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월 15일 새벽 02시 일본 노도반도 앞바다.
어선으로 위장해 일본 영해 깊숙이 침투해 들어간 북한 인민무력부정찰총국 소속 정찰선 2척은 일본 노도반도 북방 4마일 해상에서 정선 명령에 불응하고 도주 중이다. 무장선박은 모든 항해등을 꺼버린 채 칠흑 같은 어둠 속으로 내달았다. 엔진 4개를 전부 가동하여 50노트의 전속력으로 파도를 뚫으면서 서쪽으로 도주하고 있었다.
일본 해상보안청 고속순시선 ‘마루야마 호’에서 쏘아 올린 조명탄 불빛에 드러난 도주 선박은 물 속으로 곤두박질치듯 파도를 절묘하게 타고 넘어갔다. 선체 전체가 물에 잠기듯 파도 너울 속으로 빨려 들다가 다시 살아나는 돌고래떼처럼 정찰선은 머리를 곧추 세운 채 파도 위로 솟구치며 달아나고 있었다. 해상보안청 고속순시선은 쉽게 따라 잡을 수가 없었다. 잠시 후 조명탄 3발이 연속해서 터지며 눈부신 섬광이 대낮처럼 쏟아져 내렸다.
그 순간 귀청을 때리는 연발 총소리와 함께 붉은 총탄이 일직선으로 도주 선박을 향해 날아갔다. 약속이나 한 듯 서쪽으로 도주하던 2척의 선박은 Y자로 갈라지며 흩어졌다. 조명탄과 기관포가 만들어 낸 붉은 기둥과 섬광들이 뒤섞이며 고속순시선과 무장정찰선의 추격전은 쉽게 끝날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도주 선박의 나무로 만든 선체에 천둥치는 소리와 함께 쇳덩어리가 박히는 소리가 ‘퍼벅’ 거리며 들려 왔으나, 아무 표식이 없는 검은색 복장을 한 사내들의 눈빛은 살쾡이처럼 번뜩이고 있었다.
죽음의 침묵 속에 눈꼬리가 찢어진 사내가 외쳤다.
“쌍두야, 기관총 걸어!”
두 명의 조원들은 조장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갑판 위를 덮고 있던 덮개를 걷어내자 구멍이 숭숭 뚫린 긴 총열의 기관총이 드러났다.
조장의 명령에 손잡이를 잽싸게 잡아 쥔 요원은 후미 방향으로 총구를 휙 돌리며 방아쇠를 당겼다.
타타타탕.
번갯불이 터지 듯 총열은 붉은 빛을 토해 내기 시작했다. 흥분한 총탄은 무거운 새벽공기를 가르며 먼 바다 동쪽 끝을 향해 불꽃을 튀겼다. 조원은 필사적으로 방아쇠 손잡이를 쥐고 두 눈을 부릅뜬 채 어둠속 고속순시선을 향해 총격을 가했다. 조타실 통신수는 모스 부호가 장착된 손바닥만한 빨래판 송신기로 적과 교전 중임을 알리는 비상 신호를 빠르게 눌렀다. 어디서 날아오고 있는지 방향을 알 수 없는 물기둥이 솟구치며 폭음 소리는 아득히 먼 곳에서 들리는 듯 가물거리며 귓전에 맴돌았다. 파도에 밀리는 뱃전에서 바다는 하늘로 올랐다 옆으로 누웠다를 반복했다. 조장의 이글거리는 눈동자가 전하는 말이 조원들의 심장으로 전해졌다.
“간나새끼들, 끝까지 포기할 줄 몰라. 야, 동철이 발사관으로 깨부수라.”
어창에 엎드려있던 조원이 로켓포탄발사관에 팔뚝만한 로켓을 장전하며 한쪽 옆구리를 갑판 뱃머리에 기대어 고속순시선을 조준했다. 흰 거품을 토하며 쫒아오는 고속순시선이 파도에 흔들려 위로 솟았다 옆으로 틀어졌다. 조준하던 조원이 소리쳤다.
“조장 동무, 사격거리가 너무 멈니다.”
“어차피 물고기 밥이 될 거라면.”
‘’야, 조타수 1, 2번 엔진 끄고 속도 줄이라.”
조장은 잠시 생각하다 결단한 듯 조타수에게 소리쳤다.
