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관리 임박’…현대상선의 운명은?

선초롱 / 기사승인 : 2016-05-24 16:5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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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선주 용선료 인하 협상 ‘난항’
해운업계 불황에, 높은 용선료까지…
직원 25% 퇴사…뒤숭숭한 분위기 탓
▲ 현대상선 컨테이너선. ⓒ Newsis

[일요주간=선초롱 기자] 국내 해운업계가 글로벌 경기 불황과 저유가 탓에 극심한 몸살을 앓고 있다. 대형 업체라고 해도 사정은 별반 다르지 않다. 현대상선은 해운경기 장기침체로 심각한 유동성 위기를 겪으면서 최근 채권단 자율협약에 들어간 상태로, 현재 용선료(배를 소유한 선주로부터 배를 빌려 쓰는 대신 지불하는 임대료) 문제로 골머리를 썩고 있다. 채권단이 용선료 인하 협상을 체결하지 못하면 ‘법정관리’로 처리하겠다고 압박하고 있기 때문이다. 선주와의 계속되는 용선료 협상 난항에 현대상선의 항로가 불투명해졌다.
현대상선의 운명이 이번 주 안에 최종적으로 판가름 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용선료 인하 협상의 암묵적 데드라인은 이미 넘어간 상황으로, 협상 결과를 바탕으로 출자전환을 추진하려던 채권단은 선택의 기로에 섰다.
현대상선, 올해도 ‘적자행진’
현대상선의 영업적자가 올해 들어서도 계속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2분기 이후 4개 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현대상선은 지난 1분기 연결 재무제표 기준 매출액 1조2214억원, 영업손실 1630억원의 실적을 냈다고 16일 공시했다. 지난해 1분기와 비교해 매출(1조5702억원)은 3500억원 가량 줄어들었고, 42억원이던 영업이익은 적자로 전환했다. 당기순손실도 445억원에서 2761억원으로 폭이 확대됐다.
현대상선이 올 들어서도 고전을 면치 못한 것은 벌크 전용선 사업 매각으로 매출이 감소했고, 컨테이너 운송이 비성수기인 상황에서 주력 노선의 운임이 하락했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특히 지난해부터 내리막을 걷던 해상운임은 올 1분기 바닥을 찍었다. 지난해 1월 1052p였던 상하이컨테이너 운임지수(SCFI)는 올 들어 650p까지 떨어졌졌고, 2월 528p, 3월 414p로 운임은 계속 하락했다.
이런 이유로 올해 들어 현대상선 직원 4명 중 1명이 회사를 떠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현대상선의 전체 직원수(기간제 근로자 포함)는 지난해 말 기준 1655명에서 올해 1분기 1246명으로 24.7% 줄었다.
이에 대해 현대상선 측은 지난 2월 벌크전용선 사업부를 매각하면서 해당 직원들이 대거 이동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 외에도 법정관리 위기설 등 뒤숭숭한 회사 분위기에 자발적으로 회사를 떠난 인원도 적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용선료 협상, 왜 필요한가?
▲ 현대상선 측 용선료 인하 협상을 주도한 마크 워커 미국 밀스타인 법률사무소 변호사. ⓒ Newsis
현대상선의 지속된 적자 이유로 평균시세보다 약 60% 비산 용선료가 꼽힌다. 해운업 불황에 따른 운임 하락으로 계약한 때보다 용선료 시세가 하락했기 때문이다. 특히 현대상선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재무구조를 개선하는 과정에서 갖고 있던 배를 내다 팔고 용선 비중을 늘려왔기 때문에 타격이 더욱 크다. 실제로 현대상선은 지난해 순수용선료로 9758억원을 지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상황에서 채권단은 이런 구조에서는 현대상선을 도와줘도 해외 용선주에게 혜택이 돌아갈 뿐이라며 현대상선에 용선료를 낮춰야만 지원하겠다는 방침을 내걸었다. 이에 현대상선의 정상화를 위해선 ‘용선료 인하’가 가장 중요한 과제로 떠올랐다.
채권단과 해운업계에 따르면 현대상선은 총 116척의 선박을 운영 중인데 83척(71.6%)이 해외에서 빌린 선박이다. 이 가운데 현대상선이 주력으로 하는 컨테이너선의 경우 다나오스(13척), 조디악(6척), 이스턴퍼시픽·나비오스·캐피털십매니지먼트(각 5척), 현대오션서비스(2척)로부터 배를 빌려 운항하고 있다. 대부분 수년 이상의 장기 계약이 체결된 상태다.
만약 현대상선이 최종 설득에 실패한다면 현대상선의 자율협약은 즉시 종료된다. 또한 법정관리 가능성이 높아짐과 동시에 세계 제3해운동맹 가입도 사실상 불가능해진다.
해외선주, 용선료 협상에 ‘난색’
현대상선의 용선료 인하 협상에 대해 대부분의 해외 선주들은 긍정적인 반응을 보여 현재까지 17개 선사(49척)의 설득에는 성공했다. 하지만 5개 선사(34척)는 용선료를 낮추는 데 난색을 표하고 있는 중이다.
영국계 조디악은 아직 인도하지도 않은 새 선박의 용선료를 인하하려 한다며 협상에 소극적으로 임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지난 18일 주요 컨테이너선주와의 단체협상에도 참석을 거부했다.
