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통일전쟁-4] “장성택이 당을 앞세워 군부를...”

이영 작가 / 기사승인 : 2015-10-30 15:4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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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지 독점연재 - 장편소설 ‘김정은 통일전쟁’ (4)
반혁명

8월 13일 밤 평양시 동남쪽 재령산
대동강이 유유히 흐르는 곳으로부터 불과 20km 남짓한 재령산 평양 방어사령부, 386사단 사령관 이재식 중장한국소장은 소문만 무성한 최근의 사태에 잠을 이룰 수 없었다.
얼마 전만해도 무소불위 총참모장이었던 그의 사촌형 리영호가 국가비상혁명위원으로 소집된 후 가택연금 되었기에 이 중장을 불안하게 만들었다.
들리는 풍문에 따르면 장성택이 김정은을 부추겨 군 장령인사 절차를 밟고 있다는 소문만 무성해 그는 요 며칠 흥분이 가시지 않아 뜬눈으로 밤을 지새우기 일쑤였다.
“뭐 하십니까? 이렇게 늦은 시간에.”
기척도 없이 사단장실로 들어온 사단 보위부장 허청강 대좌가 불쑥 말을 내뱉었다. 이 중장과는 평양고등중학교 선후배 사이로 평소 사담을 나눌 정도로 절친한 관계였다.
“어, 그냥 이것저것 생각하느라.”
필터까지 타들어간 담배를 재떨이에 짓눌러 끄며 이 중장이 대꾸했다.
“어떻게 왔는가? 무슨 일이라도 있는 거야?”
“조용히 드릴 말씀이 있는데, 여기 사무실은 좀 그러니, 나가시죠.” 이 중장은 허 대좌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밤 10시를 넘긴 시각 풀벌레 소리는 벌써 가을을 부르고 있었다.
두 사람은 건물 옆 등나무 아래 마주 앉았다. 속이 답답한 지 평소와 달리 정돈되지 않은 채 윗 단추가 풀어진 허 대좌의 상의가 여름 밤 바람에 펄럭였다.
“뭐가 어떻게 굴러 가는 거야?”
이 중장이 입을 열었다.
“장성택이 당을 앞세워 군부를...”
“뭐가 어드래? 우리 형님 소식 좀 있어?”
“끝났습니다. 아무도 접근이 안 됩니다.”
누가 들을 것을 의식한 것인지 허 대좌의 목소리는 작았지만 말을 시작하자 숨을 헐떡일 만큼 급하고 빠르게 쏘아댔다. 말을 전해들은 그의 눈빛이 달라지는 것을 느낀 허 대좌는 더욱 빠르게 말을 이어갔다.
“이대로 있다가는 오늘 밤이라도 당장 형님도 또 어떻게 될지 모르는 일입니다. 뭔가 특단의 조치를 취해야만 합니다.”
“그렇다면 이판을 뒤집어서 리영호 총참모장님을 구출해야 안갔어?”
“예, 사단장 동지.”
그는 마지막 한 개비 남은 담배에 불을 댕기며 조용히 물었다.
“저쪽의 아무런 대비가 없을 때 공격하자는 거지요.”
“허청강 동무 자신 있네?”
“내래 비밀일꾼을 보내 정보를 수집했는데, 저쪽 당 쪽은 아직 마음을 놓고 있는 상태라 합니다.”
“리영호 동지를 모시고 공화국을 다시 세웁시다.”
허 대좌는 자신 있다는 듯이 주먹을 들고 흔들어댔다.
“서둘러 준비하라.”
이 중장은 허 대좌의 어깨를 치면서 먼저 자리에서 일어섰다.
8월 14일 새벽 03시 30분
설익은 평양 새벽이 대동강 줄기를 따라 스미어 왔다. 이 중장은 사단장 단독명령으로 출동준비 비상발령을 내렸다. 10여 분 후 제대로 옷과 신발도 갖추지 못한 헐렁한 차림의 사단 정치위원 정수왕 대좌가 사단장실로 문을 박차고 들어와 그에게 소리쳤다.
“사단장 동지, 제 정신이오? 무슨 근거로 무장병력을 출동시키는 거요?”
“내가 지시했소.”
이 중장이 짧게 대답했다.
“정치위원인 내가 서명도 안한 출동 명령은 반혁명책동이요. 출동중지시키시오, 사단장 동지.”
중앙당의 직접 지시를 받는 총정치국 정치위원의 동의가 없는 무장병력의 이동은 북한에서는 금지된 사항이다. 비상혁명위원회가 구성되었어도 그 안에 당비서국 비서들이 그 기능을 대신하고 있었지만, 지금은 혼돈 상태였다.
