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동미사일
9월 3일 새벽 03시 함경남도 원산 앞바다
바다는 칠흑 같은 어둠에 휩싸여 있었다. 바다의 날쌘 돌이 유도탄정은 어뢰를 옆구리에 찬 채 물 위를 스치며 날아가는 조약돌처럼 파도 끝을 타고 돌진했다.
원산 앞바다 공해상에서 대기 중이던 조지워싱턴항공모함 전투단을 향한 북한 해군의 돌풍작전은 야음을 틈타 개시되었다.
3천 킬로그램의 어뢰는 말을 탄 무사가 겨눈 창날처럼 각을 세우고 목표를 향해 돌격했다.
전투함에서 쏘는 함포 불꽃이 소나기처럼 쏟아지며 날았다. 북한 해군 7개 전단에선 100밀리미터, 85밀리미터 기관포가 재봉틀 소리를 내며 돌아갔다. 바다는 눈만 깜빡인 채 숱한 주검들의 무덤이 되었다.
조지워싱턴항공모함 전투단은 당황했다.
작은 나뭇잎 같은 배로 요리조리 치고 들어오는 유도탄정은 레이더에서도 추려내기가 어려웠다.
기관포는 토하듯이 포탄을 쏟아냈지만 작은 함정은 파도를 타며 피했다. 맞히느냐 맞느냐 죽느냐 사느냐 단순한 논리 속에 세계 최신예무기를 장착한 해군과 정신력만 강한 인민해군의 싸움은 뻔한 결과를 예상하고 있지만 쉽지 않았다.
전쟁은 윤리와 양심을 가장 저주스럽게 뭉게 버리며 오로지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 쳤다.
유고급 소형잠수정에 어뢰와 폭약을 실은 동해 해상정찰대 자살특공대는 지그재그로 기동하며 항공모함을 향해 돌진해 들어갔다.
거인 조지워싱턴항공모함은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 허둥거렸다.
미 해병의 상륙작전을 차단하기 위해 깔아놓은 수백 개의 기뢰가 둥둥 떠다녔다. 한 밤의 불꽃놀이처럼 하늘과 바다 위에서는 붉은 총탄이 어지럽게 날았다. 살고자 하는 자, 죽고자 하는 자들이 부딪히는 처절한 전투는 수많은 주검들을 바다로 내던졌다. 검은 파도는 넘실거리며 괴로워했다.
바다 위 100피트로 날아드는 AN-2기 특공대는 새떼처럼 집단 돌격비행하며 항공모함으로 돌진했다. 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의 가미가제식 자살공격이 재연되고 있었다.
거인은 날파리 떼에 휘말리듯 허우적거리며 쫒아냈지만 파고드는 놈들을 전부 때려잡을 순 없었다.
30mm 벌컨포는 쉴 사이 없이 소나기처럼 퍼부었다. 항공모함의 지휘탑인 7층 높이의 아일랜드에 AN-2기 한 대가 한쪽 날개에 기관포를 맞고도 비스듬하게 날아가 꽂혔다.
검붉은 화염이 튀며 함교가 불길에 휩싸였다. 격추되어 떨어지는 또 다른 항공기는 발악을 하듯 비행 활주로 갑판 위로 떨어져 화염과 함께 폭음이 터져 나왔다. 활주로 갑판 위는 상처를 입고 깨져서 전투기 이착륙은 중지되었다. 새까맣게 엉겨 날아가는 기관포에 맞아 AN-2기는 가랑잎 떨어지듯 바다 속으로 떨어져 들어갔다.
바다 속의 자살특공대 유고급 잠수정도 돌고래 떼거리처럼 20층 높이의 항공모함을 향해 돌진했다.
20여 척의 잠수정 무리는 상어에 잡혀 먹히듯 이지스 전투함과 대잠헬기에서 쏘아대는 로켓에 대부분 중간에 폭파되어 터져나갔다.
특공대원들은 산산이 찢기며 그대로 고기밥으로 표류해 흘러갔다.
적막과 전율이 공포로 다가섰다.
