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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소기업중앙회 전경 ⓒ뉴시스 | ||
[일요주간=선초롱 기자] 지난 2014년 한 계약직 여성 직원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유는 직장 내 성희롱과 정규직 전환을 빌미로 쪼개기 계약을 해오다 퇴직통보를 받았기 때문이다. 사건이 발생한 곳은 중소기업중앙회(중기중앙회)로 계약직 직원과 관련해 여러 잡음이 있던 곳이었다. 당시 국정감사 등에서 여러 지탄을 받았던 중앙회는 결국 노동청의 권고에 따라 직원 2명을 면직시켰다. 하지만 중앙회는 면직 처분했던 직원을 4개월 만인 지난해 3월 복직시킨 것으로 뒤늦게 드러나 공분을 사고 있다.
상사의 성희롱, 신고해도 돌아오는 건 ‘해고’
사건은 지난 2014년 9월 26일 발생했다. 중기중앙회에서 2년 동안 계약직으로 근무했던 권모(25·여)씨는 근무기간 동안 중소기업 대표와 간부 등으로부터 수차례 성추행·성희롱을 당했다. 권씨는 이 같은 사실을 2014년 6월 상부에 보고했지만 돌아오는 것은 계약해지 통보였다. 권씨는 해고 통보를 받고 난 뒤 한 달 만에 자신의 집에서 스스로 목을 매고 숨졌다. 그리고 그의 곁에는 자신이 계약직으로 근무하면서 겪었던 성희롱·성추행 등에 관한 사실을 낱낱이 적은 A4용지 3장 분량의 유서가 남겨져 있었다.
유서 등에 따르면 권씨는 대학원을 다니면서 주변의 추천으로 지난 2012년 8월 중기중앙회 인재교육본부 ‘SB-CEO스쿨’의 전문위원으로 입사했다. 1년 계약직이었다. SB-CEO스쿨은 중소기업 CEO(최고경영자)와 정부 인사 등 유력인사들이 참여해 중소기업 관련 현안을 공유하는 최고경영자과정이다. 권씨는 ‘전문위원’이라는 직함에서 오는 어감과는 달리 계약직인 탓에 실수령 급여는 매달 136만원 정도였다.
또 권씨는 확실치 않은 근로계약 외에도 업무 특성상 술자리가 많았다. 그는 술자리에서 중기중앙회 간부와 중소기업 대표, 직원 등으로부터 음담패설과 성추행, 심하게는 스토킹 등에도 시달려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권씨는 2014년 6월 직속상사인 B부장에게 A4용지 5장 분량의 전자우편을 보내 자신이 당한 성희롱을 밝혔다. 전자우편 내용에 따르면, 중소기업연구원의 한 연구원이 저녁 식사를 하자며 불러낸 자리에서 (약을 복용 중이라 밝혔음에도) 계속 술을 권했고, 저녁 식사 자리가 끝난 후 노래방에 가자고 하면서 대로변에서 권씨를 들어 올리기도 했다. 또 스쿨의 7기 원우였던 한 남성은 식당에서 실수인 척 넘어지며 권 씨의 다리를 만지기도 했고, 제주 워크숍 당시에는 한 원우가 블루스를 추자고 했고, 다른 원우들이 부추겨 억지로 나갔던 일도 있었다.
당시 교육에 참여했던 한 협회사 대표는 권씨에게 전화를 걸어 “오늘 학교에 못 갈 것 같아. 빠OO(성관계를 속되게 이르는 말) 해야 돼서. 미안미안. 근데 OO씨는 빠OO가 뭔지 알아?”라고 밝혔다. 권씨는 이에 “그 뜻은 모르겠다”고 말했더니 그는 “진짜 뜻 몰라? 에이 알면서~ 결석이라는 뜻이야~”라며 전화를 끊는 일도 있었다. 고인이 보낸 전자우편에는 위의 내용 외에도 많은 내용의 성희롱 사례가 담겨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계약직 붙잡아두는 가장 악랄한 방법 ‘쪼개기 계약’
권씨는 유서에 “아주 24개월을 꽉 채워서 쓰고 버려졌다”고 토로했다. 정규직으로 전환되지 못하고 해고된 답답한 심경을 비춘 것. 실제로 권씨는 2012년 8월 입사 뒤 2년 동안 7차례(3개월-6개월-2개월-3개월-2개월-3개월-2개월)에 걸쳐 계약과 해지를 반복하는 이른바 ‘쪼개기 계약’을 당한 것으로 드러났다.
2년 이상 근무하면 정규직으로 전환해야 하는 ‘기간제 및 단시간 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을 피하기 위한 전형적인 방법이었다. 특히 중앙회 간부들이 정규직 전환을 암시하며 권씨에게 ‘희망고문’을 해온 정황이 고인의 전자우편과 통화 녹취록 등을 통해 드러났다.
당시 2014년 국정감사에서는 중기중앙회가 내부적으로 정규직 전환을 막기 위한 방법으로 사용한 ‘쪼개기 계약’ 지침을 사실상 현업부서에서 지시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중기중앙회의 ‘2014년 하반기 임시직 활용여부 승인 여부 통보’라는 내부문건에 따르면, 중기중앙회는 각 부서에 계약직 노동자의 ‘쪼개기 계약’을 사실상 권장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2014년 6월 30일 중기중앙회 각 부서에 하달된 문건에는 ‘동일인의 계속되는 근로계약기간은 11개월 초가 불가’, ‘동일인의 누적 근로계약기간은 2년 초과 불가’ 등이 적혀 있었다. 특히 “타부서 근속, 타인명의 활용, 계약해지 후 (또는) 일정계약 후 재계약 등 어떠한 방법을 활용하더라도 동일인의 누적계약근로기간이 2년 이상인 경우 무기계약 대상이 되므로 각별히 유의하여 주시기 바랍니다”라는 설명도 붙어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권씨는 2014년 2월 퇴직을 하려했지만 중기중앙회 간부들이 6개월만 더 근무하면 정규직 전환을 해주겠다며 계속 붙잡아둔 것으로 알려졌다.
