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BA 특별기획 ③] 대학은 어떻게 도시의 경계를 넘는가

서영현 기자 / 기사승인 : 2026-10-08 12:1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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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대·홍콩과기대·마카오대·마카오과기대에서 추적한 ‘제도경계를 넘는 기술협력’
▲ 중국 웨강아오대만구(GBA)에서 대학의 역할이 기존 캠퍼스를 넘어 인접 도시의 연구기관과 기업, 의료·산업 현장으로 확장되고 있다. 홍콩대와 홍콩과기대는 선전·광저우와의 임상 및 기술사업화 협력을 추진하고 있으며, 마카오대와 마카오과기대는 헝친을 거점으로 본토 산업계와의 연계를 강화하고 있다. 서로 다른 제도 아래 이뤄지는 협력이 지속적인 연구와 기술이전, 후속 프로젝트로 이어지는지가 GBA 혁신 생태계의 실질적인 통합 수준을 가늠할 기준으로 떠오르고 있다.(사진=챗GPT)

 

 

홍콩과 선전 사이에는 선전하가 흐른다. 강을 사이에 두고 한쪽은 홍콩 특별행정구, 다른 한쪽은 중국 본토 선전이다. 거리는 가깝지만 법과 행정, 의료·연구 규칙은 같지 않다. 그런데 바로 이 경계에서 홍콩의 대학과 선전의 임상·산업 기반을 연결하려는 실험이 진행되고 있다.


허타오 선전–홍콩 과학기술혁신협력구의 홍콩단지에는 웨강아오대만구 국제임상시험연구원(GBAICTI)이, 선전단지에는 이에 대응하는 국제임상시험센터가 들어섰다. 홍콩 정부는 이를 ‘1구 2단지, 1원 1센터’ 구조로 설명한다. 2026년 홍콩의 5개년 계획은 2030년 이전 GBA 임상시험 윤리심사의 상호인정·간소화 또는 단일심사를 지향한다고 명시했다. 서로 다른 제도를 없애는 것이 아니라, 차이를 유지한 채 연구가 이동할 수 있는 통로를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여기서 더 중요한 질문이 생긴다. 왜 홍콩의 대학은 연구를 홍콩 안에서 끝내지 않고 선전과 연결하려 하는가. 왜 마카오의 대학은 헝친에 연구거점을 만들고 있는가. 그리고 이런 연결은 협약과 기관 설립을 넘어 실제 연구·기술·인재의 이동과 후속 프로젝트로 이어지고 있는가.


● 대학의 순위보다 ‘대학 밖의 관계’를 따라가다
GBA는 광둥성 9개 도시와 홍콩·마카오를 포함하는 광역 경제권이다. 그러나 정책적으로 하나의 경제권으로 지정됐다는 사실과 실제 하나의 지역처럼 작동한다는 것은 다른 문제다. 홍콩과 마카오는 중국에 속하면서도 본토와 법률·행정·시장제도에서 차이가 있고, 광저우·선전·주하이 역시 산업구조와 혁신 생태계가 동일하지 않다.


이 지역을 이해하려면 ‘어느 도시가 무엇에 강한가’라는 기능표만으로는 부족하다. 더 중요한 것은 서로 다른 제도공간의 대학·연구기관·기업·병원이 왜 연결되고, 그 관계를 통해 사람·지식·기술이 실제로 이동하며, 최초의 협력이 반복되는가를 확인하는 일이다. 이 관점에서 대학은 단순한 교육기관이 아니다. 지식을 생산하고 인재를 배출하는 동시에 기술이전, 창업, 임상, 기업 협력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 GBA에서 대학이 ‘초지역적 중개자’로 기능하고 있는지를 보려면 캠퍼스의 규모보다 대학 밖에서 만들어지는 관계를 추적해야 한다.


● 홍콩대–선전: 기술보다 먼저 규칙을 연결한다
홍콩대(HKU)가 참여하는 허타오의 임상시험 협력은 이 문제를 가장 선명하게 보여준다. GBAICTI는 홍콩 정부가 설립한 기관이며 홍콩대 의대가 운영에 참여한다. 선전 측 국제임상시험센터와 ‘1원 1센터’ 방식으로 연계해 GBA의 다기관·초국경 임상시험을 조정하는 구조다. 2025년 말에는 실제세계연구 및 응용센터와 GBA 임상시험 협력플랫폼이 출범했다. 홍콩 정부에 따르면 ‘홍콩·마카오 의약품·의료기기 통(港澳藥械通)’을 통해 축적되는 실제세계데이터를 활용해 홍콩·중국 본토·해외의 의약품·의료기기 등록을 지원하는 것이 목표다. 협력플랫폼은 연구기관과 연구자를 연결하고 의학·통계·규제·윤리심사 자문까지 제공하도록 설계됐다.


