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첫 재판 "대통령과 공모 사실 없다…혐의 전면 부인"

노현주 기자 / 기사승인 : 2016-12-20 09:1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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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순실씨가 19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 형사대법정에서 열린 국정농단 사건 첫 재판에 입장해 시작을 기다리고 있다. @뉴시스

[일요주간=노현주 기자] 비선실세 최순실(60)씨가 19일 국정농단사건 첫 재판에서 박근혜 대통령,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과의 공모사실이 없다며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김세윤) 심리로 열린 최씨의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의 혐의에 대한 첫 공판준비기일에서 재판부가 "혐의를 전부 인정할 수 없는 것이 맞느냐"고 묻자 최씨는 직접 "네"라고 답했다.

최씨는 '공소사실을 부인하는 것인지' 묻는 재판부 질문에 "독일에서 왔을 때 어떤 벌이라도 받겠다고 했는데 들어온 날부터 많은 취조를 받았다. 이제 정확한 사실을 밝혀야 할 것 같다"며 말을 얼버무렸다. 아이보리색 수의에 안경을 끼고 법정에 출석한 최씨는 재판 내내 피고인석에서 고개를 숙인 채 앉아 있었다.

함께 기소된 안 전 수석이나 정호성(47)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은 법정에 나오지 않았다. 공판기일과 달리 공판준비기일에는 피고인의 출석이 의무가 아니다.

최씨 측 변호인은 "올 한해를 마감하며 태극기와 촛불로 분열됐다. 이 법정은 대한민국 사법 사상 초유의 재판을 하는 것"이라며 "대한민국 헌정 사상 현직에 있는 국정 최고 지도자를 공동정범으로, 주범으로 기소해 재판을 같이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최씨에게 적용된 11개 공소사실 중 8개가 안 전 수석과 공모범행관계"라며 "하지만 공모한 사실이 없다"고 부인했다.

또 "최씨와 안 전 수석이 공모해 포레카 광고회사 지분을 강탈한 사실도 없다"며 "더블루케이와 K스포츠재단의 용역계약과 관련한 사기미수는 계약이 실패로 끝나 공소사실 자체로는 민사 사안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최씨가 컴퓨터를 파기한 것은 본인의 것으로 증거인멸죄가 되지 않는다"며 "사무실을 정리하라고 했을 뿐 다른 사람에게 증거인멸을 지시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최씨 측 변호인은 "사건의 심각성과 역사적 파장을 고려해 철저하고 객관적인 증거에 의해 합당한 판단을 해달라"며 "최씨를 방어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어느 것이 진실인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길거리가 아닌 법정을 통해 걸러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최씨 측은 국민참여재판을 받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변호인은 "철저한 진상 규명을 위해서 국민참여재판이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말했고, 최씨도 "마찬가지"라며 동의했다.

반면 검찰은 "대통령과 가장 가까운 거리에 있는 자와 오랜 기간 친분관계를 유지한 일반인이 사적이익을 위해 권력을 남용하고 특정 사기업에 특혜를 주는 등 국정을 농단했다"며 "국가기강을 흔들고 국민들을 절망, 분노하게 만든 매우 중대한 사안"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최씨와 안 전 수석은 대통령과 공모해 직권을 남용했고 미르·K스포츠재단 설립을 위해 대기업에 774억원을 강제로 모금했다"며 "정 전 비서관은 대통령과 공모해 정부부처 장·차관과 공공기관 고위직 인사 등 47건의 문건을 최씨에게 건네 공무상 비밀을 누설했다"고 지적했다.

검찰은 재판부에 최씨와 안 전 수석에 대해 886번, 정 전 비서관에 대해 429번까지 증거목록을 제출했다. 최씨 등 변호인들은 추가로 제출된 증거를 열람·등사한 후 다음 공판준비기일에 동의 여부에 대한 의견을 제출할 예정이다.

