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줌인] ‘코로나19 상황에서 우리 가족 안전생존법’

정선모 작가 / 기사승인 : 2020-02-23 13:5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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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상해에 거주 아들내외 명절맞으려 한국행
마침 신종코로나 발병에 때마침 가족들 대긴장

두 손녀 연이어 몸살증세 진단결과는 b형 독감!
실내외서 가족들 매우 엄격하게 철두철미 준수
▲ 도서출판 SUN대표 정선모작가

 

[일요주간 = 정선모 작가] 코로나19의 강한 전염성으로 인해 확진자와 사망자가 날로 급증하여 온 나라가 큰 어려움에 처해 있다. 이러한 때에 지난 한달 간 우리 가족의 행적을 통해 조금이나마 지금의 상황을 극복해나가는데 도움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일지를 공개한다.

● 코로나19환자 뉴스 ‘겁이 덜컥’

지난 1월 24일, 중국 상해에 살고 있는 아들네가 명절을 쇠러 한국에 들어왔다. 모처럼 아들 가족을 만나는 즐거움도 잠시, 12살 큰손녀가 영 컨디션이 좋지 않아 보였다. 상해 출발할 때부터 감기 증세가 있었고, 열도 난다며 체온기를 찾는다. 재어보니 38도가 넘는다, 그렇지 않아도 4일 전인 1월 20일, 우리나라에도 코로나19환자가 나타났다는 뉴스를 들은 터라 겁이 덜컥 났다. 대구에 차례 지내러 가야 하는 남편은 예약해둔 기차표를 당장 취소했다. 큰손녀에게 따뜻한 차를 마시게 하고 일찍 자게 했다.

이튿날(1월 25일)인 설날 아침, 간단히 떡국을 먹고 365일 운영하는 병원을 찾아갔다. 연휴기간이라 다른 병원은 모두 문을 닫아서인지 이 병원은 환자들로 북적인다. 의사는 독감 같다며 검사를 해보자고 한다.

진단 결과는 b형 독감! 5일간 자가 격리를 하라는 지침도 내려졌다. 조마조마하였는데 독감이라니 그나마 다행이었지만, 집에 있는 가족들 건강에 비상이 걸린 셈이다. 71세 남편부터 10세 손녀까지 8명이 한 집에 있어야 하는데 독감이 전염이라도 되면 큰일 아닌가?

그날부터 우리 가족은 비상체제로 돌입했다. 우선 각자 수건을 따로 쓰기로 했다. 욕실에 접착식 못을 부착하여 색깔별로 개인 수건을 정해 여기저기 나누어 걸었다. 양치할 때 쓰는 컵도 따로 준비했다.

화장실이 두 개여서 독감에 걸린 손녀는 거실 화장실, 다른 가족은 안방 화장실을 사용하기로 했다. 그리고 온 가족 모두 집에서도 마스크를 착용하기로 했다. 방 하나를 정해 큰손녀와 며느리가 기거하도록 했고, 가급적 방에서 쉬도록 했다. 큰손녀를 돌보기 위해 며느리가 함께 그 방에 있어야 해서 걱정이다.

큰손녀는 좀체 열이 떨어지지 않고 기침과 가래가 멈추지 않는다. 가래와 침을 뱉은 휴지는 가족들이 사용하는 휴지통에 버리지 않고, 따로 비닐봉지에 담아 버리도록 했다. 며느리도 감기 증세가 보이고, 둘째 손녀도 미열이 난다. 독감에 전염되었을까봐 걱정이다.

● ‘검사 결과’ 작은손녀도 b형 독감

다음날(26일), 며느리와 작은손녀가 병원에 갔다. 검사 결과 작은손녀도 b형 독감이란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며느리는 독감에 걸리지 않은 것이다. 그날부터 작은손녀도 큰손녀가 묵는 방에서 기거하도록 했다. 며느리와 두 손녀는 식사도 거실에서 따로 했다. 먹을 만큼만 조금씩 담아서 식사한 후 남은 음식은 모두 버렸다. 평소엔 음식을 버리지 않는 편인데 이번에는 어쩔 수 없었다.

식사 후 설거지도 다른 가족들 식기를 설거지한 후 따로 하고, 식사한 뒤에는 매번 식기를 끓는 물로 소독했다. 내 가족은 내가 지킨다는 마음으로 번거롭고 힘들더라도 계속해나갔다. 남편은 에틸알코올을 사와 문이나 스위치 등 가족들 손이 닿는 곳이라면 어디든 수시로 소독을 했다.

