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노믹스 꿈 깼다"…외국인 일본 주식 매도 13년만에 최대

김완재 기자 / 기사승인 : 2016-06-10 11:3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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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베 '소비세 인상 연기' 발표. ⓒ뉴시스

[일요주간=김완재 기자] 일본 주식시장에 투자한 외국인들이 매도 공세에 나서 자금을 대거 거둬들이고 있다.

지난 1~5월 외국인 투자자들이 팔아치운 일본 주식은 420억 달러(약 48조 7780억원)로, 동 기간 빠져나간 자금으로는 지난 13년 동안 최대 규모다.

9일 월스트리트(WSJ)에 의하면 외국인이 일본 증시에서 발을 빼는 이유는 중국 및 신흥국, 그리고 세계 경제의 둔화도 원인이지만, 가장 큰 요인은 양적 완화로 대표되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의 경제정책인 '아베노믹스'에 대한 실망감 때문이다.

아베 총리는 지난 2012년 집권 이래 아베노믹스를 내걸고 경기 부양에 나섰다. 이후 2013년 1월부터 3년 반 동안 도쿄증시 닛케이지수는 아베노믹스에 대한 기대감으로 83% 상승했다. 그러나 올들어12% 하락했다. 지난해 6월 닛케이지수 최고치에 비하면 20% 낮은 수준이다.

현재 아베노믹스는 시행된지 4년이 돼가지만 지속적인 성장세를 낳는데 실패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일본 정부는 구조조정이나 2% 인플레이션(물가상승률) 등 정책 목표를 내세우고 있지만, 일부 투자자들은 일본 정부가 이를 달성할 의지를 갖고 있는지조차 의심하고 있다.

투자운용사인 롬바르드 오디어의 이호민 아시아 담당 이코노미스트는 일본은행의 2% 인플레이션 달성 의지에 대한 의구심으로 최근 수개월간 일본 주식 비중을 줄였다고 밝혔다. 그는 일본은행이 지난 4월 말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추가 완화정책에 나서지 않은 것을 지적하며 "만약 인플레이션 목표 달성에 진지하다면, 일본은행이 4월에 아무런 추가 완화책을 시행하지 않은 것은 변명의 여지가 없다"고 비판했다.

아베노믹스에 대한 실망감으로 외국인 자금이 일본증시에서 빠져나가자 도쿄증시는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일본증시에서 외국인 투자자들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3분의1에 이른다. 지난해 6월부터 올 5월까지 1년간 일본증시에서 외국인 순매도 규모는 7조6000억엔에 이른다. 그러나 그 이전 2년 반 동안 외국인 투자자는 일본증시에서 20조3000억엔의 순매수세를 보였다.

일본은행은 2%의 인플레이션 목표를 내걸고 있지만, 통화정책 효과는 사라지고 있는 평가다. 지난 몇 년 간 양적 완화로 인한 엔화 약세는 수출기업의 실적 개선으로 이어졌지만, 올해 엔화는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어 수출기업의 동력도 상실됐다.

그래도 일본 주식을 사들이는 외국인 투자자들 조차도 아베노믹스 기대감으로 쉽게 돈을 번 것은 "옛말"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아베노믹스에 긍정적인 평가를 하는 투자자들도 일부 남아있다. 헤지펀드 투자자 중 한 곳인 스위스 재간접헤지펀드 유니제스천(Unigestion)의 가엘 콤베스 투자분석가는 "일본의 실질 경제 성장률은 연간 1~2%이며, 인플레이션률은 1%다"라면서 "이것은 초고령사회로 진입해 인구가 감소하고 있는 일본으로서는 지속적인 성장세"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아울러 외국인 투자자들의 일본증시 '엑소더스'(자금 이탈)의 한 원인으로 일본 기업들이 안고 있는 문제점도 지적됐다. 일본 기업은 기업의 이익창출 능력을 나타내는 지표인 자기자본이익률(ROE)이 낮아 투자자들에게 매력이 떨어진다고 WSJ은 지적했다.

노무라증권에 따르면 일본 기업들의 평균 ROE는 9%이다. 반면 미국 기업들은 17%, 유럽은 11%에 이른다. 쉽게말해 일본 기업에 1달러를 투자하면 투자자들은 9센트를 버는데 그치지만, 미국은 17센트, 유럽은 11센트를 벌 수 있다는 말이다.

템플턴 글로벌 어드바이저스의 노먼 보스마 사장은 지난 몇년에 걸친 일본은행의 초저금리 정책에 이어 현재는 마이너스 금리까지 도입한 것이 일본 기업의 ROE가 낮은 이유 중 하나라고 지적했다. 기업들이 저금리로 자금을 쉽게 빌릴 수 있기 때문에, 비효율적인 사업에도 쉽사리 손을 대고, 결국 이로인해 ROE역시 떨어진다고 그는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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