조디악은 현재 현대상선에 6천300TEU급 컨테이너선과 8천500TEU급 컨테이너션을 각각 2척 용선해주고 있다. 여기에 2014년에는 대우조선해양에서 건조한 1만TEU급 초대형 컨테이너선 6척을 12년간 용선하기로 계약을 맺은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월을 기준으로 2척은 이미 운항 중이고, 나머지 4척도 이미 인도됐거나 올해 인도를 마칠 예정이다. 이들 선박은 올해 운항을 시작하는 최신식 초대형 선박으로 용선료도 다른 배들에 비해서 높게 책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채권단 직접 나선 협상도 ‘난항’
이 같은 상황에 산업은행 등 채권단 역시 선주들을 직접 만나 현대상선의 경영 상황, 향후 정상화 방안 등을 협상했다. 지난 18일 오후 2시부터 6시까지 서울 연지동 현대상선 본사에서 그리스 다나오스·나비오스·CCC, 싱가포르 EPS 등과 4시간여 협상을 진행했다.
채권단은 용선료를 30% 가량 낮춰줄 것을 요구하면서 출자전환 등의 보상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하분의 절반을 주식으로 출자전환하고 나머지 금액은 분할로 갚아가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용선료를 낮추는 데는 별다른 합의점을 찾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용선주들은 각국으로 돌아가 협상 내용을 본사에 알릴 예정으로, 최종 용선료 인하 여부는 내주쯤 전달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해운업계에서는 용선료 인하 요구 자체가 이례적이라며 협상이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을 내놓고 있다. 현대상선 평균 용선료가 시세 대비 60% 높은 상황에서 30% 인하에 성공한다면 현대상선은 용선료 부담을 시세 대비 12% 높은 수준으로 줄일 수 있게 된다. 하지만 장기간 고정 수입을 약속받은 선주 입장에서는 계약 조건을 바꿀 유인이 크지 않다.
또 선주들이 배를 건조할 때 끌어다 쓴 선박금융 이자 비용 등을 용선료 수입으로 충당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용선료를 인하할 경우 손해를 보며 배를 빌려주는 셈이 된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에 협상단과 채권단은 현대상선이 법정관리로 갈 경우 손해가 훨씬 커질 것이라며 설득하고 있는 중이다. 선복량(배에 실린 짐의 양) 과잉으로 용선 수요가 없는 가운데 선주가 배를 되가져가더라도 다시 빌려줄 선사를 찾지 못한다는 것이다. 이 경우 선주는 배를 빈 채로 놀리거나 아예 고철로 뜯어 팔아야 하는 상황을 맞을 수도 있다.
이에 협상단은 용선료 인하분의 절반가량에 걸맞은 금액을 현대상선 주식으로 보상하고, 정상화 이후 선박에서 나오는 이익의 일부를 선주에게 배분하는 방안 등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선주들은 이런 보상 수준에 만족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초 채권단은 20일 현대상선과 선주들의 용선료 인하협상을 성공적으로 마무리 한 이후 24일 채권단 회의를 소집해 출자전환을 추진할 계획을 세웠다. 이에 채권단은 지난 17일 우리은행·하나은행·농협 등 현대상선 채권단을 상대로 7000억원 규모의 출자전환 안건을 부의했다. 또 나머지 원금의 이자를 연 1%대로 인하하는 방안도 포함됐다. 모든 채권단이 24일까지 동의의 뜻을 전달할 경우 출자전환이 이뤄진다. 출자전환이 이뤄지면 채권단의 현대상선 지분율은 40%를 넘어서게 되며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은 회사의 최대주주가 된다.
하지만 용선료 협상이 암묵적 데드라인인 20일을 넘기면서 출자전환 여부도 조건부로 변경됐다. 현대상선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은 우리은행·KEB하나은행·농협 등 채권단에게 ‘조건부 출자전환’ 동의서를 24일까지 받는다. 단 용선료 인하 협상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된다는 조건을 붙여서다. 채권단 75%가 동의할 경우 용선료 협상이 끝나면 7000억원 규모의 출자전환이 이뤄진다.
한편, 일각에서는 채권단이 현대상선의 출자전환 여부를 용선료 인하 협상이 마무리 된 뒤로 미뤄질 가능성도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 ⓒ Newsis
현대상선의 운명, 언제 결정되나?
당초 채권단은 용선료 협상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현대상선의 법정관리를 선택하기로 약속했다. 이 경우 현대상선에 제공한 투자금의 상환은 어려워진다.
금융위원회는 “용선료 협상이 이뤄지지 않으면 현대상선을 정상화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에, 협상에 실패하면 채권단이 선택할 수 있는 여지가 크지 않다”는 입장을 밝혔다.
채권단 또한 “용선료 인하만큼은 절대 양보할 수 없는 부분으로, 투자금 환수를 위해 재투자하는 것이 아닌 만큼 조건부 출자전환이 단행될 가능성이 크다”며 “이 정도면 채권단 입장에서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 한 것”이라고 전했다.
이런 가운데 현대상선의 운명이 늦어도 이달 안에 결정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투자은행 업계에서는 구조조정 이슈가 정치적인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에 여소야대 상황에서 국회 회사를 처분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또 만약 법정관리를 신청하게 된다면 19대 국회에서 이뤄질 것으로 보여, 적어도 20대 국회가 시작하기 전에 현대상선의 운명이 결정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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