27일, 큰손녀가 독감 판정을 받은 지 3일째 되는 날이라서 병원에 갔다. 열은 조금 내렸지만 기침과 가래는 계속 나온다. 다행히 열이 심하지 않아 견디기가 조금 수월해 보인다. 열이 날 때는 통 식사를 못하더니 조금씩 먹기 시작한다. 기력을 찾지 못하고 누워만 있던 손녀가 차츰 거실에 나와 책도 본다. 그 모습을 보니 조금 마음이 놓인다.

작은 손녀는 열이 나도 식사를 하니 다행이다. 큰손녀보다 조금 수월하게 지나는 듯하다. 그래도 처방받은 타미플루를 먹을 때는 울렁거린다며 힘들어한다. 잘 참고 약을 먹는 모습을 보니 짠하기 그지없다.

● ‘독감에도’ 우리 가족은 자가 격리

큰손녀와 작은손녀가 독감 판정을 받은 지 일주일쯤 지나니 증세가 완전히 호전되는 것을 느낀다. 감기 증세로 고생하는 며느리가 병원에 가니 의사가 매우 걱정하고 있다. 그 사이 우한폐렴 환자가 계속 증가하고 있었기 때문에 중국에서 온 환자여서 무척 신경이 쓰인다고 토로한다. 그래도 별 증세가 없으니 지켜보자고 한다.

갈수록 두 손녀는 기침과 가래가 멎어가고, 며느리도 컨디션이 훨씬 좋아졌다. 나와 딸은 가족들에게 영양가 있는 음식을 만들어 먹이느라 온 신경을 집중하고, 남편은 집안 구석구석 사람 손이 닿는 모든 곳을 계속 청소하고 소독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아들네가 상해에서 들어온 후 2주 동안 우리 가족은 스스로 자가 격리를 했다. 다른 사람들에게 혹시라도 피해를 줄까봐 철저히 외출을 자제했다. 잠잘 때 외엔 집에서도 온가족이 마스크를 쓰고 있었고, 수시로 손을 비누로 씻고 손소독제를 사용하였으며, 핸드폰도 수시로 알코올 솜으로 닦았다. 잠시 마트에 다녀와도 신발 밑창에 소독제를 뿌리고, 겉옷과 장갑은 벗어 베란다에 걸어놓았다.

온가족이 힘을 모아 독감 전염을 막아내고, 2주간 스스로의 자가 격리를 마치는 날, 서로를 칭찬하고 격려하며 작은 파티를 했다. 맥주잔을 부딪치며 잘 이겨낸 서로에게 박수를 쳐주었다.

● 코로나19도 이렇게 한다면 ‘능히 극복’

지금 우리나라는 코로나19와 전쟁 중이다. 65년 동안 살아오면서 이런 일은 처음 겪는다. 직장 때문에 아들은 귀국한지 3주 만에 다시 상해로 돌아가 직장에 다니고 있고, 며느리와 두 손녀는 학교가 휴교령을 내려 아직도 돌아가지 못하고 우리 집에 함께 있다.

7명 대가족이 두 달 가까이 같이 있는 동안 최대한 즐겁게 지내려고 서로 무척 노력하고 있다. 불편하고 힘든 부분이 분명 있지만, 조금씩 양보하고 배려하며 잘 버티고 있다. 며느리와 두 손녀의 면역력을 최대한 높여서 보내는 것이 지금 내가 할 일이라 생각하고, 아이들이 좋아할 온갖 메뉴를 짜내느라 딸과 나는 날마다 궁리중이다.

우리 가족이 철저히 예방수칙을 지킨 덕분에 한 집에 있었는데도 독감 전염 위험에서 쉽게 벗어날 수 있었을 것이다. 코로나19도 이렇게만 한다면 적어도 나로 인해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다는 것을 배운 기회였다. 나 하나쯤이야 하는 생각이 온 나라를 이토록 힘든 상황으로 만든 것이다.

얼른 상황이 진정되어 안심하고 며느리와 손녀가 상해로 돌아가 즐겁게 학교에 다닐 수 있기를 간절히 기대한다.

■ 우리 가족이 지킨 독감 예방법
▽ 집안에서도 잘 때 외에는 온가족이 마스크 쓰기
▽ 독감 환자와 식사 따로 하기
▽ 환자의 식기는 따로 설거지한 후 매번 끓는 물에 소독하기
▽ 물컵, 화장실, 수건, 양치컵 따로 쓰기
▽ 수시로 문손잡이. 스위치 등 손 닿는 모든 곳 에틸알코올로 소독하기
▽ 잠시라도 밖에 다녀온 후엔 신발 밑창에도 소독제 뿌리고
▽ 겉옷과 장갑은 베란다에 걸어놓기.
▽ 가래와 침. 콧물 닦은 휴지 및 마스크는 비닐봉지에 따로 담아 버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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