '천안함 쓰나미'는 4대강 사업, 세종시, 무상급식 등 여당에 불리한 모든 쟁점을 소리 없이 빨아들이는 블랙홀 그 이상의 괴물로서 볼썽사납게 곳곳을 휘젓고 다녔다. 원인 규명이 속 시원하지 않은 천안함 사태! 여권은 이를 대호재로 민심을 마음껏 유린했다.
선거 전 모든 여론조사 결과는 '야당 참패'로 기정사실화 되면서 북풍이 여당을 수발하는 내조자 역할을 할 것이라는 데에 이론이 없었다. 그러나 뚜껑을 열어보니 결과는 정반대로 귀결되었다. 특히 안보의 중핵이자 여당의 텃밭인 강원도의 이변은 북풍이 쓰레기 잔해로 전락하였음을 여실히 드러냈다. 안보이슈의 최전선인 강원도는 북풍이 불거질 때마다 여당 후보에게 기계적으로 표가 쏠리는 현상을 보여 왔다는 점에서 이변 중의 이변이다.
강원지사 선거에선 민주당 이광재 후보가 선거전 막판 최대 돌풍을 일으키면서 한나라당 이계진 후보를 9%포인트 가까운 표차로 따돌렸다. 인천지역 역시 ‘천안함 북풍’의 메커니즘이 오작동을 일으켰다는 반증에 다름 아니다. 이 지역은 한나라당 이윤성 의원이 “천안함 사건이 인천에서 발생해 다행”이라 망언을 했을 정도로 ‘천안함 북풍’의 강한 영향권 안에 든 것으로 분석됐다. 하지만 민주당 송영길 후보가 한나라당 안상수 후보에 치명타를 안겨주었다.
이번 6.2선거에서 여당 압승의 견인차로서 부각시켰던 절대병기인 ‘천안함 북풍 시나리오’가 부메랑 ‘역풍’으로 회귀한 셈이 되었다. 그 어느 시점보다 전쟁위기가 현실화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맹렬히 확산되면서 북한과 인접한 이 지역 유권자들이 ‘대결’보다 ‘평화’에 매달리는 쪽으로 급유턴한 것이다. 특히 전쟁이 일어날 수도 있다는 위기감이 과도하게 조성되며 주가 폭락과 환율 급등 현상이 초단기간에 촉발된 것에 30-40대 직장인들의 표심이 여권으로부터 급격히 떨어져나가는 계기를 만들었다는 분석이다.
◇ 노풍, 야권단일화가 승리의 원인
친노의 적자라 할 수 있는 경남지사의 경우 김두관, 충남지사 안희정 후보, 강원도의 이광제 후보의 당선은 이른바 친노 벨트의 복원이자 부활을 의미한다. 유권자들은 생자(生者) 이명박'이 아닌 사자(死者) ‘故김대중 노무현' 연합군에게 보은했다. 김대중 노무현의 유훈을 받든 '범야권 연합의 조직된 힘'은 다름 아닌 고요한 침묵의 노풍이었다.
노풍의 진원지는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고향인 경상남도 김해이다. 경남지역에서 진보세력이 기초의회 과반수를 확보한 경우는 역대 지방선거 이래 김해가 초유이다. 야권단일후보로 출마한 시장과 도의원 후보전원, 비례대표 2명을 포함한 시의원 11명의 야권 후보가 당선 되면서 ‘노풍’의 풍력을 실감케 했다.
이렇듯, 6.2 지방선거에서 야권후보단일화는 승기의 주원동력이 되었을 뿐만 아니라 선전과 분투에도 상당한 중량감을 부여했다. 야당과 시민사회진영은 야권후보단일화를 금번 승리의 효자 아이템으로서 꼽는데 주저하지 않는다. 지방선거 초유로 민주당과 민노당, 창조한국당, 진보신당, 국민참여당 등 야5당이 후보를 단일화해 연합전선을 형성함으로써 시너지 효과 극대화 전략이 백발백중한 것은 이들 스스로도 경천동지였을 것이다.
