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해 연기'로 거액 보험금 타낸 특수부대원들 무더기 검거...엑스레이 조작부터 사전 연습까지 '치밀'

노현주 기자 / 기사승인 : 2016-05-18 20:5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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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주간= 노현주 기자] 전·현직 군인에게 허위 진단서 발급을 유도한 뒤 거액 보험금을 타낸 전직 특수부대원 등이 경찰에 무더기로 붙잡혔다.
팔을 움직일 수 없는 것처럼 연기하고 뼈에 이상이 있는 것으로 엑스레이 사진을 조작하는 등 교묘한수법으로 거액 보험금을 타낸 전직 특수부대원 등이 무더기로 경찰에 붙잡혔다.
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후유장해보험 사기사건에 가담한 보험모집 총책 황모(26)씨를 상습사기 등 혐의로 구속하고 황씨와 한 팀으로 활동한 보험 모집책 21명을 불구속했다고 18일 밝혔다.
이와 함께 황씨 등 보험 모집책들에 대한 경찰 수사 무마를 댓가로 2억7000여만원을 챙긴 이모(56)씨를 변호사법 위반 혐의로 구속했다.
경찰에 따르면 황씨는 허위로 후유장해진단을 받아 고액의 보험금을 받을 수 있도록 조치해놓은 다음 특수부대 후배 대원에게 접근해 보험가입을 권유하는 방식으로 23억원의 보험금을 타낸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 조사결과 특수부대에서 복무하다 2012년 전역한 황씨는 후배 대원들을 만나 "군 복무 중 부상 위험이 높다. (보험에 가입하면) 제대 후 보험금으로 목돈을 마련할 수 있다. 나는 지금 외제차를 타고 다닌다"며 가입을 유도했다.
이같은 수법으로 황씨 등 보험 모집책들은 적게는 5개, 많게는 10여개의 보험에 순차적으로 가입시킨 것으로 드러났다.
이후 가입한 피보험자들은 모집책 지시에 따라 자신의 병력 또는 훈련 중 부상을 이유로 부대에서 공무상병인증서를 발급 받아 군병원에서 치료받은 후 보험 모집책과 연계된 병원 브로커를 만나 영구후유장해진단을 받았다.
또 미리 장해가 있는 것처럼 보이기 위한 연습을 하거나 엑스레이 사진 촬영 당시 모집인이 피보험자의 무릎, 발목 등을 잡아당기며 촬영하는 등 조작한 사례도 있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허위 진단서 발급을 위해 진단서 발급비용 외에 병원 브로커를 통해 해당 병원 의사나 원무과장에게 30~50만원을 전달했으며 피보험자들은 허위 진단서를 받아 보험금을 받으면 총액의 15~20% 상당을 보험 모집책과 병원 브로커에 지급했다.
평소 부상 위험이 큰 특수부대원들 사이에서는 전역한 선배들을 통해 여러개 보험을 가입하는 이른바 '특수부대 보험문화'가 일종의 관행인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이때까지 입건된 23명을 비롯해 피보험자 448명과 보험금을 받은 뒤 소방, 경찰, 해경에 재취업한 61명, 의사 23명 등 총 579명을 수사대상자로 꼽았다.
당초 군 복무 중 부상을 사유로 보험금을 받은 1600여명 중 2012년 12월 이후 가입 보험이 5건 이상인 경우, 1000만원 이상 수령한 경우로 추려낸 것이다.
경찰 관계자는 "이들에 대한 소환조사와 경찰 사건 무마 브로커의 실제 로비 및 금품 사용처 등에 대해 지속적으로 수사할 계획"이라며 "수사대상자 중 범죄사실이 중한 자에 대해서는 구속영장을 신청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이번 입건된 23명과 나머지 피보험자와 보험 모집책, 병원 브로커, 의사 등 579명에 대해 계속 수사한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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