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 3세 경영 본격 개막..조원태 사장의 '빛과 그림자'

장혜원 / 기사승인 : 2017-01-20 20:12:06
  • -
  • +
  • 인쇄
[일요주간=장혜원 기자] 대한항공이 본격적인 3세 경영에 돌입했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장남인 조원태 대한항공 총괄 부사장(42)1년만에 대표이사 사장으로 승진하면서 7년 동안 장수를 누리며 대한항공을 대표하던 지창훈 사장의 자리를 이어받았다.
그러나 조 신임 사장에게는 녹록치 않은 정유년(丁酉年)이 될 전망이다.
재계 안팎에서 조 사장의 경영능력에 의구심 어린 시선을 품고 있는데다가 과거 막말 사태와 땅콩 회항에 대한 이미지’ ‘총수 일감몰아주기’ ‘조종사 노조 파업등 해결해야 할 산적한 난제들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조 사장이 과거 승진을 할 때마다 강조해온 책임경영을 이번엔 제대로 보여줄지도 의문이다. 대한항공과 진에어, 정석기업 등 한진그룹 계열사 10곳의 대표이사, 등기임원을 맡는 등의 문어발식 경영에서 나서고 있지만 정작 대내외 악재 앞에서는 조 사장이 전면에 나서고 있지 않은 탓이다.

