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반도체 노동자 '난소암' 사망 업무상재해 첫 인정...반올림 "삼성, 자료은폐 등 산재인정 방해"

이수근 기자 / 기사승인 : 2016-01-29 11:3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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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주간=이수근 기자] 반도체 공장 노동자들이 각종 유해물질로 인한 백혈병과 뇌종양으로 숨지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는 가운데 법원이 난소암으로 사망한 삼성반도체 노동자의 업무상 재해를 인정하는 판결을 내놔 주목된다. 난소암이 산업재해로 인정된 것은 반도체 산업에서 최초 사례다.

서울행정법원 행정2부(박연욱 부장판사)는 반도체 노동자 이모씨가 난소암으로 사망하자 유족 측이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유족급여 및 장의비부지급 처분 취소 소송을 제기한 것에 대해 원고 승소 판결했다고 29일 밝혔다.

반도체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반올림)에 따르면 이씨는 지난 1993년 17세에 삼성전자 반도체사업부에 입사해 온양사업장에서 7년 간 근무했다. 그러던 중 1999년 6월 복부팽만과 구토 등의 증상이 악화돼 더 이상의 근무가 어렵게 되자 퇴사했다. 이후 병원 진단 결과 난소에 악성종양 등이 발견돼 12년 간 투병 끝에 2012년 1월 3일 36살의 나이로 사망했다.

딸의 사망 원인에 대해 이씨의 아버지는 딸이 유해성이 있는 에폭시수지 접착제 EN-4065, 8351C를 사용했다며 업무상 재해를 주장했지만 삼성과 근로복지공단 측은 반도체 공정과의 연관성을 인정하지 않았다. 즉 유해물질인 석면 등이 근무한 공정에서 취급되지 않았다는 게 이유였다.

양 측의 상반된 주장에 대해 재판부가 사실조회를 실시했고 그 결과 현장에선 유족 측의 주장대로 해당 접착제가 사용된 것으로 드러났다. 문제의 접착제에는 발암물질 포름알데히드와 생식독성물질 페놀의 화합물 성분이 포함된 것으로 확인됐다. 더불어 산업안전보건공단의 부실한 역학조사도 도마에 올랐다. 재판 과정에서 당시 공단 측이 역학조사를 진행하면서 유해성 물질의 농도를 비롯해 공기 중 유해인자에 대한 작업환경측정 등을 실시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재판부는 "망인(이씨)이 (반도체 공장) 작업장에서 근무하면서 유해 화학물질에 노출된 것으로 보이고 상당한 기간 주야간 교대근무와 스트레스 같은 유해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망인에게 질병이 발생한 것으로 볼 수 있다"며 "이러한 유해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망인에게 좌측 난소의 경계성 종양이 발병한 것으로 봄이 상당하고 이후 질병이 재발, 악화되어 악성 종양으로 발전했다고 볼 수 있어 망인의 사망은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특히 이번 판결은 이씨의 난소암 발병 원인이 의학적으로 정확히 규명되지 않은 상황에서 내려졌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이번 판결과 관련 반올림 측은 "삼성전자는 작업장 안전보건관리를 소홀히 해 노동자들을 병들고 죽게 한 책임을 통감 하고 그러한 내용의 사과와 배제없이 충분한 보상을 약속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반올림은 "삼성전자는 이번 판결을 통해 반도체 공장의 안전보건 관리에 많은 문제가 있었다는 점이 드러났을 뿐 아니라 소송이 진행되던 중에도 자료은폐와 왜곡으로 유족들의 산재인정을 방해했다"며 "삼성전자는 유족들에게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올림은 또 "지난해 9월부터 (삼성전자가) 기습적으로 강행한 보상절차에 따르면 이번에 산재인정 판결을 받은 ‘난소암’은 3군 질환에 불과해 그 유족들은 가장 낮은 수준의 보상(치료비 정도)을 받을 수 있을 뿐이다"며 "이러한 기준은 이제껏 난소암이 산업재해로 인정된 사례가 없다는 점을 고려한 조정권고안의 기준을 무비판적으로 수용한 결과다"고 지적했다.

반올림은 이어 "산재 인정여부에 따라 보상 내용에 차등을 두는 것은 그동안 삼성전자의 자료은폐와 회유 등으로 산재인정에 어려움을 겪어온 피해자들에게 이중의 고통을 전가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이번 판결은 삼성의 독단적인 보상절차에 많은 문제가 있다는 점, 특히 일방적으로 정한 보상기준과 내용이 전면 재검토될 필요가 있다는 점을 드러내는 것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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