항공모함의 호위함 차단막을 겨우 통과한 잠수정 한 대가 조지워싱턴 항모 중간을 그대로 충격했다. 전기충격을 받은 사자처럼 항모는 몸을 움찔하며 포효하듯 했다.
쾅!
둔탁한 울림이 선체를 흔들고 뒤이어 항모 좌현 앞부분 쪽으로 또 한 대가 부딪치며 폭발했다. 항공모함은 비명을 지르며 휘청거렸다.
바다는 출렁이며 거인의 추락을 받치듯 파도는 넘실거렸다.
하늘에 떠있던 호넷전투기는 갑자기 착륙할 활주로를 잃어버렸다.
전투기는 하늘을 맴돌고 조종사는 항모 지휘탑과 교신이 두절되자 결국에는 낙하산으로 탈출했다. 예상하기 힘든 전쟁의 한판이 바다 위에서 전개되고 있었다.
돌풍작전 30분 뒤 북한의 자랑이자 비장의 무기 노동미사일이 땅속 깊은 곳에서 트레일러에 실려 지상으로 전개되었다. 지하 갱도에 있는 미사일 뚜껑은 개방되었다.
미국의 강력한 공중공격으로부터 생존한 미사일은 바싹 독이 오른 듯 하늘을 향해 곧추세워졌다.
미사일 발사 레이더가 비행 궤도 추적을 위해 동경 137도 36분 21초 방향으로 강력한 레이더파를 상공으로 쏘아 올렸다.
수만 Km 상공의 미국 스파이 위성에서 즉각 감지했다. 일본 아오모리에 있는 세계 최대 레이더 X밴드가 바쁘게 돌며 레이더파를 잡았다. 상황은 미 본토 워싱턴 국방정보국 미사일 궤도추적반과 일본 방위성 정보본부 기술정보반으로 전송되었다.
새벽 04시 북한의 함경도, 자강도, 평안도의 깊은 산악지대인 후창, 용림, 영저리 땅굴갱도와 미사일 이동식 텔 차량에서 하얀 연기를 내뿜으며 25미터의 검은 용으로 불리는 노동미사일이 솟구쳤다. 백여 발의 불덩어리는 동해 바다 상공 위로 내달았다.
바다 위에 떠있던 미국과 일본의 이지스함에서 미사일 요격 레이더가 숨가쁘게 돌아갔다. 이지스 전투함들도 수백 개의 미사일 불덩어리를 쏘아 올렸다. 일본 수도 도쿄로 향하던 노동미사일들이 공중에서 파괴되면서 조각난 불덩어리 파편은 검푸른 바닷물로 떨어졌다. 이 세상에는 백퍼센트란 용어가 없듯이 용케도 살아난 미사일들은 꼬랑지를 흔들며 도쿄로 날아갔다.
바다 위 일본 이지스함에서도 요격미사일이 솟구쳤다.
도쿄 미군기지 캠프자마에 있는 SM-3 요격미사일도 오랜 침묵을 깨고 하늘로 발사됐다.
막는 자와 뚫는 자의 먹느냐 먹히느냐의 생사는 순간에 결판났다.
일본인의 정신적 기둥 황실고쿄와 신주쿠 이치카야 방위성, 캠프자마 주일 미1군단, 요코다 제5공군기지, 미7함대의 모항 요꼬스카 항구로 미사일 파편이 떨어졌다.
하늘의 검은 사자같이 예고도 없는 죽음의 사자는 애초 표적과는 상관 없는 듯 여기 저기 사정없이 떨어졌다.
도쿄는 공황 상태에 빠졌다. 얼빠진 정신병자 같이 도시는 기능이 마비되고 모든 학교 그리고 회사는 정상적 업무와 등교가 중지되었다.
목표에 정확히 떨어지지 않은 미사일은 치요다구 황궁을 다행히도 빗나갔고, 어떤 미사일은 표적 계산에도 없는 도쿄만 레인보우 브리지로 떨어져 나리타공항에 이르는 길도 차단되었다.