야권은 사실상 전 지역에서 후보 단일화를 했다. 특히 부산 경남 지방선거는 야권단일후보의 독무대였다. 그 대결실의 백미는 무소속 김두관 경남도지사 당선자와 민주당 김맹곤 김해시장 당선자이다. 김정길 부산시장 후보가 비록 분패하긴 했지만 한나라당의 전통적 텃밭인 이곳에서 야권 시장후보가 무려 44.5%를 득표한 것은 기적에 가까운 일이다.
부산지역 기초의원 선거에서 야권단일후보는 총 37명에 35명이 당선하고 2명은 근소한 표 차이로 낙선했다. 경남에서는 기초의원 38명 중 22명이 당선했다. 19대 총선은 물론 차기 대통령 선거에서도 야권이 대동단결하면 승리를 쟁취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힘껏 고취시킨 것은 혹서기 사막에 오아시스 같은 수호천사 그 이상의 존재로 다가왔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한국 정치사상 초유의 야당 선거 연합이 한나라당과 1대 1구도를 만들어내면서 메가톤급 위력이 생생히 입증된 만큼 야권 연대 움직임은 가속화 될 것이다.
◇ 우리는 연인 ‘투표율과 트위터’
한국 선거에서 투표율이 높다는 사실은 그만큼 젊은 층이 투표장에 갔다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 장년층 투표율은 기복이 적어 투표율 향상에 핵심변수가 아니다. 젊은 층이 대거 투표장에 몰린 사실은 이번 선거의 이변을 속 시원하게 규명하여 준다.
부동층과 20·30대가 투표에 전향적 참여는 야권 압승의 핵심 단초이다. 최근 선거에서 가장 54.5%라는 높은 투표율을 기록한 금번 제5회 전국동시 지방선거는 전체 유권자 3885만1159명 가운데 2105만2163명이 투표에 참여했다. 이는 제1회 지방 선거가 치러진 1995년 이래 두 번째로 높은 수치로서 지난 2006년 지방선거 51.6%, 2008년 18대 국회의원 선거는 46.1%를 기록한 것과 비교해도 매우 높은 수치이다.
여론조사 전문가들이 투표율보다 50대 이상과 30대 이하의 세대별 투표율 격차가 여야 승패의 관건이 될 것이라고 예상하였는바, 이번 선거에서 여실히 입증되었다. 역북풍과 견제론이 화학반응을 일으키면서 이른바 ‘숨은 표’로 불리는 야권 성향의 젊은 층이 대거 투표에 참여 이변과 파란을 속출시켰다. 일명 ‘한나라당 프리미엄’으로 불리는 50대 층보다는 야권 지지층이 상대적으로 두터운 30대 전후 층들이 똘똘 뭉친 것이다. 덧붙이자면, 모든 여론조사에서 한나라당 후보가 큰 격차로 앞서는 결과가 잇따라 보도되면서 보수층 유권자들의 이완 현상이 나타난 것 아니냐는 해석 또한 음미할 일이다.
젊은 유권자들을 투표장으로 견인하도록 수훈을 세운 핵심 동력원은 140자 이내의 짧은 글로 메시지를 주고받는 인터넷 미니블로그 ‘트위터(twitter)’이다. 미시적 이슈 하나에도 민감하게 요동치는 선거판도 속에서 트위터는 무시할 수 없는 존재였다. 선거 패배의 우려들이 순식간에 확산되면서 진보 성향이 강한 젊은이들이 서로 투표를 독려했다. 그 결과 진보 진영 후보들은 승승장구 대기적을 일궈냈다.
◇ 新40대 기수론, 세대교체 예고편
지역주의 퇴조와 함께 이번 6.2선거에서 두드러진 또 하나의 새로운 추세라면, 세대교체에 따른 역동적 인물들의 태동 가능성을 엿볼 수 있다는 점이다. 인천의 송영길 당선자와 서울의 오세훈 당선자 모두 40대로 공히 민주당과 한나라당을 대표하는 차세대 주자라는 점에서, 당과 차기 대선주자군에서도 세대교체의 신풍(新風) 바람이 강하게 불 것으로 예견된다.