조타수가 손을 떨며 엔진을 끄자 도주선박은 속도가 급격히 줄어들었고 추격하던 고속순시선이 순식간에 발사관수의 두 눈에 가득 찼다. 귓전을 때리는 날카로운 기관총 소리와 동시에 피탄이 선체에 박히면서 통신수가 맞고 벌렁 나자빠졌다. 우측 어깨에 로켓발사관을 메고 조준하던 조원이 방아쇠를 당기자 주먹만한 불덩어리가 붉은 바람을 토하며 날아갔다.
마루야먀호 조타실은 폭음 소리와 함께 붉은 화염에 휩싸였다. 추격하던 고속순시선은 갑자기 방향을 잃고 우측으로 원을 그리며 기울기 시작했다.
멀리 서북방으로 도주하던 2호 도주 선박에서 불기둥이 솟아올랐다. 일본 자위대 소속의 전투기 2대가 시커먼 그림자를 드리우며 조명탄을 발사한 후 도주 선박의 위치를 파악했다. 전투기의 급하강 하는 굉음과 세찬 후폭풍이 조원들의 얼굴로 몰려왔다.
그 순간 전투기에서 발사한 미사일이 뱃머리를 스치며 바다에 떨어져 거대한 물기둥이 솟아올랐다. 조타수는 모든 엔진을 가동시켜 혼신을 다해 서쪽으로 내달렸다. 먼 동쪽바다로 검붉은 동이 터오기 시작했다. 두 번째 전투기가 기관포를 난사하며 도주선박 위로 빠르게 지나쳤다. 조금만 더 달리면 남한 영해인 것을 알고 있는 조장은 이를 악물고 하늘에 대고 AK소총을 난사해 보았지만 전투기는 수직으로 솟구쳐 꼬리를 흔들며 사라졌다.
<독도! 남조선의 바다라도 좋다. 저기만 가도 살 수 있다.>
조장의 조급한 마음과 달리 선박의 속도가 느려지고 있어 키를 잡고 선 조타수에게 소리쳤다.
“두태야, 보이냐. 저어기 독도?”
전방을 응시하며 서있던 조타수는 두 눈을 부릅뜬 채 말이 없었다. “양두태 동무, 내 말 들리는가?”
조장이 다가가 어깨를 덥석 잡아당기자 조타수의 몸뚱이가 그 자리에 퍽하고 쓰러졌다. 바닥에 흥건히 고인 피가 걸쭉하게 엉겨 붙으며 흘렀다. 조장의 눈빛에 힘이 들어갔다. 조타수는 총을 맞고도 무의식 상태로 조종간을 놓지 않았었다. 까맣게 보이는 독도가 눈앞에 뿌옇게 실루엣처럼 흐려왔다. 조장 김태수 대위는 자신이 직접 방향키를 잡고 엔진 속도를 올렸다. 연속해서 터지는 조명탄이 하늘을 붉게 수놓고 찰거머리처럼 끈질기게 따라 붙는 일본자위대 F-15전투기는 쉴 새 없이 기관포를 쏘아댔다.
조장은 끊임없이 선체를 파고드는 포탄 소리에 죽음의 문턱을 직감할 수 있었다. 수십 발의 기관포탄이 좌현 옆구리를 때리는 순간 꽝하는 폭음과 함께 두 동강난 선박은 하늘로 치솟으며 검푸른 물속으로 곤두박질쳐버렸다. 3시간 동안 쫓고 쫓기던 북한정찰선은 김영철 대장 휘하 정찰총국 소속이었다. 무장어선은 대한민국 독도 동북방 5마일 해상에서 수장되었다. 죽은 바다의 침묵 속에 파도는 하늘로 오르려 몸부림치고 있었다.

평양의 조선 중앙텔레비전 저녁보도에 조선인민군 인민무력부 대변인 문홍산 대좌가 얼굴을 내밀었다. 짧게 깎은 머리에 머릿기름을 진하게 발라 올백으로 넘긴 험악한 인상으로 ‘대 일본 성명’을 발표했다.
