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 먹으면서 마저 이야기 하죠’ ‘네 그러죠’
‘아~ 점심이 입으로 들어갔는지 코로 들어갔는지 모르겠네요.. 커피 한잔 하면서 이야기 하시죠’ ‘네 그러죠’
위 대화내용은 우리가 직장생활에서 흔히 접하는 상황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연평균 근무시간이 2,260시간을 넘어 OECD 가입국 중 당당히 1위에 오를 만큼 바쁜 것으로 세계적으로도 유명하다. 그래도 부족한지 점심시간, 휴식시간, 회식도 업무의 연장선상으로 삼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그럴까? 유독 우리나라 직장인은 소화불량 등 소화기 질환이 많은 것 같다. 조사해 보지 않았지만 조사를 하면 이 역시 OECD 1위에 당당히 오르지 않을까…
왜 소화불량이 많을 것이라고 추측했는지는 다음을 보면 알 수 있다.
다시 대화내용으로 돌아가 보자.
점심 먹으면서 마저 이야기 하자는 두 사람의 식사장면이다.
두 사람은 점심시간 전 이야기 하던 프로젝트에 관해 열심히 토론하면서 식사를 하고 있다.
대화는 주거니 받거니 오가며 쉴 틈이 없다.
두 사람의 뇌는, ‘어떤 말을 할까?’ ‘이 물음엔 어떻게 답할까?’
적당한 말을 찾기 위해 바삐 전기신호를 보내고 받고 있다.
몸은 어떨까? 한창 대화중인 두 사람은 약간 흥분된 상태로 신체를 교감신경이 지배해 심장박동수와 혈압, 호흡이 올라가고, 소화액의 분비가 차단되며, 심신은 긴장상태를 유지한다.
당연히 소화가 되지 않는다. 몸이 전투모드인데 한가롭게 소화나 시키고 있을 여유는 없지 않은가?
두 사람은 결국 식사를 한 것이 아니라 음식을 위에 집어넣은 것에 불과하다.
점심을 다 먹은 두 사람은 아직 미련이 남아 커피전문점으로 발길을 돌려 다시 이야기를 나눈다.
두 사람의 몸은 여전히 교감신경이 지배하고 있다.
점심시간과 티타임에 걸쳐 약 한 시간 가량 이어진 이야기를 마친 두 사람은 사무실로 돌아가 일을 시작한다.
오후 두 시쯤 두 사람은 속이 더부룩한 게 영 소화가 되지 않는 것 같아 소화제를 찾으며 속으로 ‘아 이 지긋지긋한 만성소화불량… 빨리 시간 내서 내시경을 받아야 하는데…’라고 신세한탄을 한다.
식사 중엔 부교감신경이
만약 동물원 호랑이 우리 안에 들어가 옆에 호랑이가 어슬렁거리는 상황에서 밥을 먹는다면 소화가 될까?
심리적인 걸 떠나 신체적으로 당연히 소화가 되지 않는다. 무서운 호랑이가 옆에 있다는 긴장상황에 교감신경이 신체를 지배해 아드레날린이 분출되고 소화액 분비가 되지 않기 때문이다.
일을 할 때도 마찬가지이다. 일은 고도의 두뇌노동으로 호랑이가 옆에 있는 상황과 정도는 다르겠지만 비슷한 신체환경이 조성된다.
우리 몸은 부교감신경이 신체를 지배해야만 신체가 휴식모드에 들어가 호흡, 혈압, 심박동이 낮아지고, 소화기능에 에너지가 몰려 소화액이 잘 분비되어 제대로 소화시킬 수 있다. 음식점이 편안한 인테리어와 조용한 음악을 틀어 주는 이유이다.
편안한 집에서 엄마나 부인이 해 준 밥을 일상적인 대화를 나누며 먹을 때는 왜 소화가 잘 되는지의 답 역시 여기에 있다.
하루 24시간을 48시간처럼 살고 있는 우리나라 사람들.
최소한 하루 3시간만큼은 일에서 벗어나 부교감신경도 할 일을 좀 주는 게 어떨까?
지긋지긋한 만성소화불량에서 벗어날 수 있는 첫 번째 기회.
'밥 먹을 때 일 얘기 하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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