임금협상 등 개선 과제 산적
조원태 대한항공 총괄 부사장이 지난 11일 사장으로 공식 취임했다. 지난해 초 대한항공 부사장에서 총괄 부사장으로 선임된 후 1년만이다.
조 사장은 2003년 한진정보통신 영업기획담당 차장으로 입사해 이듬해 대한항공 경영전략본부 경영기획팀 부팀장으로 자리를 옮긴 후 고속 승진을 거듭했다. 2009년 여객사업본부장(상무), 2011년 경영전략본부장(전무), 2013년 화물사업본부장(부사장) 등을 거쳤다.
현재 한진그룹은 한진해운 법정관리와 대한항공 조종사 파업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한때 세계 4위로 한국을 세계적인 해운 강국의 반열에 올려놓았던 한진해운은 지난해 8월 법정관리에 들어가 사실상 청산 절차를 밟고 있다. 이 과정에서 대량해고가 예고돼 한진해운 육상노조와의 갈등이 빚어졌고 안타깝게도 SM상선과 현대상선 등의 해운사로 고용승계 되지 않은 나머지 노조원 절반인 200여 명은 올해 2월 정도면 모두 회사를 떠나야 하는 상황이다.
대한항공은 임금협상 문제를 놓고 조종사노조와의 갈등에서 뚜렷한 해결책을 찾지 못하고 있다. 이 회사 조종사노조의 파업은 지난 200512월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노사 관계 개선은 조 사장의 취임 최우선 과제 중 하나로 꼽힌다. 조종사노조가 지난해 말 11년 만에 파업을 강행하는 등으로 회사 내부가 시끄러운 것은 물론 대외 이미지에도 큰 손상이 가고 있기 때문이다.
대한항공 조종사 노조 측은 이번 파업을 외국 항공사와 비교해 낮은 임금 수준으로 인해 잦아지는 조종사 유출을 막고 경영 잘못으로 인한 손실을 조종사들에게 저임금으로 강요하는 행태를 바로잡기 위한 조치라고 강조했다.
대한항공은 지난해부터 조종사노조와 2015년 임금협상을 놓고 평행선을 걷고 있다. 지난해 220일부터 쟁의행위에 돌입한 조종사노조는 총액대비 37% 인상을 요구하다 29%로 낮췄으나, 사측은 1.9% 인상안을 고수하며 여전히 의견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특히 조종사노조는 지난달 22일부터 28일까지 일주일간 파업을 진행하기도 했다.
조종사 노조는 사측이 외국 기장들을 불법 파견 행태로 사용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사측이 임금 인상을 요구하는 직원들의 목소리를 들어주지 않고 손쉬운 방법으로 경력이 적은 외국 기장들을 데려와 파트타임 형태로 근무를 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조종사 노조 측은 대한항공 조종사 이탈문제는 해마다 심각해지고 있다. 지난해만 해도 100명이 넘는 대한항공 조종사가 회사를 떠났다고 말했다. 노조 측에 따르면 지난해 6월 기준 대한항공의 불법 파견 외국인 기장은 25%에 육박한다.
조종사 노사 문제는 그동안 조원태 총괄 부사장이 아닌 지창훈 총괄 사장이 챙겨 왔다.
조 사장은 조종사 노조와의 임금협상 갈등을 적극 해결하겠다며 취임 후 첫 행보로 지난 13일 노조 사무실을 방문해 노사협력을 당부하는 등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협상 타결에 대한 기대감에도 불구하고 지난 18일 노사간 임금협상은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하며 답보상태에 다시 놓이게 됐다.
조종사노조 측은 조원태 사장 방문 이후 집중교섭이 진행하는 분위기가 조성돼 당장에는 파업은 진행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협상이 지지부진하거나 노조가 요구한 인상이 관철되지 않을 경우 파업은 언제든지 재개될 수 있다고 사측의 양보를 요구했다.
노조 측은 설 연휴까지를 임금협상 교섭의 마지노선으로 삼고 노조가 29%임금 인상안을 관철시키겠다는 입장이다.
일감몰아주기총수일가 고발
이에 앞서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해 11월 말 대항항공이 계열사인 싸이버스카이, 유니컨버스 등과 내부거래를 통해 총수 일가에 부당한 이익을 제공한 행위에 대해 시정명령과 과징금 총 143000만원을 부과했다. 동시에 공정위는 조 회장과 조 신임 사장을 검찰에 고발했다. 한진그룹은 국내 대기업 집단 가운데 처음으로 관련 제재를 받는 오명을 쓰게 됐다.
공정위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2014년 당시 총수일가가 지분을 100% 소유하고 있던 회사 유니컨버스에 매출액 165억원을 안겨준 뒤 2015년에는 이 회사와의 거래규모를 221억원으로 늘렸다. 같은 기간 한진그룹 계열사인 진에어, 한진정보통신 등도 유니컨버스와 계약규모를 키워갔다.
대한항공은 또 기내 면세품 구매 예약 웹사이트인 싸이버스카이숍운영을 싸이버스카이에 위탁했다. 하지만 정작 관련 업무 대부분은 대한항공 직원이 담당했다. 광고수익은 모두 싸이버스카이 몫이었다. 대한항공은 싸이버스카이가 통신판매하는 상품 판매금액 15%에 해당하는 수수료를 이유 없이 면제해주기도 했다.
이 같은 사실이 적발되자 조 회장 일가는 지난해 4월 유니컨버스 콜센터 사업 관련 영업 일체를 한진정보통신에 207억원에 매각했다. 이 과정에서 총수 일가는 220억여원의 배당 및 매매차익을 거둔 것으로 알려졌다.
위기상황엔 책임회피?
이 때문에 업계는 올해 조원태호가 순항할 수 있을지 확신할 수 없다고 입을 모은다. 또 조 사장이 과거 승진 때마다 강조하던 책임경영자의 모습이 여전히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도 함께 제기됐다.
조 사장은 지난해 10월 한진해운신항만 등기이사직에서 사임했다. 선임된 지 1년도 채 되지 않아서다. 업계에서는 책임경영을 강조해온 조 부사장이 이사직에서 1년도 안 돼 물러나는 것은 책임회피에 불과하다고 보고 있다. 한진해운신항만은 한진해운 법정관리 후 경영난이 가중된 상태다.
이와 관련 대한항공 관계자는 이사회 인원이 제한돼 있어 불가피하게 (조 신임 사장이) 사임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조종사 노조와의 갈등과 관련해서는 조종사 노조와의 갈등 문제 등 전 방위적인 회사 관리에 힘쓰고 있다고 밝혔으며, 공정위 제소 건에 대해서는 절차가 진행되는 대로 각 부처와 협의해 문제를 분석하고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시민과 공감하는 언론 일요주간에 제보하시면 뉴스가 됩니다'

▷ [전화] 02–862-1888

▷ [메일] ilyoweekly@daum.net

[저작권자ⓒ 일요주간.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오늘의 이슈

댓글 0

댓글쓰기
  • 이 름
  • 비밀번호

- 띄어 쓰기를 포함하여 250자 이내로 써주세요.
- 건전한 토론문화를 위해, 타인에게 불쾌감을 주는 욕설/비방/허위/명예훼손/도배 등의 댓글은 표시가 제한됩니다.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