총정치국 소속의 정 대좌의 출동정지 요청에 사단장은 바싹 마른 입술을 깨물었다.
“이보시오 정치위원 동무, 지금 역도들이 총참모장을 연금시킨 사실을 아시오?”
일그러진 얼굴로 되묻는 이 중장의 질문에 헝클어진 머리카락에서 식은땀을 흘리던 정 대좌는 상황이 심상치 않자 재빨리 허리춤에서 권총을 뽑아들었다.
순간 ‘타탕’하는 두 발의 총성이 울리며 매캐한 연기 속으로 정 대좌가 쓰러졌다. 사단장 내실에 숨어있던 보위부장 허 대좌가 화약 냄새가 나는 권총을 들고 걸어 나왔다.
“이 간나새끼래, 이럴 줄 알았소. 평소에도 내 일거수일투족을 중앙당에 삐딱하게 써 올린 놈 아이오, 죽어도 싸다우. 사단장 동지 쇠뿔도 단김에 빼랬다고 어서 밀어붙여 리영호 차수 동지를 구합시다.”
허 대좌는 얼굴이 붉어지면서 흥분되었다.
“사단장 동지, 내가 사단 내 모든 통신선을 끊으라고 지시했습니다. 일없으니까 출동합시다.”
그는 이미 통신참모에게 사단 작전차량, 장갑차의 무선 주파수를 전부 변경시키라고 지시해 놓은 상태였다.
그 시각, 사단장의 명령으로 이미 출동한 386사단 저격대대특수작전부대는 이미 대동강 언저리까지 접근해 있었다. 당 1호 청사와 85호 청사 김정일 집무실 방향으로 가는 길목인 대동교, 옥류교, 능라교를 점령하기 위한 작전이었다. 어두운 적막 속에 붉게 타오르는 주체탑을 바라보는 강 대위의 얼굴에 비장함이 감돌았다. 최우수 돌격대장 출신 중대장인 그는 오직 장군님을 구출한다는 생각에 이 한 몸쯤은 부셔져도 괜찮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붉은 빛이 쏟아지는 주체탑 정면 평양경기장에 다다르자 3개 소대를 목표인 교량 세 곳으로 분산한 후 점령할 것을 지시했다. 잠시 후 동쪽 방향으로 달려가던 무리에서 기관총 소리가 들려 왔다. 멀리서 보니 붉은 예광탄이 부채꼴처럼 퍼지며 북에서 남쪽 방향으로 사격을 해 왔다.
“이게 어케 된거야?”
“매복입니다, 중대장님.”
척후가 적외선 망원경으로 사태를 파악한 후 소리쳤다.
“어떤 새끼들이 매복을 했다는 거야.”
예측하지 못했던 돌발 상황에 그는 길게 호각을 불면서 하늘로 신호탄을 쐈다. 신속히 목표교량을 돌파하라는 신호였다. 어둠 속에 날카롭게 울려 퍼지는 호각 소리를 들으며 새벽을 질주하는 검은 무리들 사이로 붉은 총탄이 새벽바람을 가르며 날아들었다.
소나기가 수평으로 쏟아져 내리듯 총탄은 사정없이 무리를 휩쓸었다.
침투소대의 병력이 추풍낙엽처럼 우수수 쓰러졌고 간신히 총탄을 피해 엎드린 일부 병력만이 응사했다. 사방으로 콩 볶듯이 불꽃이 튀고 총성이 꼬리에 꼬리를 물며 평양의 새벽을 흔들어 깨우고 있었다. 교량의 양끝 입구에는 이미 다리 입구를 점령한 호위사령부 소속 216여단 3개 대대가 움직이는 모든 물체를 향해 무차별 사격을 해대고 있었다.
“30분만 버티라! 본대가 장갑차를 밀고 올라오면 우리는 2계급 특진이다.”
강 대위는 주춤거리는 부하들을 향해 소리쳤다.
그때 대동교를 향해 질주하던 1소대장이 동평양백화점 앞 로터리 장갑차에서 쏴대는 기관총탄에 맞고 쓰러지며 뒹굴었다.
대동교 점령은 불가능했다. 2소대장은 강 대위의 지시를 받아 4명의 수류탄 특공조를 동평양백화점 뒤쪽으로 보냈다. 십여 분 후 두 차례의 수류탄 폭발음이 들리는가 싶더니 기관총 소리가 천지를 진동했다. 저격수의 집중사격에 돌격조는 쓰러졌다. 중대장은 3소대장에게 돌파 명령을 내리고 대동교 로타리를 접수하라고 무전으로 명령을 했으나 어둠 속에서 빗발치는 총탄에 머리만 들면 머리통이 날아갈 지경이었다.