2026년에는 한 단계 더 나아갔다. 홍콩 정부는 허타오의 ‘1원 1센터’를 중심으로 홍콩과 선전의 임상시험 자원을 연결하고, 2030년 이전 GBA 임상시험 윤리심사 기준의 상호인정·간소화 또는 단일심사를 추진하겠다는 방향을 제시했다. 초국경 연구의 병목이 연구실의 기술만이 아니라 윤리심사, 데이터, 규제와 절차에 있다는 점을 정책이 인정한 셈이다. 실제 프로젝트도 나타났다. 홍콩 정부는 홍콩대 AIDS Institute와 ImmunoCure가 공동개발한 치료용 HIV 백신 ICVAX의 다기관 2상 임상시험을 GBA 임상시험 협력플랫폼의 첫 주요 초국경 프로젝트로 소개했다. 여기서 봐야 할 것은 ‘홍콩이 연구하고 선전이 임상한다’는 단순한 역할분담이 아니다. 서로 다른 제도 아래 있는 연구자·병원·기업이 하나의 임상 프로젝트를 수행하기 위해 어떤 규칙과 자원을 연결하는가가 핵심이다.


● 홍콩과기대–선전·광저우: 연구성과는 왜 캠퍼스 밖으로 나가는가
홍콩과기대(HKUST)의 이동은 임상보다 기술이전과 창업·산업 연결에서 두드러진다. HKUST는 2016년 선전 난산에 첫 Blue Bay 거점을 만들었고, 2020년 허타오에 두 번째 거점을 마련했다. 2026년 7월에는 첸하이에 Blue Bay Qianhai Innovation Center를 열었다. 대학 공식자료는 세 거점이 연구성과 전환, 창업 인큐베이팅, 산업 연계와 선전–홍콩 초국경 혁신협력을 지원하는 통합 플랫폼을 구성한다고 설명한다.


여기에 HKUST(GZ)가 더해진다. 하나의 대학 네트워크가 홍콩의 연구기반, 광저우의 캠퍼스, 선전의 창업·산업 플랫폼을 동시에 갖게 된 것이다. 이는 ‘대학이 어디에 있는가’보다 ‘대학의 연구와 인재가 어디까지 활동하는가’를 묻게 한다. 그러나 거점이 세 곳이라는 사실만으로 협력의 성공을 말할 수는 없다. 어떤 연구팀이 선전으로 이동했는지, 어떤 기업이 대학 기술을 받아들였는지, 기술이전과 창업이 후속투자와 매출로 이어졌는지까지 확인해야 한다. 시설과 협약은 연결의 조건일 뿐 연결의 결과가 아니다.


● 마카오대–헝친: 연구기관이 제도경계의 중개자가 될 수 있는가
GBA 서쪽에서는 마카오와 헝친이 또 다른 형태의 경계 실험을 하고 있다. 마카오대학교(UM)는 2019년 헝친에 주하이마카오대학교 과학기술연구원(ZUMRI)을 설립했다. 대학 연구성과와 인재를 본토의 산업환경에 연결하기 위한 산학연 거점이다. UM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ZUMRI는 2022년 말까지 정부지원 연구과제 130건 이상, 기업 위탁연구 80건 이상을 수행했고 관련 계약 누적액은 1억3000만 위안을 넘었다. 연구성과를 활용해 6개의 혁신기술기업도 육성했다고 밝혔다. 이는 최소한 연구원이 단순한 연락사무소를 넘어 연구과제와 기업 협력의 집행공간으로 기능했음을 보여준다.


