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기부 인색' 필립모리스, 세금탈루는 앞장...'재고 쌓아 2천억 탈세'

박은미 / 기사승인 : 2016-09-23 17:30:17
  • -
  • +
  • 인쇄
‘해외배당 펑펑·국내기부 인색’ 필립모리스, 담뱃세 인상 전 불법 재고 쌓아 탈세
▲ ⓒ뉴시스
[일요주간=박은미 가자] 필립모리스코리아(이하 필립모리스)가 담뱃세 인상을 악용해 수천억원의 잇속을 챙긴 것으로 드러나 지탄을 받고 있다. 필립모리스는 담뱃값 인상 전에 재고물량을 쌓아뒀다가 인상 후 판매해 재고차익을 남기는 수법으로 2083억원의 세금을 탈루했다. 세금 탈루 혐의가 드러남에 따라 과거 사회적 환원 소홀했던 행태와 맞물려 비난의 여론이 더해지고 있다. 필립모리스는 국내 시장에서 큰 수익을 얻으면서도 기부금 등은 거의 없이 이익의 전부를 본사 주주들에게 배당하고 있다. 순이익을 뛰어넘는 통큰 배당을 실시하고 있지만, 정작 기부금은 배당금의 1%도 안 되는 수준에 그쳐 ‘생색내기용’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담뱃세 인상 전 재고 쌓기, 수천억 세금탈루

필립모리스가 정부의 담뱃세 인상 전 평소보다 수십 배 많은 재고를 조성해 세금 인상 후 판매하는 수법으로 2083억원의 담뱃세를 탈루한 것으로 확인됐다.

감사원은 올해 5~6월 기획재정부 등을 대상으로 ‘담뱃세 인상차익 관리실태’를 점검한 결과 이같은 내용을 비롯해 11건의 감사결과가 나타났다고 22일 밝혔다.

앞서 정부는 지난해 1월1일부터 1갑당 594원의 담배 개별소비세를 신설하고 담배소비세를 366원 인상하는 등 담뱃세를 총 1591.9원 인상시켰다. 이와 관련해 담배회사가 미리 담뱃세를 내고 확보한 재고를 인상 후에 오른 가격으로 판매함으로써 부당한 재고차익을 거뒀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실제 감사원 확인 결과 필립모리스는 담뱃세 인상 전에 허위 반출을 통해 탈법적 재고를 조성한 뒤 인상된 가격으로 판매하는 수법으로 1691억원 담뱃세 인상분을 탈루한 것으로 드러났다. 담뱃세는 판매 시점이 아닌 제조장에서 물류창고 등에 반출된 시점을 기준으로 세금이 확정되는 것을 악용한 것이다.

필립모리스는 지난 2014년 9월 담뱃세 인상 법안이 확정되고 매점매석 고시가 시행되기 직전 제조장 인근에 단기 임차한 창고로 5055만갑의 담배를 반출, 인상 전 담뱃세를 납부했다. 실제 제조장에서 반출되지 않은 5568만갑의 담배를 전산상으로 허위 입력한 뒤 인상 이전 담뱃세를 납부하는 수법도 썼다.

이를 통해 필립모리스가 담뱃세 인상 직전인 2014년 말 쌓아둔 재고는 1억623만여갑에 달했다. 이는 전년동기인 2013년 말 445만갑 대비 24배에 달하는 것이다. 필립모리스는 이들 담배를 지난해 1~6월까지 인상된 가격으로 팔아 1691억원의 담뱃세를 탈루했다.

필립모리스는 담배 제조사가 재고를 과도하게 반출하거나 판매를 기피함으로써 폭리를 취하지 못하도록 한 정부의 매점매석 고시도 위반했다.

지난 2014년 9월 기재부가 매점매석 고시를 시행함에 따라 그해 9~12월까지 월별 반출량이 기준반출량을 초과하지 못하게 됐다. 그런데도 필립모리스의 이 기간 기준반출량을 506만5000갑 초과해 반출한 것으로 확인됐다.