또 최씨 측 변호인은 최씨 소유의 태블릿 PC에 대한 실물 제출을 검찰에 요구하며 사실조회와 감정을 신청했다. 최씨의 독일 도피가 의도적이 아니라며 최씨의 입국 전 소환여부에 대한 사실조회도 신청했다.

최씨 측 변호인은 "공무상기밀누설에 대한 입증과 관련해 국정농단 사건의 결정적 증거가 될 수 있다"며 "그러나 최씨는 검찰에 매일 불려가 밤늦게 조사를 받았는데도 태블릿PC의 실물을 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어 "태블릿PC에 200여건의 문서가 있고 최씨가 다 열람을 했다는 취지인데 (감정이) 실체규명에도 아주 중요하다"면서 "검찰에서 태블릿PC를 보여주지 않아 중고품 시장에서 당시 태블릿PC 하나를 사 왔다"며 현물을 보여주기도 했다.

이에 검찰은 "태블릿PC는 정 전 비서관의 공무상기밀누설죄에 대한 자료로 최씨의 공소사실 입증을 위한 자료가 아니다"며 "태블릿PC는 현물은 그대로 두고 별도의 포렌식 절차를 거쳐 이미징된 결과로 내부의 자료를 제시하는 것이다. 정 전 비서관에 대한 증거로 제출됐다"고 반박했다.

핵심증거로 지목된 안 전 수석의 수첩과 정 전 비서관의 휴대전화 녹음파일에 대한 감정도 신청됐다. 최씨 측 변호인은 "객관적 사실 및 다른 관련자들 진술과 맞지 않는 내용이 수첩에 많이 있다"며 "영장에는 최씨와 안 전 수석이 사적 욕심으로 범행을 했다고 돼 있지만 공소장에는 재단 설립이 공적 목적이라고 내용이 달라져 있다"고 예시했다.

이어 "검찰은 안 전 수석의 수첩을 압박수단으로 제시하며 최씨에게 엄청난 추궁을 했다"며 "전 과정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재판부는 향후 증거 신청에 대한 변호인 측 의견서를 검토해 추후 채택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재판부는 다만 "현재 증거에 대한 동의 여부가 늦어지고 있고 벌써 한달이 흘러 사건 심리에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며 "동의한 서증에 대해 사전서증조사를 실시하고 입장이 다 나오지 않으면 증인신문을 진행하면서 추가로 증거의견을 받겠다"고 설명했다.

이밖에 최씨 측은 "검찰이 인권침해적인 수사를 하고 있다. 기소 후 계속 소환을 하고 불응하니 영장도 없이 최씨를 데려갔다"고 주장했고, 검찰은 "당시 최씨의 동의 하에 조사를 한 것으로 강제로 한 것이 아니다"고 반박하며 양측은 신경전을 벌였다.

최씨는 재판 마지막에 '할 말이 있느냐'는 재판부의 질문에 "물의를 끼쳐 죄송하다"며 "앞으로 재판에 성실하게 임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차은택(47) 전 창조경제추진단장과 송성각(58) 전 한국콘텐츠진흥원장 등 5명에 대한 첫 공판준비기일도 진행됐다.

검찰 특별수사본부는 직권남용과 강요, 강요미수, 사기 미수 등의 혐의로 최씨를 지난달 20일 재판에 넘겼다. 안 전 수석에게는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및 강요, 강요미수 등의 혐의를, 정 전 비서관에게 공무상비밀누설 혐의를 적용해 구속 기소했다.

검찰에 따르면 최씨와 안 전 수석은 박 대통령과 공모해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회원사인 대기업을 상대로 미르·K스포츠재단 설립 과정에서 총 774억원의 출연금을 강제로 내도록 했다는 혐의 등을 받고 있다.

최씨 등에 대한 다음 공판준비기일은 29일 오후 2시10분에 열린다. 이날 오전에는 최씨의 조카 장시호(37)씨와 김종(55) 전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 조원동(60) 전 청와대 경제수석에 대한 첫 재판도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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