하루 종일 구급차는 불이 날 정도로 환자를 실어 날랐고 사람들은 갈팡질팡했다. 사거리가 더 긴 노동미사일 B와 대륙 간 탄도미사일이 미국 B-2 폭격기전략기지인 괌 비행장 그리고 오키나와 가데나 공군기지로도 떨어졌다.
미국과 일본 그리고 세계는 경악했다.
북한의 반격을 예상치 않았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전 국토 지하에 6백km의 땅굴을 구축해놓은 북한에 대한 공중공격은 한계가 있었다.
이들이 반격하기 위해 갱도진지로 대피시킨 각종 전략 무기인 미사일 그리고 장사정포 등의 손실이 그리 크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전 세계적으로 땅굴을 저리도 길게 그리고 깊이 구축한 나라는 일찍이 없었다.
김일성 살아생전에 앞으로 미국과 싸워 이길 수 있는 건 땅굴을 파는 것이라 하여 전 국토의 요새화의 일환으로 한국 전쟁 이후 60여 년간 땅굴을 파왔다. 김일성의 전략이 적중한 것이다. 그들의 생각대로 김일성은 신이기 때문이었다.
UN안전보장이사회가 소집되었지만, 중국은 비토를 놓았다. 일본에 전개한 미군 병력을 철수하지 않는 한 중국도 심양군구를 북한으로부터 철수하지 않을 것을 발표했다.
일본의 대표적 보수언론 요미우리 사설은 다음과 같이 보도하고 있었다.
“우리의 마음이 부글부글 끓고 있어 당장 전쟁 비용을 전부 미국에 지불하더라도 이 기회에 북한을 핵무기로 공격해 이와 같은 깡패 국가를 지구상에서 없애버려야 한다는 생각이 간절하지만 어떠한 경우에도 핵무기는 사용할 수 없다. 일본 내 50여 개의 원자력 발전기가 북한 특수부대나 미사일 공격으로부터 안전을 도모할 수 없었을 뿐 아니라, 미국의 핵공격에 북한은 반드시 핵으로 보복할 것이기 때문이다.
2차 대전 후 원자폭탄 후유증이 아직도 치유되지 않은 일본에서 핵전쟁은 포기할 수밖에 없는 옵션이다.
우리는 어쩔 수 없이 때리면 때리는 대로 맞고 그냥 보고만 있어야 하는 역시 돈만 알고 경제만 대국인 벌레 같은 나라다. 우리의 위치를 다시 한 번 심각히 생각할 시기가 도래했다. 이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친 선조영령들을 뵐 면목이 없다. 부끄러운 나라가 되어버린 현실 앞에서 죽음보다 더한 치욕을 느끼고 있다. 이 나라를 지키기 위해 스스로 죽음을 택했던 전쟁 영령들을 그리며 다시 한 번 뜨거운 경의를 표한다. 오늘 이 순간 가미카제 정신과 그분들이 그리운 까닭이다. 우리 모두 우리 가족생사를 우리가 아닌 미국의 손에 달려 있다는 사실도 독자 여러분 잊지 말기 바란다.”
사설 내용은 일파만파 일본 열도를 흔들면서 시민단체들은 술렁거렸다.
미 국가중앙정보기관인 CIA와 국방정보국 DIA는 북한의 핵탄두 개발과 공격 능력을 감지하고 있었다. 핵공격이냐 협상이냐 미국은 다시 고민에 빠져 들고 있었다. 세계 여론과 전쟁의 원칙을 고려하여 미국은 한반도에서 지상군을 이용한 재래전으로 북한을 굴복시킬 계획을 강력히 진행해 왔다. 한국 정부와 한국군의 현명한 선택을 기대했었다. 그러나 한국 정부는 의외로 소극적이었다. 북한에게도 한국의 전쟁 개입은 오히려 미국보다 더 두려운 적수였지만 북한도 한국을 자극하지 않았다. 서로가 상대를 너무나 깊숙이 잘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한국 정부는 미국과 안보동맹 조약이행으로 북진공격을 강하게 압박받고 있었지만 아직 아무런 확답을 내놓지 않고 있는 상태였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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