정부가 담뱃세를 인상하면서 정작 담배회사들의 차익 환수 대책을 제대로 마련하지 않은 사실도 적발됐다. 미국이나 일본의 경우 담뱃세 인상차익을 철저히 국고에 귀속시키기 위해 일정 규모 이상의 인상차익이나 담배 재고를 보유한 업체에 신고 의무를 부과하고 있는데도 기재부와 행정자치부, 보건복지부 등 관계 부처는 이같은 노력을 전혀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2014년 12월31일 기준 담배 재고분 5억갑에서 발생한 담뱃세 인상차익 7938억원이 국가나 지자체에 돌아가지 못한 채 담배회사들의 주머니 속에 들어갔다고 감사원은 지적했다. 이를 업체별로 따지면 KT&G가 3178억원으로 가장 많았고 필립모리스가 1739억원, BAT가 392억원 등이었다.

감사원은 이번 감사 결과와 관련해 허위로 담배 반출재고를 조성해 수천억원의 담뱃세를 탈루한 필립모리스와에 대해 680억원의 가산세를 물리고 탈루된 세금을 부과하는 방안을 마련하라고 국세청 등에 통보했다. 기재부와 행자부 등에는 두 회사를 관련 규정에 따라 고발하는 방안을 마련하라고도 했다.

감사원의 이같은 발표에 대해 필립모리스는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현행 지방세법에 따르면 과세 기준은 제품을 제조장으로부터 반출하는 시점에 성립되는데 감사원이 제조시설도 갖춰지지 않은 외부 저장 창고를 제조장의 일부로 해석하는 오류를 범했다는 주장이다.

필립모리스 관계자는 "감사원이 과세 기준으로 해석한 외부 창고는 당사의 제조장으로부터 13km 떨어져 있으며 제조행위를 일절하지 않는 단순한 창고일 뿐"이라며 "제조장의 일부로 간주될 수 없다"고 해명했다.

국내고객 주머니 털어 해외 본사로…


필립모리스는 지난해 벌어들인 순이익 전액을 해외 주주에게 배당금으로 지급했다. 한국의 고객들로부터 벌어들인 돈을 고스란히 해외주주에게 송금한 셈으로 국부 유출 논란까지 일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필립모리스의 2015년 당기순이익은 1918억원으로, 필립모리스는 지난 3월 ‘필립모리스브랜즈 에스에이알엘’에게 당기순이익 전부인 1918억원을 배당금으로 지불했다. ‘필립모리스브랜즈 에스에이알엘’은 필립모리스코리아 지분 100%를 보유한 최대주주 겸 본사다.

필립모리스는 순이익의 전부를 배당 형태로 본사에 송금하는 ‘순이익 100%’ 배당 정책을 10년 동안 유지해 왔다.

로열티 명목으로 지불한 금액도 상당하다. 최근 10년간 필립모리스가 본사에 지급한 로열티 총액은 4404억원에 달한다. 필립모리스는 매년 매출의 10~12% 선을 로열티로 지급하고 있다.

이를 통해 필립모리스는 지난 10년간 배당과 로열티 명목으로 본사에 총 1조5000억원을 지급했다.

반면 같은 기간 한국 사회에 기부한 금액은 매출액의 0.04%, 본사로 보낸 배당금의 0.2%에 불과한 21억3000만원에 그쳤다. 매년 해외주주에게는 거액의 배당을 지급하면서도 국내 이익환원에는 극히 인색한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기업 이익의 사회 환원 척도인 기부금 규모를 보면 외국계 담배 회사의 국내 산업 기여도는 극히 미미하다”며 “한국 시장에서 추가 성장을 위해서는 사회공헌 및 기부 등 공익적인 면에 대한 노력이 절실하다”고 지적했다.

'시민과 공감하는 언론 일요주간에 제보하시면 뉴스가 됩니다'

▷ [전화] 02–862-1888

▷ [메일] ilyoweekly@daum.net

[저작권자ⓒ 일요주간.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오늘의 이슈

댓글 0

댓글쓰기
  • 이 름
  • 비밀번호

- 띄어 쓰기를 포함하여 250자 이내로 써주세요.
- 건전한 토론문화를 위해, 타인에게 불쾌감을 주는 욕설/비방/허위/명예훼손/도배 등의 댓글은 표시가 제한됩니다.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