무전으로 모든 상황을 보고 받은 이재식 사단장은 자신이 도착할 때까지만 버텨줄 것을 바랬다. 이제와 되돌리기엔 너무 늦어버렸기에 그는 이를 악물 수밖에 없었다.
그를 태운 386사단 장갑차와 트럭 행렬이 대동강 대동교 방향으로 질주해 들어갔다. 잠시 후면 대동교를 지나 중구역 당1호 청사로 진입할 수 있었다. 그는 모든 것을 초월한 굳은 얼굴로 말없이 지휘했다. 다리만 건너면 혁명 영웅으로 세상을 얻을 수 있다는 생각에 지휘 장갑차량 안에서 그는 주먹을 불끈 쥐었다.
그 순간 어디서 날아 왔는지 수박만한 불덩어리가 선두를 달리던 장갑차를 때렸다. 쾅하는 굉음과 함께 불길에 휩싸인 장갑차가 우측 가드레일을 들이받고는 언덕 아래로 굴러 떨어졌다. 그는 즉각 이동차량을 정지시키고 전방을 향해 직사포 사격을 명령했다.
평원고속도로를 달리던 장갑차량들이 갑작스런 폭격에 엉겨 붙어 꼼짝달싹 못하고 우왕좌왕할 때 대열의 뒤쪽에서 다시 콰광하는 폭음 소리가 두 차례 들려 왔다.
앞뒤 장갑차가 매복 발사관 사격에 깨져 대열은 앞뒤로 움직일 수 없게 고립무원의 난관에 봉착했다. 급작스런 공격에 당황한 그의 낯빛이 어두워졌다. 4㎞ 이상 늘어선 기계화 차량 행렬이 일시에 앞뒤가 막혀 빠져 나갈 수도 없는 상황이 된 것이다. 잠시 머뭇거리던 사이 갑작스레 지휘차량으로 달려온 허 대좌가 그의 어깨를 잡아 흔들었다.
“형님! 형님!, 대동강 다리 건너로 호위사령부 예하 3개 사단이 방어벽을 치고 있습네다. 지금 내 손전화로 호위사령부 보위부장이 항복하라고 전화를 했습네다. 어쩝니까?”
“뭐이 어드래? 이 간나새끼들이…. 반동새끼들이, 여기를 돌파하라우.”
사단장의 외침이 채 사라지기 전, 갑자기 바람을 가르며 포탄이 사방에서 날아들었고 포탄 터지는 소리가 360도로 울리면서 지축을 흔들었다.
82미리 박격포탄은 바둑판처럼 일정한 간격으로 촘촘히 쏟아졌다.
잠시 후 전투기 소리와 함께 훨씬 큰 폭음이 수차례 울렸다.
불꽃이 사방으로 튀고 총성과 폭음이 지축을 뒤흔드는 속에서 평양 시가지 너머 대동강 지류로 서서히 먼동이 터오고 있었다.
폭음 소리가 잦아든 다리 위로 부서져 널브러진 장갑차량과 트럭, 386사단의 인민군 사체가 즐비하게 늘어져 있었다.
선두에서 3번째 차량으로 장갑차 1호라고 선명히 적힌 지휘 장갑차 안에서는 머리에 피를 흘린 채 이재식 사단장과 허청강 대좌가 각각 손에 권총을 들고는 나란히 누워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되었다.
물안개가 자욱이 피어오르는 대동강 대동교 위로 머리에 두 손을 얹고 무장 해제된 인민군들이 호위사령부 요원들에게 줄지어 끌려가고 있었다.
8월 14일 04시 40분
푸르슴한 여명은 희미하게 산야를 타고 들어섰다. 북한 지역의 전인민군 병사들은 요란한 호각 소리에 평소보다 일찍 잠에서 깨어났다. 천장 높은 곳에 매달린 스피커가 삐익~ 소리를 지르며 고통스럽게 울리더니 곧이어 장중한 음악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장백산 줄기줄기 피어린 능선 압록강 굽이굽이 피어린 자욱~ 오늘도 자유조선 꽃다발 위에…….”

