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석유협회, 또 새누리당 출신 낙하산 인사...김영란법 '유명무실'

박은미 / 기사승인 : 2016-10-18 10:14:00
  • -
  • +
  • 인쇄
▲ 대한석유협회장 강봉균 선임 회장
[일요주간=박은미 기자] 임기 만료된 회장의 선임을 차일피일 미루던 대한석유협회가 또 다시 여당 출신의 낙하산 인사를 감행했다. 상근 회장과 부회장으로 고위 관료 출신을 임명해 ‘관피아(관료마피아)’ 논란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지난 12일 대한석유협회는 제21대 상근 회장으로 재정경제부 장관 출신인 강봉균 전 의원을, 그동안 없었던 상근 부회장직을 만들어 문일재 전 조달청 차장을 임명했다. 이를 두고 청탁 금지법인 ‘김영란법’의 취지나 의도를 무색하게 만드는 인사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강 회장은 서울대 상과대학을 졸업한 후 행정고시(6회)를 합격해 1969년 경제기획원 사무관으로 공직생활을 시작한 정통 관료다. 1997년 정보통신부, 1999년 재정경제부 장관을 거쳐 16, 17, 18대 국회의원을 지냈다. 지난 4월 20대 총선에서는 새누리당 선거대책위 공동위원장을 맡은 바 있다.

문 부회장은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뒤 미국 오리건 주립대에서 경제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행정고시 23회 출신으로 지난 28년간 기획재정부, 국무총리실, 외교통상부 재정경제부, 대통령비서실 등의 정부 요직을 두루 거쳤다. 지난 2008년에는 조달청 차장을 역임한 바 있다.

문제는 석유업계와 무관한 고위 관료 출신인 이들 임원이 대한석유협회를 대표해 할 일은 뻔하다는 것. 유관기관이나 단체와의 관계를 비공식적으로 조율해 김영란법을 교묘히 피해가기 위한 꼼수 인사라는 지적이다.

청탁을 금지하는 김영란 법안이 발효된 상황에서도 과거의 낙하산 관행을 그대로 이어가고 있는 것도 문제다.

대한석유협회는 SK이노베이션, GS칼텍스, 에쓰오일, 현대오일뱅크 등 국내 정유 4사를 회원사로 두고 있다. 업계의 입장을 대변하는 협회의 경우 회원사 CEO가 협회장을 순차적으로 돌아가며 맡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대한석유협회의 경우 지난 1999년부터 정부에서 파견된 인사가 회장직을 꿰차며 ‘낙하산’논란의 중심에 섰다.

2013년 취임한 20대 전용원 회장은 국회 보건복지위원장 등을 지낸 3선 국회의원 출신으로 새누리당 경기도당 상임고문을 맡은 바 있다. 19대 박종웅 전 회장도 한나라당 소속으로 3선을 지낸 정치인이다. 기업가가 대한석유협회를 이끌었던 것은 에쓰오일의 전신인 쌍용정유 김선동 회장이 마지막이었다.

대한석유협회는 석유시장이 국민생활경제에 워낙 민감하게 작용하는 부분이다 보니 대내외 여건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실상은 퇴직 관료의 한자리를 더 챙기기 위한 것으로 해석될 수 있는 부분이다.

정부 정책에 울고 웃는 대표적인 규제 산업인 석유업계의 특성 상 정부와의 관계가 중요할 수 밖에 없다. 대한협회에서도 윗측에서 내려오는 낙하선 인선에 대해 불만을 가지는 어렵다는 중론이다.

'시민과 공감하는 언론 일요주간에 제보하시면 뉴스가 됩니다'

▷ [전화] 02–862-1888

▷ [메일] ilyoweekly@daum.net

[저작권자ⓒ 일요주간.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오늘의 이슈

댓글 0

댓글쓰기
  • 이 름
  • 비밀번호

- 띄어 쓰기를 포함하여 250자 이내로 써주세요.
- 건전한 토론문화를 위해, 타인에게 불쾌감을 주는 욕설/비방/허위/명예훼손/도배 등의 댓글은 표시가 제한됩니다.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