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구글 페이지 회장 "창조경제는 실패를 용인하는 사회 분위기가 중요"

이연희 / 기사승인 : 2013-04-27 02:3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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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주간=이연희 기자] 박근혜 대통령이 26일 세계 최대 인터넷 검색서비스 업체인 구글의 공동창업자이자 최고경영자(CEO)인 래리 페이지 회장을 접견했다.

박 대통령은 이날 오후 2시부터 약 30분간 청와대에서 방한 중인 페이지 회장 일행과 만나 창조경제와 벤처 생태계 조성을 위한 정부의 역할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박 대통령은 "구글과 한국기업이 협력관계를 잘 이뤄 좋은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는 걸 참 기쁘게 생각한다. 세계시장에서 한국 스마트폰이 좋은 성과를 거두고 있는데 구글과의 협력이 큰 원동력이 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덧붙여 "구글로서도 새로운 영역으로 확대되는 계기가 될 것 같다"며 "구글과의 협력을 통해 좋은 일이 더 많았으면 좋겠다"고 제시했다.

창조경제와 관련해서는 "이제 기존 시장의 확대만으로는 경제성장이 어렵게 돼 새 정부는 창의력과 상상력이 정보통신기술(ICT), 과학기술, 문화콘텐츠와 만나 새로운 산업을 일으키고 새로운 일자리를 만드는 방향으로 경제발전을 이룩해나가려 한다"고 뜻을 내비쳤다.

그러면서 "창조경제를 위해서는 벤처기업이 주도적 역할을 해야 한다"며 벤처신화의 주역이라 할 수 있는 페이지 회장에게 벤처 생태계 조성의 핵심 요소에 대한 조언을 구했다.

이에 페이지 회장은 "구글을 시작하면서 공동창업자와 함께 박사과정에 있었다. 학교에서 사업에 실패해도 다시 받아주겠다는 이야기를 듣고 창업에 나설 수 있었다"며 위험을 감수하고 실패를 용인하는 학교와 사회 분위기를 강조했다.

그는 "지금까지도 박사학위를 받지는 못했지만 그 때 학교에서도 '리스크 테이킹(risk taking)'을 해준 것"이라며 "학교 뿐 아니라 국가도 리스크 테이킹을 해주는 것이 필요하다. 위험을 무릅쓰는 것이 어렵지만 굶지는 않는다"고 제시했다.

이에 박 대통령은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고 실패해도 다시 일어날 수 있도록 벤처생태계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그런 면에서 미국은 실리콘밸리 등 좋은 환경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과거 구글 본사를 방문한 경험을 언급하며 "본사의 자유롭고 창의적인 분위기가 무척 인상적이었다"며 "자기 업무시간의 20%를 업무 외의 관심 분야에 사용하도록 한다고 들었는데 그 곳에서 더 좋은 아이디어가 나왔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페이지 회장은 실리콘밸리의 성공요인에 대해 "창업과 교육 등 여러 활동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고 이윤창출이 이뤄지니 계속 사람을 끌어들여 기술혁신의 선순환이 이뤄져 왔다"며 "한국은 스마트 기술과 환경의 바탕이 이뤄져 있어 인력을 어떻게 잘 활용할 것인지가 중요한 것 같다"고 답했다.

더불어 "최근 한국의 싸이 현상에 대해서 놀랍게 생각한다"며 "재미와 예술을 접목하는 문화적 실험을 하고 있는 것 같은데 실리콘밸리도 LA와 근접해 있다는 것이 성공의 이유 중 하나였던 것 같다"고 제시했다.

구글의 분위기에 대해서는 "비공식 교류를 통해 아이디어가 많이 나오기 때문에 건물이나 시설을 구상할 때 의도적으로 사람들이 비공식적인 교류를 하도록 신경 많이 썼다"며 "최고의 결과물은 톱다운(top-down·하향식)의 리더십과 바텀업(bottom-up·상향식)의 의사결정의 결합에서 나온다. 위에서는 지도력과 비전, 밑에서는 엄청난 해결책을 가진 솔루션이 결합돼야 한다"고 답했다.

박 대통령은 공개·공유·소통·협력에 기반한 '정부 3.0' 구상에 대해 설명하고 이에 대한 조언을 구하며 "새 정부는 정부 3.0을 도입할 예정인데 정부가 먼저 정보를 개방해 민간에게 제공하고 이를 통해 사업아이디어도 얻게 해주고 정부에 대한 신뢰도 갖도록 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이어 "전에는 노하우(know-how)만 중요했는데 이제는 정보가 너무 많아서 노하우를 알기 위해 노웨어(know-where)도 알아야 한다. 정보도 너무 복잡하면 귀찮아서 포기하기 마련이기 때문에 쉽게 찾을 수 있어야 할 것 같다"며 "앞으로 각 부처 간 정보를 공유하고 국민에게 정보를 제공해야 하는데 구글이 정보교류 촉진의 좋은 툴을 갖고 있어 잘 활용될 수 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페이지 회장은 박 대통령의 정부 3.0 구상이 올바른 방향이라고 하면서 "정보의 투명성을 증진시키는 데 있어 정보의 복잡성을 제거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내다봤다.

한편 박 대통령은 인사말에서 "(페이지 회장의) 일정을 보니 새벽에 도착하셔서 바쁜 일정을 하루 종일 보내시고 저녁에 출국하시는 걸로 알고 있다"며 "구글은 창의력을 많이 개발하라고 직원들에게 여가를 많이 주는 회사로 알고 있는데 회장은 예외인 것 같다"고 농담을 건네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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