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협의 고질적 병폐 ‘세습 고용’ 언제 없어지나…

선초롱 / 기사승인 : 2016-05-30 14:5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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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특혜’ 논란, 국정감사도 소용없다
▲ ⓒ 거제수협
[일요주간=선초롱 기자] 수협의 고질적 병폐인 ‘취업특혜’가 또 다시 수면 위로 올라왔다. 이번엔 거제수협의 정규직 채용 과정이 논란이 됐다. 이번에도 입사의 당락을 가른 것은 ‘가족사항’이 적힌 이력서를 바탕으로 진행된 면접 점수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면접에서 ‘가족사항’이 중요한 이유(?)

우리나라의 경우 면접에서 사용되는 대부분의 이력서에는 ‘가족사항’이 적혀있다. 응시자 부모의 직업과 직위, 학력 등을 적는 칸이 있는 것. 이는 자연스럽게 학연, 지연 등으로 연결되는 통로가 되기도 한다.
이 같은 일들이 비일비재하게 발생하는 곳이 바로 ‘수협’이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도 수협은 ‘특혜논란’으로 수많은 질타를 받았다. 지난해 10월 진행된 해양수산부 종합 국정감사에서 국회 농림축산해양수산식품위원회 소속 박민수 의원(당시 새정치민주연합)은 “최근 5년간 수협중앙회와 지역조합에 취업한 전·현직 임직원 자녀가 41명에 달한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협은 국정감사가 끝난 바로 직후 그해 12월, 또 다른 ‘특혜논란’에 휘말렸다. 거제시장, 거제시청 소속 임원 등의 자녀가 특혜를 받아 거제수협 입사에 성공했다는 것이다.
한 언론사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거제수협에서 실시된 ‘4급 일반 관리계’ 채용에서 정규직으로 뽑힌 신입 직원 16명 가운데 거제시장과 거제시청 소속 임원(수협 관련 업무 담당) 등 지역의 유력 인사들의 자제가 다수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진행된 거제수협의 신규 정규직 공채는 2009년 이후 7년 만에 실시됐다. 거제수협은 공채대신 우선 계약직으로 직원을 채용한 뒤 이들에 한해서 정규직 전환 시험을 통해 정규직으로 채용하는 시스템을 갖고 있었다. 보통 1년에 3~4명이 정규직으로 전환됐다.
지난해 치러진 정규직 공채는 1차 서류전형, 2차 필기시험, 3차 면접 순으로 진행됐다. 서류전형은 특별한 결격사유가 없는 이상 모두 합격시켜 필기시험에 응할 수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2차 필기시험은 ‘종합상식’을 묻는 문제가 출제됐는데 이 과정에서 응시인원 131명 가운데 48명이 시험에 통과했다. 3차 전형인 면접에서는 48명 가운데 16명이 최종적으로 합격했다. 당시 면접을 진행한 면접위원들은 총 6명으로, 거제수협 내부 인사 5명과 외부인사(경남도청 산하 수산기술사업소 거제사무소 관계자) 1명으로 구성됐다.
문제는 최종 16명을 선정하는 데에 필기시험 점수는 영향을 주지 않았다는 점이다. 당시 외부위원 자격으로 면접에 참여했던 면접위원은 “응시자들의 필기점수를 아예 모른 채 이력서만 보고 면접을 진행했다”고 밝혔다. 또한 면접 질문은 전문적인 지식 등을 묻는 것이 아닌 “거제수협은 어떤 곳인가?”, “꽃을 좋아 하는가?” 등의 질문이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면접위원들이 면접에 사용한 응시생의 이력서 ‘가족사항’ 칸에는 부모의 근무지, 직위, 조합원 여부 등이 적혀 있었고, 권민호 거제시장(새누리당 소속)의 아들 권모씨가 면접 점수 3등으로 합격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거제수협 측은 “시장 아들이 합격한 것은 사실이나 공정한 과정을 거쳐 최종적으로 합격한 것이다. 또한 면접뿐만 아니라 필기시험 성적도 출중했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면서도 서류전형이나 필기시험 점수는 최종 합격자 선정에 영향을 끼치지 않았고 면접 점수가 높은 순서로 선발됐다고 밝혔다.
국가유공자 자녀 불합격시킨 이유는?
거제수협의 채용과정에는 국가유공자와 관련된 문제도 있었다. 공공기관을 비롯한 일부 기업들은 직원의 일정 비율을 국가유공자 자녀로 선발해야 하는데 이를 행하지 않은 것이다. 국가유공자 등에 대한 예우 및 지원에 관한 법률(국가유공자법) 시행령 제53조에 따르면 수협은 직원 8%를 국가유공자 자녀로 채용해야 한다. 하지만 지난해 12월 거제수협은 신규 공채에서 보훈 자녀를 한 명도 선발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국가보훈처 경남동부지청은 문제를 제기했다. 당시 국가보훈처 경남동부지청은 거제수협의 공채시험에 국가유공자 자녀 4명을 추천했다. 하지만 거제수협은 한 명도 뽑지 않았고 이에 이행촉구 공문과 함께 과태료를 부과하려 했다. 그러자 수협 측은 2명을 합격시켰고 1명은 스스로 입사를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때 합격한 국자유공자 자녀는 정규직이 아니었다. 지난해 신입 정규직 16명 채용 후에 계약직 6명을 추가로 뽑았고, 그 후에 또 계약직 1명을 더 뽑았다. 이렇게 뒤늦게 뽑힌 계약직 직원이 국가유공자 자녀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뽑힌 보훈자녀에 대해 거제수협 측은 국가유공자법에 따라 필기시험 만점의 10%를 가산점으로 줬지만, 내부 규정에 따라 최대 점수를 넘기지 못해 불합격 처분을 했는데 이후 국가보훈처 경남동부지청에서 2명을 합격시키라고 이행명령 공문을 보내와 합격시켰다는 입장을 밝혔다.
뒤늦게라도 국가유공자 자녀를 채용했다고는 하지만 그 과정도 석연치가 않다. 법적으로 보훈특별고용 대상자는 대상자들끼리만 경쟁해야 하지만, 거제수협은 일반전형과 묶어 동일한 시험으로 함께 경쟁시켰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수협 측은 관련법을 오인했다는 입장을 밝혔다.
‘누구 자녀’가 지원했는지 알고 있었다?
한편 당시 채용과 관련해 응시생들 사이에서는 ‘누구 자녀가 지원했는지 알고 있다’는 말도 돌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이유로 거제수협 계약직 가운데 절반가량이 당시 채용에 응시하지 않은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로 일정 기간 이상 일한 계약직의 경우 필기시험 가산점(2점)을 부여함에도 불구하고, 7년 만에 진행된 정규직 채용 시험을 포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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