권씨와 간부와의 통화녹음 녹취록에 따르면, 권씨가 성추행·성희롱 사실을 전자우편으로 알렸을 때도 “반 강제적으로 무기 계약직 전환을 받아놨다”며 정규직 전환을 암시하는 말을 하기도 했다. 또한 권씨는 ‘7월초 정규직 전환을 통보 받았다’는 내용을 지인에게 알리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중기중앙회 내부 지침에는 계약직 전환 계약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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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망한 계약직 권씨가 남긴 유서 | ||
결국 권씨는 입사 2년을 이틀 앞둔 2014년 8월 25일 중앙회로부터 계약해지를 통보받았다. 그는 유서에 “노력하면 다 될 거라 생각해 최선을 다했다. 아주 24개월 꽉 채워 쓰고 버려졌다”고 토로했다.
중기중앙회의 말뿐인 ‘최선의 노력’
권씨의 유가족은 2014년 10월 10일 해당 자료 등을 토대로 서울남부지방검찰청에 중기중앙회와 A전무와 B부장, 중소기업 CEO 등 4명을 강제추행, 성폭력범죄의 처벌 위반, 남녀고용평등법 위반 등으로 고발했다.
계속되는 논란에 중기중앙회는 무기계약직 전환 암시 발언, 성희롱, 회사 명예 실추 등을 이유로 2014년 11월 7일 인사담당 A전무를 해임하고 B부장을 면직시키는 한편 감봉 조치를 내렸다.
이어 “유족과 국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철저한 진상조사를 통해 유족이 희망하는 고인의 명예회복 등 필요한 조치와 해결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성명서를 냈다.
하지만 중기중앙회는 면직됐던 문제의 직원들을 4개월 만에 복직시키면서 중기중앙회가 약속했던 ‘최선의 노력’이 말뿐이라는 비난을 받게 됐다.
성희롱 방조를 이유로 면직됐던 B부장은 면직처분 한 달여 만인 2014년 12월 23일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 구제를 신청했다. B부장은 “행위에 비해 양형이 과하다”며 검찰 처분 전에 구제 신청을 했다.
서울노동위도 B부장의 손을 들어줬다. 2015년 2월 서울노동위는 위원회의를 거쳐 “B부장의 징계양정이 과하다”고 판단하고 B부장을 복직시키도록 권고했다. 이에 중기중앙회는 서울노동위의 권고에 따라 B부장을 복직시키고 경기 수원시 영통구에 위치한 경기지역본부로 무보직 발령을 내렸다.
이후 검찰은 고발당한 중기중앙회와 혐의자 전원을 2015년 2월 증거불충분 혐의 없음으로 결론 내렸다. 성과 관련된 사건은 당사자의 증언이 가장 중요한 증거이기 때문에 당사자가 고인이 돼 제대로 된 수사를 진행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중기중앙회 측은 타 언론사와의 통화에서 “서울노동위의 판정에 법을 따라야 하는 중기중앙회로서는 어쩔 수 없이 B부장을 복직시켰다”며“지역본부에 무보직 발령을 내린 것은 징계나 다름없는 인사조치”라고 답했다. 이어 “A전무는 법원에서 승소해 복직 후 명예가 회복됐다며 중기중앙회를 떠났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사실 확인을 요청한 결과 “지역본부로 무보직 발령이 난 것은 맞다”면서도 “지방노동위의 권고에 따라 어쩔 수 없이 복직시킨 것이라는 내용은 담당기자가 마음대로 작성한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지방노동위 권고가 부적절하다고 판단되면 중앙노동위에 재심을 청구하지 그랬냐는 질문에는 “해당 사항은 홍보부가 아니라 인사부에 물어보는 것이 빠를 것”이라며 대답을 피했다.
각종 불법으로 얼룩진 ‘중앙중앙회’
해당 사건과 관련해 고용노동부 서울남부지청도 조사에 들어갔다. 노동청은 2014년 10월 중순부터 한 달 동안 성희롱 가해자와 참고인 등 17명을 조사한 결과 권 씨에 대한 성희롱 사실도 확인했다.
또한 갱신기대권이 있는데도 중기중앙회가 계약기간 만료를 이유로 권씨를 퇴직시킨 것은 해고 제한을 규정한 근로기준법 제23조를 위반했을 수 있다고 판단했다. 노동청은 상사의 약속과 기존 전환사례 등을 감안하면 권씨에게 정규직 전환으로 계약 갱신을 기대할 만한 권리가 있다고 해석했다.
이와 관련해 노동청은 중기중앙회가 2012년 101명, 2013년 142명에 대해 성희롱 예방교육을 실시하지 않은 사실을 확인하고 중기중앙회에 과태료 200만원을 부과했다.
또 노동청은 중기중앙회가 기간제 근로자 7명에게 점심값, 교통비, 상여금, 가계지원비 등 5200만원을 지급하지 않는 등 노동관계법을 무더기로 위반한 사실도 적발, 시정조치를 내렸다. 이밖에도 직원 복리후생비 7400만원과 연장근로수당 730만원을 주지 않아 근로기준법을 위반한 사실도 적발됐다.
한편 2014년 국정감사 당시 중기중앙회가 제출한 고용현황 자료에 따르면, 중기중앙회의 별정직, 계약직, 임시직 등 비정규직은 117명(전체 직원의 30%)으로 대부분 계약기간이 2년을 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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