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상규명" vs "사법리셋"… 지방선거 앞두고 발의 시점도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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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경훈 편집인 |
6·3 지방선거는 표로 심판하는 민주주의 축제다. 그러나 흥겨운 분위기와 달리 고개를 갸웃하게 하는 일이 벌어졌다. 지방선거를 한 달여 앞둔 4월 30일, 더불어민주당이 발의한 ‘윤석열 정치검찰 조작기소 진상규명 특검법’ 때문이다.
이 특검법은 겉으로 ‘정치검찰의 조작수사 진상 규명’을 내세웠지만, 속은 따로 있다. 바로 특검에 사실상 ‘공소 취소 권한’을 부여했다는 점이다. 특검법 후폭풍이 거세다. 공소 취소는 입법부가 사법 기능을 대신한다는 것, 지방선거 코앞에 집권 여당이 위험한 승부수를 던졌다.
특검법은 ‘공소유지 여부의 결정을 포함한다’는 문구를 사용했다. 법조계에서는 이를 두고 ‘우회적 공소 취소 조항’이라는 해석이다. 형사소송법상 검사는 1심 판결 선고 전까지 공소를 취소할 수 있다. 특검이 사건을 넘겨받아 공소유지를 하지 않겠다고 판단하면 끝이다. 이재명 대통령 관련 사건 상당수가 사라질 수 있다는 뜻이다.
◇ 공소 취소는 ‘입법부가 사법 기능을 대신하는 것’
공소 취소는 대장동, 성남FC, 쌍방울 대북송금 의혹은 물론이고, 대법원이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한 공직선거법 위반까지 대상이 될 수 있다. ‘진상규명’과 ’사법리셋‘을 놓고 고개를 갸웃할 수밖에 없다. 이 같은 위법성 논란에 대해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재판 중인 사건의 기소에 관여할 목적이라면 명백히 법 취지에 어긋나는 것”이라고 말했다.
더 큰 문제는 대통령이 임명하는 특검이 대통령 사건을 공소 취소할 권한을 갖는 게 적절한가이다. 특검법안을 보면 특검 후보는 민주당과 국민의힘, 조국혁신당이 한 명씩 추천하고, 대통령은 이 가운데 한 명을 임명한다. 형사사법 원칙인 '자기 사건의 심판 금지'와 '이해충돌 회피 원칙'에 정면으로 배치된다.
특검이 수사와 기소를 넘어 검찰이 제기한 공소까지 취소하는 건 취지에 맞지 않는다는 주장이 있다. 검찰 수사의 공정성을 담보하지 못할 때 예외적으로 설치되는 수사기관이 특검이다. 그런데 특검에 지나치게 과도한 권한을 부여했다는 것이다.
이번 특검 법안의 처리 시기도 논란이다. 지방선거를 불과 한 달여 앞두고 등장했다는 점에서 정치적 파장이 크다. 민생과 경제, 지역 현안을 다뤄야 할 선거판이 ‘방탄 정치’ 논란으로 빨려 들어갈 가능성이 커졌다. 논란이 될 게 뻔한 법안이 몰고 올 후폭풍이 만만찮다.
국민의힘 등 보수 야권에선 ‘셀프 면죄부 특검법’이라며 총공세에 나섰다. 여권 일각에서도 특검법 역풍으로 선거판이 어떻게 변할지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전문가들도 중도층 이탈과 보수층 결집으로 영남지역과 지방선거와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관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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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천준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직무대행과 국정조사특위 위원들이 지난 4월 30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안과에서 '윤석열 정치검찰 조작기소 진상규명 특검법'을 제출하고 있다. (사진newsis) |
◇ 국민의힘 총공세 “셀프 면죄부 특검법”
민주당이 법안을 서두르는 배경에는 다양한 해석이 나온다. 무엇보다 이재명 대통령의 지지율이 높고 지방선거 판세가 유리한 지금이 적기라는 판단이다. 아울러 특검법이 선거에 별 영향을 주지 않을 거라는 낙관적인 전망도 있다.
과거 국정조사에서 드러났듯, 검찰의 불법적인 수사와 기소에 대한 비판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오히려 지지층 결집을 꾀할 수 있다는 기대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지방선거 후 하반기 원 구성과 전당대회 등으로 특검법이 밀릴 수 있다고 민주당 지도부가 우려했다는 관측도 있다.
‘도둑이 제 발 저린다’는 말이 있다. 결백하다면 법정에서 당당히 다투면 될 일이다. 굳이 특검을 통해 기존 기소 자체를 무력화하려는 모습을 보이는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하다. 정치적 방어권 차원을 넘어, 국가 형사사법 체계를 뒤흔드는 시도라는 비판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특히 우려스러운 것은 삼권분립 훼손 논란이다. 입법권을 장악한 정치권력이 특검을 통해 사법 절차에 개입하는 건이다. 대통령 본인 관련 사건의 존폐까지 좌우하는 구조라면 이는 단순한 특검 차원을 넘어선다. 권력은 견제받아야 한다는 민주주의 원칙이 흔들릴 수 있다.
아전인수(我田引水)도 유분수라는 지적이다. 모든 제도와 해석을 자기 진영에 유리하게 끌어당기면 다친다. 적반하장(賊反荷杖)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수사를 정치보복이라 규정하며 되레 검찰을 피의자로 몰아세우는 형국이기 때문이다.
◇ 국민은 과거에도 권력의 과도한 사법 개입에 냉정
이원석 전 검찰총장도 민주당이 주도한 ‘조작 기소 국정조사’를 강하게 비판했다. “입법부가 사법부인 법원의 법정을 국회로 옮겨와 국회의원이 검사처럼 추궁하고, 판사처럼 결정을 내리는 것은 삼권분립이 아니라 삼권통합”이라고 했다.
이어 미국 포크록 가수 밥 딜런의 발언을 인용하기도 했다. “밥 딜런은 1968년 베트남전쟁 당시 ‘애국심은 대통령의 말을 따르는 게 아니라 헌법을 따르는 것’이라고 했다”며 “비상계엄이나 국정조사, 특검법이 발의된 이 상황에서도 마찬가지다. 대통령 말을 따르는 게 아니라 헌법을 따르는 게 애국심”이라고 했다.
이 전 총장은 “국민이 선출한 정부는 국민의 신뢰를 바탕으로 성공해야 한다는 게 소신이었다”며 “대내외적으로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대통령께서 행정가로서 탁월한 면모를 보이고 계신다. 정부가 성공하기 위해서라도 위헌적인 특검은 진행돼선 안 된다”고 했다.
중도층 민심은 특히 민감하다. 강성 지지층은 환호할 수 있겠지만, 일반 국민은 “왜 하필 지금인가”, “왜 대통령 사건과 연결되는가”라는 의구심을 품기 쉽다. 선거는 결국 중도층이 결정한다. 과거에도 국민은 권력의 과도한 사법 개입 시도에 냉정한 평가를 내린 바 있다.
정치는 명분이 중요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국민이 느끼는 상식이다. 특검은 진실을 밝히기 위한 제도이다. 특정 사건을 없애기 위한 장치처럼 비쳐서는 안 된다. 만약 국민 다수가 이번 법안을 ‘셀프 면죄부’로 인식하게 된다면, 그 역풍은 지방선거 표심으로 직결될 가능성이 크다.
일요주간 / 김경훈 편집인 kkh4290@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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