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엄동설한을 따뜻하게 녹여주는 기부 천사들

최충웅 언론학 박사 / 기사승인 : 2018-12-19 15:0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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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충웅의 시사터치]
최충웅 언론학 박사.

[일요주간=최충웅 언론학 박사] “땡그랑 땡그랑” 해마다 이맘때면 구세군 자선냄비 종소리가 저물어가는 12월과 함께 찾아온다. 따뜻한 손길을 기다리는 연말연시, 기어이 자신을 밝히지 않는 ‘얼굴 없는 천사’들의 기부 행렬이 매서운 추위를 따뜻하게 녹여준다.


그동안 4년 연속 1억 원 수표를 자선냄비에 넣고 사라져 세간의 화제를 모았던 주인공이 서울 신월동 주민 이상락 씨로 밝혀지기도 했다.


얼마 전 과일장사로 평생 모은 400억 원 상당 전 재산을 대학에 기부하기로 한 노부부 사연이 화제였다. 서울 동대문구에 사는 김영석·양영애 씨 부부는 과일을 팔아 마련한 건물과 토지 등 부동산을 큰아들 모교인 고려대학교에 기부하기로 했다. 1960년대에 과일 리어카를 끌며 장사를 시작한 부부는 근검절약에 교통비 아끼려고 매일 새벽 한 시간씩 과일 도매시장까지 걸어 다녔고, 안 쓰고 안 입고 억척스럽게 모은 돈을 두 자식에게 물려주지 않고 인재를 키우는데 써 달라며 쾌척한 것이다. 이들 부부는 초등학교 졸업장도 없지만, 인재 양성을 위해 배려하는 노부부의 기부는 감동의 울림이 매우 크다.


지난 연말 전북 전주의 한 주민센터 근처에서 발견된 종이상자에는 소년소녀 가장들에게 새해 인사와 힘을 내라는 응원의 글과 함께 5천만 원이 넘는 돈이 들어 있었다. 이름과 얼굴을 공개하지 않고 전화로 돈을 놓아둔 곳만 알리고 홀연히 사라지기를 15년째 계속하고 있다. 그동안 기부한 액수가 4억 원에 이른다.


충북 제천에서도 신원을 밝히지 않은 기부자가 소외계층에게 전달해 달라며 연탄 2만 장 기부를 11년째 되풀이되고 있다. 1억 2천만 원을 익명으로 기부한 대구의 한 시민까지 경제 불황 속에서도 얼굴 없는 천사들의 선행이 이어지고 있다.


경북 안동소방서에서 일하는 30세 쌍둥이 소방관 김수현, 김무현 형제가 작년 첫 월급 160만원 전액을 내놓고 앞으로 5년간 1억원을 기부하기로 약속한 사연이 최근 언론에 보도됐다. 이들 형제는 아너소사이어티에 가입을 한 것이다. 아너소사이어티는 2008년 사회복지공동모금회가 설립한 1억원 이상 고액 기부자 모임이다.


21세에 대학 진학을 포기하고 맨주먹으로 창업해 연매출 20억원에 직원 30명을 둔 어시스트엔터프라이즈회사 김영호(26) 대표가 올해 초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1억원을 기부했다.


흙수저 출신들의 1억 기부자들이 20대 젊은 층이라 더욱 가슴을 뜨겁게 해준다. 2010년에만 해도 아너 소사이어티에 20~30대는 한 명도 없었는데, 그 이듬해 한 명씩 늘고 작년 25명, 올해 22명이 1억원을 기부해 신규 가입자의 11%에 달한다고 한다. 모금회 측은 지난 13일까지 총 1973명이 2169억원을 모금했고, 지난 한 달 동안만 회원이 39명 늘어 회원 2000명 돌파를 목전에 두고 있다고 한다.


한 해 기부금 총액이 460조원 넘는 미국은 기부 천국이다. 40대에 시작해 20년간 36조원을 기부한 빌 게이츠는 손꼽히는 기부왕이다. 작년에만 2조원 넘게 기부한 서른네 살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CEO가 2위다. 세르게이 브린 구글 창업자와 헤지펀드 매니저인 존 아널드 역시 30대 때부터 기부자 상위 10위권을 지켜왔다.


지난 1986년에 조직된 유산의 70% 이상을 사회에 환원하기로 한 '유산 남기지 않기 운동'에 약 2000명이 가입했고, 지난해 창립된 '참 행복 나눔 운동'에 유산의 일부를 기부하겠다는 사회 지도층 인사가 400명 넘게 참여하고 있다.


살기가 팍팍해지는 세상에 땀 흘려 모은 재산을 나누는 이들이나, 위기 상황에서 자신을 희생하는 숨은 의인들이 있어 엄동설한을 따뜻하게 녹여주고 있다.


흙수저 출신의 기부천사들을 보면서 기부는 결코 억만장자의 전유물이 아님을 깨닫게 해 준다. 기부란 반드시 거액만이 아니다. 연말연시 추위와 굶주림에 떨고 있을 우리 이웃의 소외계층은 연탄 한 장, 라면 한 봉지가 추위를 녹여주는 훈훈한 이웃으로 밝혀준다.


[필자 주요약력]


(현) 경남대 석좌교수


YTN 매체비평 출연


(전) 경희대 언론정보학부 교수


방송통신심의위원회 특별 위원장


방송위원회 심의 위원장


언론중재위원회 위원


KBS 예능국장, 총국장, 정책실장, 편성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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