구체적인 연결도 확인된다. 2023년 ZUMRI와 주하이의 Amicro Semiconductor는 집적회로와 로봇 기술의 연구·응용을 위한 공동연구실을 설립했다. 마카오대는 이 연구실의 목적 가운데 하나를 연구성과의 산업 적용과 헝친–마카오 산학협력의 강화로 설명했다. 다만 여기에서도 계약금액과 공동연구실 설립을 최종 성과로 볼 수는 없다. 후속 공동개발이 지속됐는지, 연구성과가 실제 제품에 적용됐는지, 기업의 기술경쟁력과 매출에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는 별도로 검증해야 한다. ‘연결됐다’와 ‘성과가 났다’ 사이에는 여전히 거리가 있다.


● 마카오과기대–헝친: 같은 경계를 넘는 또 하나의 대학
마카오과기대(MUST) 역시 헝친에 산학연 기반을 확장하고 있다. MUST의 헝친 과학기술혁신연구원은 현재 2개의 국가급 중점실험실 분부와 20개가 넘는 연구플랫폼을 두고 바이오의약, 현대 중의약, 신소재, AI, 우주연구 등에서 산업응용과 연구성과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MUST는 산학연 활동의 목표를 연구성과 전환, 공동 R&D, 산업 연계로 명시하고 있으며, 헝친 거점을 GBA의 산업수요와 마카오의 연구역량을 연결하는 전초기지로 설명한다. 마카오의 서로 다른 대학이 모두 헝친에 연구·사업화 거점을 확장하고 있다는 점은 헝친을 단순한 배후부지로 보기 어렵게 만든다. 그렇다고 헝친이 이미 완성된 ‘마카오 기술사업화 기지’라고 단정할 수도 없다. 대학의 연구성과가 본토 기업과 어떤 계약으로 연결되는지, 특허·라이선스·공동개발·창업 중 어떤 방식이 실제로 작동하는지, 그리고 프로젝트가 반복되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 허타오와 헝친, 두 ‘제도적 접경공간’
네 대학의 사례를 함께 놓으면 대학보다 더 큰 구조가 보인다. 선전–홍콩 사이에는 허타오가 있고, 마카오–광둥 사이에는 헝친이 있다. 두 공간 모두 특별행정구와 중국 본토가 맞닿아 있으면서 서로 다른 제도를 연결하도록 설계된 접경공간이다. 이 지점에서 GBA의 지역협력을 단순한 지리적 인접성으로 설명하기 어려워진다. 가까워서 협력하는 것이 아니라, 가까워도 제도가 다르기 때문에 이를 조정하는 기관과 플랫폼이 필요하다. 동시에 서로 다른 연구·산업·시장 기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협력할 유인도 생긴다. 따라서 제도의 차이는 협력을 막는 장벽이면서 동시에 연결을 필요하게 만드는 조건일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차이가 존재하느냐가 아니라 그 차이를 누가, 어떤 방식으로 조정하고 있는가다.


● ‘도시별 기능분업’이라는 쉬운 설명을 경계해야 하는 이유
GBA를 설명할 때 흔히 광저우는 연구·의료, 선전은 기술·제조, 홍콩은 금융·국제화, 마카오는 관광·중의약이라는 식의 기능분업이 제시된다. 이해하기 쉬운 설명이지만 실제 협력관계를 설명하기에는 부족하다. 대학과 기업의 움직임을 보면 기능은 한 도시에 고정돼 있지 않다. 홍콩대는 임상을 통해 선전과 연결되고, HKUST는 선전에서 기술이전·창업 플랫폼을 운영하면서 광저우에도 연구캠퍼스를 두고 있다. 마카오대와 마카오과기대는 헝친에서 직접 연구·산업화 기능을 확장한다. 따라서 ‘어느 도시가 무엇을 담당한다’고 먼저 정하기보다 개별 프로젝트에서 어떤 행위자가 왜 다른 지역의 행위자를 필요로 했는지를 추적하는 편이 더 정확하다. 기능분업은 연구의 결론이 될 수는 있어도 출발점이 되어서는 안 된다.


