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안화력 사망사고 하청노동자, 운송계약서도 없이 현장 투입

강현정 기자 / 기사승인 : 2020-09-16 13:07:57
  • -
  • +
  • 인쇄
노동계,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 촉구…하도급 금지에도 운송 맡겨

 


 

[일요주간 = 강현정 기자] 지난 2018년 비정규직 노동자 고 김용균 씨가 목숨을 잃은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최근 또 다른 노동자가 숨지는 안타까운 사고가 발생했다.

 

반복되는 노동자의 죽음을 막기 위해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더욱 높아지고 있다.

 

특히 이번에 사망한 노동자의 경우 계약서 한 장도 없이 현장에 투입된 사실이 알려지면서 노동현장의 구조적 문제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크다.

 

16일 경찰 등에 따르면, 지난 10일 오전 9시50분쯤 충남 태안군 태안화력 1부두에서 자신의 화물차에 2t 무게의 컨베이어 스크루 5개를 결박하던 중 숨진 이모씨(65)는 서부발전 하청업체와 계약서를 작성하지 않고 일을 한 것으로 밝혀졌다.

 

해당 하청업체는 화물운송 관련 계약서를 작성하지 않고, 이씨를 화물차 운전기사로 고용한 것으로 추정된다. 사고 당시 그는 혼자서 스크루를 로프로 고정하다가 갑자기 로프가 풀리면서 스크루에 깔려 숨졌다.

 

서부발전의 하청업체인 신흥기공과 이씨 사이에 장비 운송에 관한 계약서가 작성되지 않은 것이다. 서부발전의 공사입찰공고에 하도급 금지 조항이 있는데도 신흥기공이 장비 운송 업무를 이씨에게 맡겼고, 이를 서부발전이 용인했다는 주장도 나왔다.

 

이와 관련 정의당 강은미 의원은 “원청인 한국서부발전이 하도급 불가 조건인 공사 도급에 하도급을 사실상 용인해 왔고, 공사 도급 계약서를 체결하면서 산업안전보건관리비를 책정하지 않은 등 산업안전보건조치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서부발전은 지난 8월 ‘1부두 하역기용 컨베이어스크루(배에 있는 석탄을 들어올려 옮기는 기계) 2종 반출정비공사’에 관한 공사입찰공고를 냈다.

 

이 공사입찰공고를 보면, “본 공사는 하도급이 불가하며 관련 법령상 하도급 규정을 위반해 하도급하거나 서부발전 승인 없이 하도급하면 입찰참가를 제한받을 수 있다”고 나와 있다.

 

하도급 금지 조항에도 불구하고 서부발전과 공사 도급 계약을 한 신흥기공은 작업의 일부인 장비 운송 업무를 이씨에게 맡겼다.

 

이씨가 사고를 당한 현장에는 신흥기공 뿐 아니라 서부발전의 관리자도 나와 있었다. 경찰 조사 결과 이씨는 올해뿐 아니라 여러 번 서부발전의 컨베이어스크루 운송 작업를 한 것으로 파악됐다.

 

강 의원은 또 “한국서부발전이 산업안전보건관리비를 전혀 책정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고 지적했다.

 

산업안전보건관리비는 위험으로부터 주변 작업자를 보호하기 위한 유도자 및 신호자 또는 감시자의 인건비로 사용되는데 이 공사 도급에는 이를 위한 비용 책정이 없었다는 것이다. 반면 남동발전의 경우 같은 공사 도급에서 산업안전보건관리비가 계상돼 있다.

 

또 강 의원은 “화물차주가 화물 운송을 담당하면서 신호수 역할을 했다면 이 부분에 대해 실질적 노무를 제공했다고 볼 수 있다”며 “이 외 화물차주가 주로 이 사업에 전속돼 노무를 제공하는 경우 현행 산재보험법이 적용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석탄화력발전사의 다단계 사업과 인력운영 구조는 제2, 제3의 안타까운 사고를 유발할 수 있다”며 “특수고용형태 노동자의 노동기본권 사각지대 해소가 시급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노동계는 원청이 산업재해에 대해 책임지지 않아도 되는 구조 때문에 또다시 사망 사고가 발생했다며 인명사고 때 사업장 운영 법인과 사업주 등을 함께 처벌하는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을 촉구했다.

 

한편 경찰과 대전고용노동청은 계약서 미작성 등의 사안이 업무상 규정 위반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살피고 있다. 또 하청업체와 이씨 사이의 구두 계약 여부, 또 해당 계약만으로 업무를 시작하는 게 가능한지 등에 대해서도 따져 보고 있다.

[저작권자ⓒ 일요주간.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강현정 기자

오늘의 이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