북한의 전 인민군대와 집단농장 마을 단위까지 전국에 연결되어 방송되는 제 3방송 채널에서 ‘김일성 장군’의 노래가 벌써 세 번째 반복되고 있었다. 국가위기상황 또는 비상시 가동되어 동시 다발적으로 상황을 전파하는 방송이었다. 인민군 병사들은 비상발령 전에 틀어주는 예비 경고 음악 방송에 귀를 곧추 세웠다.
“전달한다. 전인민군 ‘888’, ‘888’, ‘888’.”
진지투입 비상을 알리는 ‘전투비상’ 신호에 머리를 빡빡 밀어 붙인 새까만 병사들이 얼굴에 눈곱도 떨어지기 전에 벌떼처럼 사방으로 뛰었다.
개인 사물함 앞에 모여든 병사들은 발싸개를 감은 발을 인민군 전투화인 ‘지화족’에 구겨 넣고는 휴대용 비상식량 콩가루를 배낭에 채웠다.
방독면을 왼쪽으로 두르고 탄창주머니를 오른쪽으로 둘러멨다.
총창을 왼쪽 허리에 차면서 담요와 보병삽이 걸린 배낭을 재빠르게 들쳐 멘 병사들은 AK소총을 손에 들고서는 사관장선임하사의 발길질을 피하며 참호진지로 바람처럼 내달았다.
이 모든 일이 진행된 시간은 불과 10여 분. 전투 준비가 완료된 그들은 마치 전쟁만을 위해 살아온 그 옛날 용맹한 스파르타 전사였다.
조국과 장군님을 위해서라면 날아오는 미사일도 총으로 쏴서 떨어뜨릴 수 있다는 불타는 신념으로 빛나는 전사들의 눈동자. 그리고 목숨까지도 내던진 충성심은 핵무기보다 무서운 전투력이자 최고의 무기였다.

8월 14일 06시 10분 대한민국 서울 광화문
대한민국의 수도 서울은 평온한 아침을 맞고 있었다. 북악산 정기가 쭉 뻗어 내린 광화문 세종로 1가 연갈색 미 대사관 건물의 성조기는 잔잔한 바람에도 힘차게 팔랑거렸다.
경찰의 철통같은 경비 사이로 굳게 닫혀있던 철문 두 개가 미끄러지듯 열리고 검은 세단 승용차 한 대가 소리 없이 광화문 대로변으로 나섰다. 001-002 번호판을 단 승용차 옆으로 미리 대기하고 있던 두 대의 경호 차량이 앞뒤로 따라붙고 세 대의 차량 행렬은 곧장 남산 3호 터널 방향으로 진입했다.
그렇게 삼십 여 분을 달린 차량은 06시 40분경 내곡동 국정원 남문을 지나 깊숙이 자리한 둥근 돔형의 본청 건물 앞에 멈췄다. 완벽하게 외부 시선이 차단된 장소임에도 불구하고 조심스레 차 밖으로 나와 건물로 들어서는 CIA 한국지부장 로스만과 경호원들의 눈빛이 매섭게 주위를 살폈다.
국정원장 접견실로 들어간 지부장 로스만은 이른 아침 미리 연락을 받고 기다리고 있던 김영민 국정원장과 간단한 인사를 나누고 노란 봉투를 내밀었다. 긴장된 손길로 ‘한국 정부에 제공’이라고 적힌 서류 꾸러미를 받아든 김 원장은 자신도 모르게 마른 침을 삼키며 로스만에게 물었다.
“이게 실제 상황입니까, 훈련 상황입니까?”
“대동강 남단 군부대의 무력 충돌입니다. 실제 상황입니다.”
CIA 지부장은 짧게 한국말로 답했다.
김영민 원장이 잠시 침묵하자 지부장이 덧붙여 설명했다.
“8월 8일 밤부터 수많은 차량이 평양시 중구역의 김정은 위원장 집무실을 출입하고 있었고, 오늘 새벽 대동교 일원과 평원고속도로 상에서의 전투 상황은 우리가 예측하지 못한 쿠데타로 단정할 수밖에 없군요.”
그랬다. 훈련 상황이라면 국방장관에게 가야 될 문건이었다. 그러나 이건 실제 평양 시내에서, 그것도 김정일 집무실과 불과 4킬로미터 남짓한 대동강 강변에서 서너 시간이나 지속되는 교전 상황이 발생했고, 미 CIA는 위성사진과 NSA 감청분석 자료를 가지고 급히 방문한 것이다.
김 원장은 즉시 청와대 대통령실 국가위기관리실장 장문호 수석비서관에게 전화를 돌렸다. 상황은 급속히 물결처럼 전파되었고 오전 09시 안보관계 장관회의가 소집되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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