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혁신은 창조적 인간의 씨를 말린다”

최형선 칼럼니스트 / 기사승인 : 2010-05-06 14:32:48
  • -
  • +
  • 인쇄
<새롭게 하소서> ‘디스토피아-노동의 종말’
▲ 제레미 리프킨은 첨단기술과 정보화 사회, 경영 혁신과 같은 기치가 인간의 삶을 풍족하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일자리를 사라지게 만든다고 주장했다.

[일요주간= 최형선 칼럼니스트] 과거 마케팅에 관련된 책을 읽다가 OB맥주에 밀리기만 하던 조선맥주가 히트 상품을 만들면서 도약하는 과정에 대해 읽은 적이 있다. 조선맥주가 하이트란 브랜드를 만들었는데 두산의 OB에 비해 깨끗함을 강조하여 히트 상품이 되었다는 것이다.


조선맥주에 신설된 하이트 마케팅 부서는 전주 공장의 지하 150 미터 암반수를 사용하여 신선하다는 것을 부각시켰다. 당시 두산은 탄탄한 재무력에 브랜드도 확고했고 유통망은 더더욱 난공불락이었다. 하지만 전략을 잘 만든 덕에 조선맥주가 도약하게 된 사례는 여러 면에서 귀감이 되고 있다.


먼저 조선맥주란 이름을 상품에서 생략했고 물 맛을 강조한 비열처리란 새로운 맥주의 장을 소개했다. 이런 사례는 도요타가 새 브랜드인 렉서스를 시장에 내놓았던 전략이나 현대자동차가 제네시스란 브랜드를 가지고 시장에 어필했던 경우에서도 유래를 찾을 수 있다.


최근에는 더 엄청난 사건들이 벌어지고 있다. 일명 '패러다임 시프트'로 일컬어질 만한 현상들인데 휴대폰의 경우 스마트폰인 휴대폰과 스마트폰이 아닌 휴대폰으로 패러다임이 갈리고 있다. 유통 패러다임, 마케팅 패러다임, 바이오 패러다임 등과 같은 말들이 향후에는 주요 현안이 될 것이다.


즉, 향후에는 기술 혁신을 통해 인터넷 환경에 엄청난 변화가 예상되며 이에 따라 변화된 IT 기술을 위주로 세상은 커다란 변혁을 맞게 될 것이다. 그러나 여기서 간과해서는 안 될 사실이 있다. 이런 기술 패러다임의 변화가 노동 환경에 엄청난 변화를 일으킬 것이다.


10 여 년 전 제레미 리프킨은 '노동의 종말'이란 책을 통해 기술의 진보가 실업자를 양산하다고 말했다. 실업자 수가 10억에 달하는 지금 그의 예측을 한번더 생각해 볼 필요가 있겠다.


그는 첨단기술과 정보화 사회, 경영 혁신과 같은 기치가 인간의 삶을 풍족하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일자리를 사라지게 만든다고 주장했다. 새로운 일자리가 생겨도 대부분 임금이 낮은 임시직에 불과할 뿐이라는 그의 말은 또한 현실 가운데 펼쳐지고 있다.


사회의 양극화는 이렇게 시작되는 것이고 이러한 사회는 디스토피아(결함 사회)로 화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그의 진단이다. 노동의 위기라는 전 지구적 현상은 인간의 역할에 대해 다시금 생각하게 한다. 인간은 편리를 위해 스스로의 직업을 없애고 있는 셈이다.


기술혁신은 도대체 어느 시점까지 진화할 것인가? 결국 인간으로부터 모든 직업을 앗아간 후에 그 행진을 멈출 것이란 말인가? 그렇다면 그 다음은 컴퓨터를 통해 인간을 관리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계획일 거고 말이다. 노동의 종말은 곧 인간의 존엄성과 역할을 재고케 할 것이다. 인간은 가치 없는 존재가 될 수도 있다는 말이다.


일자리 창출을 위해 많은 이들이 수고하고 고생하는 현실을 잘 안다. 하지만 난 이러한 기술 패러다임의 변화를 도외시한 채 순간 노동 인력을 창출하기만 하는 것은 어쩜 임시방편에 불과할지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기술 패러다임의 변화는 결국 우리의 일자리를 앗아갈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돌파구는 사회복지법을 확충하고 노동만이 아닌 다양한 서비스업을 개발하는 것에 달려있다고 생각한다. 인간의 영역을 확보하느냐 그렇지 못 하느냐는 우리의 미래를 다르게 할 수 있음을 지적하고 싶다.


'시민과 공감하는 언론 일요주간에 제보하시면 뉴스가 됩니다'

▷ [전화] 02–862-1888

▷ [메일] ilyoweekly@daum.net

[저작권자ⓒ 일요주간.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오늘의 이슈

댓글 0

댓글쓰기
  • 이 름
  • 비밀번호

- 띄어 쓰기를 포함하여 250자 이내로 써주세요.
- 건전한 토론문화를 위해, 타인에게 불쾌감을 주는 욕설/비방/허위/명예훼손/도배 등의 댓글은 표시가 제한됩니다.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