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꾸라지’ 김기춘, 블랙리스트 법적 책임은 모르쇠 일관

김주현 / 기사승인 : 2017-06-29 03:4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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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을 ‘도승지’에 비유, 정권 몰락 책임만 인정해
▲김기춘 전 대통령비서실장(78·구속기소)이 28일 법정에서 자신을 왕조시대 도승지에 비유하며 정권 몰락에 대한 책임을 통탄했으나, 법적 책임에 대해서는 모르쇠로 일관했다. (사진제공=뉴시스)

[일요주간=김주현 기자]김기춘 전 대통령비서실장(78·구속기소)이 28일 법정에서 자신을 왕조시대 도승지에 비유하며 정권 몰락에 대한 책임을 통탄했으나, 법적 책임에 대해서는 모르쇠로 일관했다.

이날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 30부(부장판사 황병헌) 심리로 열린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재판에서 김 전 실장은 피고인 신문 도중 “과거 왕조 시대라면 망한 정권, 왕조에서 도승지(都承旨)를 했으면 사약을 받지 않겠느냐”며 “제가 모시던 대통령이 탄핵받고 구속도 됐는데 이에 대해 정치적 책임을 통감한다”고 말했다.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구체적으로 무엇을 잘못 보좌했다는 것이냐”고 질문하자 김 전 비서실장은 “무너진 대통령을 보좌했는데 만약 특검에서 ‘재판할 것도 없이 사약을 받으라’고 한다면 깨끗이 마시고 끝내고 싶다”고 답했다.

김 전 실장은 이처럼 자신의 ‘정치적 책임’은 인정했으나, 본인의 법적 책임에 대해서는 발뺌했다. 그는 “‘블랙리스트’라는 말을 언론에서 처음 들었고 재직하는 동안 그런 단어는 물론 ‘예산 지원 배제자 명단’이라는 말도 듣지 못했다”며 “특검이 제시한 대통령비서실 문건도 본 적이 없으며, 청와대 실무진은 부처 실·국장급이어서 그분들이 책임을 갖고 일을 한다”며 책임을 전가했다.

김 전 실장의 변명이 이어지자 한 방청객이 그를 향해 “뭘 몰라요! 거짓말하지 마세요”라며 울음 섞인 고함을 질렀다. 이날 소동을 빚은 사람은 자신이 블랙리스트 명단에 본인의 이름이 올랐다고 스스로 밝힌 임인자 전 서울변방연극제 예술감독(41·여)이었다.

갑작스러운 소동에 김 전 실장은 뒤를 돌아봤고, 재판부는 즉각 임 전 감독에게 퇴정 명령을 내렸다. 법정 밖에서 취재진을 만난 임 씨는 “블랙리스트는 국가 범죄인데, 김 전 실장이 지시한 바 없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엄벌에 처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전 실장은 이번 재판에서 건강 문제를 또 다시 호소했다. 그는 “지난 1997년 협심증, 고혈압이 발병해 그물망 튜브 8개가 심장에 꽂혀 있는 상당히 위중한 상태”라며 “매일 내 생의 마지막날이라는 생각을 갖고 생활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옥사하지 않고 밖에 나가서 죽었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김 전 실장에 대한 결심은 다음 달 3일 열린다.

한편 도승지는 조선시대 왕의 비서 기관인 승정원(承政院)의 우두머리로 오늘날 대통령비서실장에 해당하는 자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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