“우리 시각 오늘 오전 04시경. 동해 조선 영해에서 평화롭게 어로 작업을 하던 우리 공화국 어선을 일제 괴뢰군이 전투기와 함정으로 폭격하여 침몰시키는 무자비한 테러 행위를 자행했다. 미제 앞잡이 일본 괴뢰정부가 최근 우리 공화국 압살정책 선봉에 서서 조선인 총연합회 가족에게 보내는 대북 송금마저 전면 금지시키는 조치를 취해왔으며, 더욱이 의약품과 생필품까지도 모든 수출을 금지시킨 것도 모자라 독도는 자신들의 땅이라고 생떼를 쓰는 일본제국주의 자들에게 우리는 공화국의 이름으로 백만 배, 천만 배 무자비한 불폭탄으로 보복할 것을 만방에 선언한다.”
문홍산의 성명이 끝나자 조선중앙텔레비전은 북한정찰총국 특수부대의 훈련장면을 반복적으로 내보냈다. 화면에는 ‘우리 모두가 총폭탄이 되어 일본괴뢰를 보복하자!’는 구호가 흘러 나왔다.
그날 밤 10시 저녁 만수대의사당에서 김영남 최고인민위원회의 상임위원장은 조선중앙텔레비전 방송에 나와 나지막하고 위엄 있는 태도로 낮에 긴급히 소집된 최고인민회의 의결성명을 발표했다.
“우리 공화국은 미국, 일본 등 제국주의의 경제 압살정책에 직면해 최대의 어려움을 겪고 있다. 역사적 이념적 기로에 서 있는 우리는 지금의 난국을 극복하기 위해 백두혈통에 빛나는 김정은 동지를 받들어 주체사상, 선군사상을 지도적 향도의 별로 삼기로 결의했다. 따라서 조선노동당은 선군의 기치 밑에 혁명과 건설을 영도한다는 노동당 규약전문에 의거 김정은 대장 동지를 제3대 공화국 지도자로 영원히 따를 것이다.
우리는 이 시각 즉시 ‘국가비상혁명위원회’를 구성하며, 국가비상혁명위원회 위원장은 총명하신 김정은 대장 동지를 추대 한다.
김영남의 성명이 끝이 나자 조선중앙텔레비전은 최고사령관의 깃발을 배경으로 눈 속을 헤치며 백두산 밀영을 답사하는 김정은과 조선인민군전사들의 용감한 모습과 함께 ‘백두혈통 만만세!’라는 자막을 연이어 내보냈다.

한 시대를 풍미했던 김정일은 총격을 받았지만 의식이 있는 상태에서 갑자기 숨이 끊어졌으며 그의 장례식은 아버지 김일성처럼 성대히 진행된 후 금수산기념관궁전에 미이라로 안치됐다.
2012년 4월
‘리영호’ 총참모장을 중심으로 한 북한 군부는 개방을 주장하는 조선로동당 핵심인 장성택과
사사건건 대립하고 있었다.
4월11일 제4차 당대표자회의에서 국가비상혁명위원회는 김정각차수를 인민무력부장으로 보임시키면서 ‘리영호’를 견제하기 시작했다.
그로부터 3개월 후 ‘리영호’는 김정은 만찬에 초대되었다가 그 자리에서 체포되어 연금되었다.
‘리영호’를 추종하던 군부소장파 장성들은 금방이라도 터질 것 같은 활화산처럼 꿈틀거렸다.
설마 하던 ‘리영호’는 장성택에게 기습을 당하고 무장해제된 셈이다.
북한 군부가 동요하기 시작했다. <계속>


'시민과 공감하는 언론 일요주간에 제보하시면 뉴스가 됩니다'
▷ [전화] 02–862-1888
▷ [메일] ilyoweekly@daum.net
[저작권자ⓒ 일요주간.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부산 덕포동 중흥S클래스 건설현장서 화재 발생...검은 연기 치솟아 [제보+]](/news/data/20220901/p1065590204664849_658_h2.jpg)
![[포토] 제주 명품 숲 사려니숲길을 걷다 '한남시험림'을 만나다](/news/data/20210513/p1065575024678056_366_h2.png)
![[포토] 해양서고 예방·구조 위해 '국민드론수색대'가 떴다!](/news/data/20210419/p1065572359886222_823_h2.jpg)
![[언택트 전시회] 사진과 회화의 경계](/news/data/20210302/p1065575509498471_939_h2.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