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류세인하 한달…정유사 ‘방긋’ 對 주유소 ‘울상’

노가연 기자 / 기사승인 : 2018-12-11 04:3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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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사, 올 국제 유가 상승분보다 덜 올려…한달새 17%↓
주유소, 경쟁 치열로 마진폭 감소…오름폭과 내림폭 같아

[일요주간=노가연 기자] “국제 유가 상승기에 국내 정유사와 주유소들은 유가 상승분을 내수 판매가격에 신속히 반영하지만, 국제 유가 하락기에는 판매가에 대한 반영이 느리고, 적용 폭도 좁다.” <소비자시민모임>


2010년대 초 국내외 유가가 급등하면서 정유사와 주유소에 대한 이 같은 질타가 제기됐지만, 올해 정유사와 주유소들이 이 같은 주장에서 벗어나게 됐다. 유가 상승기에 유가를 적게 올린 반면, 하락기에는 내림폭을 상당부분 반영한 것이다.


다만, 정유사들은 수출 호조로 큰 수익을 낸 반면, 주유소들은 여전히 경영이 어려운 것으로 나타났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기름값에 영향을 미치는 두바이 현물가격과 싱가포르시장의 석유제품 가격이 10월 초를 기준으로 상승세가 꺾였다.


두바이유와 싱가포르 유가는 우리나라 기름값에 각각 4주와 2주 간의 시차를 두고 영향을 미친다.


이중 두바이 현물가격은 올초 배럴당 64.4달러에서 거래가 시작됐으나, 이후 꾸준히 오르면서 10월 초 84,4달러로 연초보다 23.7% 급등했다. 이후 두바이유는 상승세가 꺾이면서 지난달 29일 58.3달러로 연중 고점보다 30.9% 급락했다. 12월7일 거래가는 58.4달러로 소폭 올랐지만, 약세를 기록했다.


연초 싱가포르시장에서 현물가격도 배럴당 휘발유가 74.5달러, 경유가 78.4달러에 각각 거래됐다. 싱가포르 가격 역시 꾸준히 오름세를 보이다 휘발유가 10월 2일 92.4달러, 경유가 10월 4일 100.1달러로 연초보다 각각 24%, 27.2% 크게 상승했다.


이후 싱가포르시장의 제품가격도 내림세를 기록해 휘발유가 57.8달러(11월 29일). 경유가 70.75달러(12월 7일)로 고점보다 37.4%, 29.3% 각각 급감했다.


반면, 국내 유가는 국제 상승기에 국제 유가보가 덜 올랐지만, 하락기에 하락폭은 제대로 반영된 것으로 파악됐다.


연초 국내 정유 4사는 세후 리터당 휘발유를 1448.7원, 경유를 1237.8원에 공급했다.


유류세 인하 전인 10월 초 성남시 양지동에 자리한 한 알뜰주유소 유가현황.
유류세 인하 전인 10월 초 성남시 양지동에 자리한 한 알뜰주유소 유가현황.

이후 유가 상승기에는 상승분을 공급가에 반영하면서 10월 중순 휘발유는 1608.9원, 경유는 1441.7원으로 올해 최고점을 찍었다. 이는 연초보다 각각 11.1%, 16.5% 오른 것으로 국제 유가 상승분에는 크게 미치지 못한다.


이후 국제 유가 하락 폭을 고려해 정유사들은 11월 말 각각 1235.1원, 1146.9원으로 연중 고점 보다 각각 23%, 20.4% 각각 크게 인하하는 등 국제 유가 인하분을 상당히 반영했다.


인상기에 인상 폭을 최소화하고, 인하기에는 국제 유가 인하 폭만큼 내리면서, 소비자단체 등이 지적하고 있는 ‘정유사, 국제 유가 반영 미미’에서 자유롭게 됐다는 게 업계 분석이다.


이에 대해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종전 소비자단체 등은 국내외 유가 등락분에 대해 특정시기에 한해 부분비교를 했다”며 “정유사들과 석유협회 등은 국제 유가 움직임을 투명하게 국내 가격에 반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연간 단위로 살핀 국제 유가 움직임과 국내 유가는 다소 오차가 있을 수 있지만, 비슷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며 “올해 유류세 인하분이 반영되면서 국내 유가가 국제 유가 흐름과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주유소도 상황도 비슷하다.


연초 리터당 휘발유가 1544.9원, 경유가 1337원이었으며, 연중 최고가인 10월 5주보다 각각 9.4%(145.1원), 11.8%(158.3원) 오르는데 그쳤다. 이어 유가가 하락하면서 12월 1주 가격은 각각 1481원, 1362원으로 최고가보다 12.7%(209원), 8.9%(133.3원) 내렸다.


반면, 정유사와 주유소의 희비는 엇갈린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정유사들은 국제 유가(이란 제재 영향 등)와 수출단가 상승, 세계 석유제품 수요 증가로 1∼11월 수출이 전년 동기보다 50% 급증하는 호조를 보이면서 탁월한 경영 실적을 보였지만, 주유소들은 여전히 경영이 어려운 것으로 확인됐기 때문이다.


실제 업계 1위 SK에너지는 올해 1∼3분기 연결기준 영업이익이 1조1866억원으로 전년동기보다 28.8%(2654억원) 급등했다. 상승폭에 다소 차이가 있지만, GS칼텍스 등 나머지 정유3사도 마찬가지이다.


다만, 주유소들은 치열한 경쟁으로 절반 이상의 주유소들이 전국 평균 매출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달 초 유류세 인하 후 같은 주유소의 이달 10일 유가현황.
지난달 초 유류세 인하 후 같은 주유소의 이달 10일 유가현황.

한국주유소협회 관계자는 “주유소들은 정유사 사입가에 일정 부분 마진을 추가해 판매가를 정하고 있다”며 “주유소들은 국제 유가가 일정한 수준으로 지속되는 편이 유리하지만, 현재 전국 주유소들은 경영이 어려워 사지에 내몰렸다”고 강조했다.


이는 1990년대 중반 주유소 거리제한 폐지와, 가격 자율화 등으로 경쟁이 치열해 졌고, 현재 매출액 대비 카드 수수료를 산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이 관계자는 “유가에서 유류세가 60% 이상을 차지하고 있으며, 주유소들이 유류세에 해당하는 카드수수료도 부담하고 있다”며 “현재 관련 소송이 진행 중이라 이르면 내년 1심 선고가 나올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유류세인하에도 불구하고 11월 소비자물가는 전년 동월보다 2% 상승한 것으로 파악됐다.


서민 연료인 등유가 유류세인하 대상에서 빠지면서 6년 11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오른데 따른 것이다. 올초 등유는 리터당 888.8원에서 11월 9일 1013.4원으로 14% 올랐으며, 이후 상승세가 꺾이면서 989.9원(12월 9일)으로 고점보다 2.3% 하락에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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