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복주, 60년간 성차별 관행 ‘시대 역주행’

선초롱 / 기사승인 : 2016-08-29 09:2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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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한 여직원은 무조건 퇴사해야 한다?
결혼 여직원에 퇴사 종용…대다수 여직원 낮은 직급 배치
인권위 “인사운영 전반에 성차별적 고용”…직권조사 실시
▲ 지난 3월 29일 오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여성노동자 결혼퇴직 관행 철폐를 위한 금복주 불매선언 및 여성·노동계 기자회견’ⓒ뉴시스

[일요주간=선초롱 기자] 대구지역 주류업체 ‘금복주’가 1957년 창사 이후 현재까지 결혼하는 여성 직원을 강제로 퇴사시키는 등 성차별적 고용 관행을 이어온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대다수 여직원을 부수 업무나 낮은 직급에 배치해온 것은 물론, 기혼 여직원의 경우 시가 관련 경조휴가만 인정됐던 것으로 밝혀져 공분을 사고 있다.
금복주의 성차별적 고용 관행 의혹이 제기된 것은 지난 3월이었다. 금복주에 근무하던 홍보팀 여직원 A씨는 회사가 부당한 퇴사 압박을 자행했다고 폭로했다.
앞서 A씨는 김동구 금복주 회장과 박홍구 대표이사를 남녀 고용 평등법 위반으로 지난 1월 노동청에 고소한 바 있다. 당시 A씨는 회사 간부진과의 대화내용을 녹음한 녹취파일을 증거자료로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2011년 홍보팀 디자이너로 입사한 A씨는 2014년 여직원 중 최초로 주임으로 승진한 뒤, 그해 결혼을 회사 측에 알리면서 부서 변경 등 퇴사 압박이 시작된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금복주 측은 결혼을 이유로 퇴사를 종용한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금복주가 결혼을 이유로 여성 직원에게 퇴직을 강요했다’는 내용의 진정을 접수받고, 금복주·경주법주·금복개발과 이들 회사의 지주회사인 금복홀딩스 등 4개 회사의 인사운영 전반에 대한 직권조사를 실시, 지난 24일 결과를 발표했다.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조사결과 이들 회사는 1957년 창사 이후 현재까지 결혼하는 여성 직원을 예외 없이 퇴사시키는 관행을 유지해왔다. 또한 퇴사를 거부하는 여직원에게는 근무환경을 적대적으로 만들거나 부적절한 인사 조치를 하는 등의 방식으로 퇴사를 강요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금복주와 3개 계열사의 전체 정규직은 280여명, 이 가운데 여성 직원은 36명에 불과했다. 여성 직원 중에서도 기혼이 있었지만, 이들은 모두 입사 전에 결혼한 이들로 생산직으로만 근무한 것으로 확인됐다.
사무직 여성 직원은 진정을 넣은 A씨를 제외하고는 모두 미혼, 고졸 이상의 학력조건으로 채용됐고, 순환근무 없이 경리나 비서 등의 일부 관리직 업무를 담당했다. 이외 홍보판촉업무를 맡은 도급업체 계약직 판촉 직원 99명과 파견 사무직 16명이 모두 여성이었다.
특히 장기 근무가 가능한 업무에는 대부분 남성을 채용했다. 여성은 주로 경리, 비서 등 관리직 일부 직무에 한해 낮은 직급을 부여하고, 주임 이상의 승진을 배제해 평사원으로 근무하는 인사 운용을 해온 것으로 파악됐다.
승진이 가능한 근무기간 요건에도 차별이 있었다. 군복무 기간을 반영해 같은 학력, 같은 직급으로 채용된 여성이 남성보다 2년을 더 근무해야 승진 요건을 갖출 수 있도록 했다. 인사고과 평정에서는 여성 직원을 하나의 평가단위로 묶어 평가했다.
또한 금복주는 직원의 외가 관련 경조휴가를 인정하지 않았다. 기혼여성의 경우 시가(媤家) 관련 경조휴가만 인정했다.
현재 우리나라는 1987년 ‘남녀고용평등법’이 제정된 뒤 여성 근로자의 결혼을 퇴직 사유로 예정하는 근로계약 체결을 금지하고 있다. 만약 이를 위반할 경우 현행법상 5년 이상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진다.
이에 인권위는 “수십년간 누적된 성차별적 관행이 심각한 만큼 금복주는 인사운영 전반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며 “공정하고 성평등한 인사기준을 마련·시행하라”고 권고했다.
금복주 측은 인권위 직권조사 중 여성 직원이 결혼하면 모두 퇴사토록 했다는 관행을 인정하고 불합리한 고용관행을 개선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60년 동안 이어져온 관행이 쉽게 고쳐질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할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일각에서는 여성 직원을 차별하는 기업에서 제조한 상품을 구매할 수 없다는 불매운동 주장도 나오는 중이다.
한편 금복주는 대구광역시와 경상북도 권역을 연고로 하고 있는 주류제조 회사로, 여성층을 겨냥한 소주 상품 ‘The 순한 참’, ‘상콤달콤 순한참 유자’ 등을 판매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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