● 첫 번째 협약보다 ‘두 번째 프로젝트’를 봐야 한다
GBA에는 대학 간 협약, 공동연구센터, 혁신플랫폼이 빠르게 늘고 있다. 그러나 기관이 만들어졌다는 사실만으로 실질적인 지역관계가 형성됐다고 판단하기는 어렵다. 관계의 강도를 보려면 네 단계를 구분할 필요가 있다. 첫째, 누가 어떤 필요로 관계를 시작했는가. 둘째, 법·행정·연구환경의 차이를 어떤 기관이 조정했는가. 셋째, 연구자·학생·지식·기술이 실제로 이동했는가. 넷째, 최초의 협력이 후속 연구·기술이전·기업 참여·제품 적용으로 이어졌는가. 이 기준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두 번째 프로젝트’다. 첫 번째 MOU는 정책과 기관의 의지로 만들 수 있다. 그러나 두 번째 공동연구와 두 번째 투자, 두 번째 기술이전은 첫 협력에서 실제 가치가 확인돼야 가능하다. 지역협력의 강도는 협약의 숫자가 아니라 관계가 다음 단계로 넘어갔는지에서 확인해야 한다.


● 성공사례만으로는 GBA를 설명할 수 없다
이 관점은 동시에 GBA를 과도하게 낙관적으로 해석하는 것을 경계하게 한다. 정부와 대학이 공개하는 자료는 대체로 협력의 출범과 성과를 중심으로 작성된다. 반면 중단된 공동연구, 후속투자를 받지 못한 기술, 실제 사업화로 이어지지 않은 협약은 공개자료에서 찾기 어렵다. 후속 활동이 보이지 않는다고 곧바로 실패라고 판단해서도 안 된다. 프로젝트가 실제 중단된 것인지, 단지 공개자료가 부족한 것인지 구분해야 한다. 반대로 후속 자료가 없는데도 기관 설립이나 MOU만으로 성공을 선언하는 것도 위험하다. 따라서 GBA 대학협력을 평가하려면 정부·대학 자료와 함께 기업의 참여, 공동연구 결과, 특허·기술이전, 임상 진행, 후속과제 같은 서로 다른 종류의 근거를 교차 확인해야 한다. 계획과 실행, 협약과 집행, 기술시연과 사업화를 구분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 대학은 건물을 옮기지 않아도 지역의 경계를 바꾼다
홍콩대가 선전의 임상자원과 연결되고, 홍콩과기대의 연구와 인재가 선전·광저우의 산업환경으로 확장된다. 마카오대와 마카오과기대 역시 헝친에 연구거점을 두고 본토 기업과 산업의 접점을 넓히고 있다. 이 움직임만으로 GBA가 이미 하나의 통합된 혁신지역이 됐다고 말할 수는 없다. 정책은 협력공간을 만들 수 있지만 관계의 지속까지 보장하지는 못한다. 그러나 한 가지는 분명하다. 지역을 판단하는 기준을 행정경계에서 행위자의 관계로 옮기면 GBA는 다른 모습으로 보인다. 대학의 연구자와 학생이 움직이고, 기술과 데이터가 이동하며, 기업과 병원이 새로운 프로젝트에 다시 참여하는 순간 행정적으로 분리된 도시 사이에는 실제 관계가 생긴다.


지역은 경계가 없어질 때만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서로 다른 제도를 유지한 채 경계를 넘는 관계가 반복될 때도 만들어질 수 있다. 그래서 GBA가 하나의 혁신지역이 되어가고 있는지를 판단하려면 세계적인 대학이 몇 곳 있는지보다 다른 질문을 해야 한다. 누가 관계를 시작했는가. 누가 제도의 차이를 조정했는가. 사람과 지식, 기술은 실제로 이동했는가. 그리고 첫 번째 협력은 두 번째 협력으로 이어졌는가. GBA의 다음 단계는 더 많은 협약을 만드는 데 있지 않을 수 있다. 이미 만들어진 연결이 반복되고, 그 반복이 새로운 연구와 기업, 임상과 산업으로 이어지는지에 달려 있다. 도시의 경계보다 관계의 지속을 먼저 봐야 하는 이유다.

 


※ 취재·자료 확인
· 홍콩특별행정구 정부: GBA 국제임상시험연구원, GBA 임상시험 협력플랫폼, 2026–2030 5개년 계획 및 보건의료 정책자료.
· 홍콩과기대학교: Blue Bay Qianhai Innovation Center 및 선전 혁신·창업 거점 관련 공식자료.
· 마카오대학교: ZUMRI 연구성과 및 ZUMRI–Amicro 공동연구실 관련 공식자료.
· 마카오과기대학교: 헝친 과학기술혁신연구원 및 산학연·연구성과 전환 관련 공식자료.

 

 

일요주간 / 서영현 국제경제부 기자 93olivi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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