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터치] 육체노동 정년 65세, 고령화 사회 대비 시급하다

최충웅 언론학 박사 / 기사승인 : 2019-02-23 19:2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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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충웅 칼럼]
▲최충웅 언론학 박사.

[일요주간 = 최충웅 언론학 박사] 대법원이 육체노동자의 정년을 65세로 상향해야 한다는 판결을 내렸다. 육체노동자가 일해서 소득을 얻을 수 있는 가장 많은 나이, 즉 가동(稼動)연한을 기존 만 60세에서 65세로 높이는 취지의 판결이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21일 수영장에서 익사 사고로 숨진 박모(당시 4세)군의 가족이 수영장 운영 업체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60세를 기준으로 책정된 손해배상액을 65세로 상향해 손해배상액을 다시 계산하라’는 취지로 사건을 서울고법에 돌려보냈다.

대법원이 지난 1989년 12월 가동연한을 55세에서 60세로 5년을 올린 지 30년 만에 이뤄진 판결이다. 이는 우리 사회의 시대적 변화를 상징적으로 반영한 것이며, 곧 바로 눈앞에 들이닥친 거대한 고령화 파도의 예고편이기도 하다.

고령화가 본격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우리사회의 사회·경제적 인구학적 변화를 감안 할 때 이번 판결은 이미 예견된 것이었다. 우리 사회의 고령화 속도는 빠르게 진행되어 왔다. 지난 30년 동안 국민 평균수명은 남자 67세, 여자 75.3세에서 2017년에는 남자 79.7세, 여자 85.7세로 늘었다. 법정 정년은 만 60세 또는 만 60세 이상으로 연장됐고 기대수명이나 평균수명이 과거에 비해 크게 높아졌다.

고령 경제활동인구가 늘어나 65세 이상 노인의 경제활동 참여율도 30%를 넘어선다. 정년퇴직 후에도 일을 하는 인구가 늘어 실제 은퇴연령은 72.1세라는 조사결과도 있다. 미국은 가동연한을 65세, 일본·독일은 67세를 적용하고 있다.

대법원의 이번 판결은 노동계와 산업계는 물론 우리 사회 전반에 커다란 파장을 몰고 올 것으로 예상된다. 고령자를 우대하는 각종 복지제도에 있어서 노인 연령의 기준점을 변경하는 등 복지 정책 전반을 재설계하는 문제와도 직결돼 있다.

우선 예상되는 변화는 보험료 상승이다. 손해배상보험금 지급이 위자료가 늘어나는 만큼 자동차보험이나 산재보험 등 보험료 인상이 뒤따를 수밖에 없다는 게 보험업계의 견해이다. 각종 사고로 숨지거나 영구적 장애를 입을 경우, 보험사가 고객에게 지급해야 할 위자료, 즉 보험금이 그만큼 늘어나게 된다. 각종 보험상품의 보험금 지급액이 늘어나면 개별 보험료가 오르고 물가 안정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게 되므로 경제적인 파장도 우려된다.

우리 국민의 평균 기대수명이 이미 80세를 넘고 있는 상황에서 당장 현행 만 60세인 법정 정년을 만 65세로 연장하는 문제에 대해 사회적 논의가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정년 연장은 고용비용 증가 등으로 노사 갈등이 야기될 뿐더러 청년 실업률이 10% 를 넘는 상황에서 자칫 청년 실업을 심화하는 부작용을 초래할 수도 있다.

임금체계 개편 등 노동시장의 개혁과 더불어 충분한 사회적 합의가 선행돼야 한다. 정년연장 문제를 섣불리 접근하면 자칫 세대간 갈등이 확대될 수 있다. 또 법정 정년을 연장하는 것은 국민연금이나 기초연금 같은 각종 연금의 수령개시 연령을 재조정하는 문제와 맞물려 있다. 현재 65세부터 받고 있는 기초연금에서부터 지하철 무임승차에 이르기까지 많은 복지제도 수급 기준 조정이 뒤따르게 된다.

노인 연령 기준 상향은 기초연금과 장기요양보험 등 복지 혜택과 직결된 문제이므로 사회안전망 구축과 노인 빈곤층에 대한 대책 등 초고령사회에 적극 대비해야 할 문제이다.

최금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노인 연령 기준을 기존 65세에서 70세로 올리는 방안에 대한 사회적 논의를 시작하자고 제안한 바 있다. 노인복지법상 65세인 노인 기준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지금 추세로 보면 불과 6년 뒤인 2025년부터 노인 인구 비율이 20% 이상인 초고령사회로 진입하게 된다. 노인복지·고령노동 관련 제도를 다시 설계해야 하는 등 정책 변경이 불가피하다.

정부는 물론 공공기관과 민간 기업들도 미리미리 서둘러 대비해야 할 것이다. 우리 사회 여러 분야에서 민감하게 얽혀있는 과제들이 산적해 있다. 세대 간·계층 간 갈등을 심화시킬 수 있는 만큼 사회 구성원들의 여론을 충분히 수용해서 혼선과 불필요한 비용을 줄여야한다. 각 분야별 의견 개진과 토론 공론화 과정을 충분히 거쳐 합리적 방향을 도출해 내야 한다. 사회적 대화와 합의가 절실히 요구되는 중차대한 국가적 과제인 것이다.

[필자 주요약력]
(현) 경남대 석좌교수
YTN 매체비평 출연
(전) 경희대 언론정보학부 교수
방송통신심의위원회 특별 위원장
방송위원회 심의 위원장
언론중재위원회 위원

KBS 예능국장, 총국장, 정책실장, 편성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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