이런 흐름은 민주당에서 괄목하다. 지난 70년대 ‘40대 기수론’ 이후 40년간 전면적 세대교체가 지리멸멸 하면서 민주당 지지율이 늘 답보상태에 머물렀던 안개 정국을 주도할 대안부재론에 극심하게 시달렸기 때문이다. 인천시장 송영길 당선자(47), 충남지사 안희정(45) 당선자, 강원지사 이광재(45) 당선자 모두 40대로서 한국정치의 신시대 개척자로서 스포트라이트를 받게 될 것이다.
송영길 당선자는 전국에서 광역시·도지사 중 가장 먼저 민주진보세력의 단일후보로 선출되었으며, 민주화와 남북화해협력, 개혁성이라는 측면에서 경쟁력이 상당하다는 평가이다. 충청권 선거에서 지역을 대표하는 차세대 정치인이 출현한 점도 주목할 만하다. 안희정 민주당 후보는 박상돈 선진당 후보에 신승하면서 충청권을 대표하는 차세대 지도자의 이미지를 신선하게 각인했다. 충청권 맹주는 김종필 전 자민련 총재와 이회창 자유선진당 대표였는데, 안희정 당선자가 그 사이를 깊숙이 파고들었다.
단적으로 말해, 새로운 정치와 변화를 갈망하는 유권자들의 정서가 그만큼 광범위하다는 반증으로서 자기지역을 대표할 만한 정치인을 키워보자는 속내가 깊게 녹아들 것으로 풀이된다. 앞으로 가야할 길이 많고 멀긴 하지만 이들이 유력한 한나라당 대선후보인 박근혜와 재선에 성공한 오세훈-김문수의 '대항마'로서도 손색이 없어 치열한 각축전에 흥미 이상의 관심이 쏠리게 하고 있다.
덧붙여 이번 지방선거 결과에서 감동을 연신 자아내는 것은 지역주의 현상의 신속한 퇴조다. 지역주의에 무소불위 군림하며 무사안일 태도를 견지해온 정당에 대한 염증과, 지역발전을 이뤄낼 수 있 인물을 갈구하는 유권자들의 성숙한 선진의식이 동반되면서 깃발만 꽂으면 당선된다는 이른바 ‘텃밭론’이 괄목하게 희석된 것은 무척 주목할 만하다.
여야가 서로 상대방 전통 지지기반에서 승리하거나 의미 있는 득표율을 기록한 것은 참으로 경이롭게 다가온다. 특히 민주당의 전통적 지지기반인 호남에서 변화의 조짐이 역력하다. 한나라당 신분으로 전남북 도지사와 광주시장에 출마한 한나라당 3총사 김대식 前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사무처장, 정운천 前 농림수산부 장관, 정용화 前 대통령연설기록비서관이 첫 전국단위 선거에서 두 자릿수 지지율 성원을 이룬 것은 추후 지역주의 대균열에 청신호로 넉넉히 간주된다.
◇ 모두에 희망을 주는 ‘선진 정치’
근래 지방선거 사상 최고 투표율은 우리의 시민사회가 현 정권에 불신임과 비토권을 강력 행사한 것에 다름 아니다. 우리 한국사회는 정치적 의사표현에 한층 몸을 사리면서 위축의 도가 더해가고 있다. 시민사회가 활성화되면 투표 이외에도 정치적 표현과 행위에 구애를 받지 않지만 현 정권은 이를 절대 용납지 않겠다며 마치 선전포고 자세와 태도를 취하고 있다. 이에 시민사회는 제도적으로 용인되는 정치적 의사 표현의 유일한 매체인 투표에 올인을 강행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유권자들은 이명박 정부의 독선과 오만에 대한 분노와 경고의 무력시위를 엄중하게 표출했다. 민주주의 역주행과 인권 후퇴, 민생경제 붕괴, 남북관계 파탄 등 '절대 위기'의 경고에 귀담아 듣기는커녕 4대강 사업과 세종시 수정안을 밀어붙이는 이명박식 불도저 국정운영에 진절머리가 난 상태이다. 2010 이후의 한국정치사의 명운을 가를 만큼 대혁명이었던 6.2 지방선거에서 야권이 승리하면서 이후 정치 지형은 비록 자의가 아닐지언정 대수술이 불가피 할 것이다. oilga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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