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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18일 새벽 03시 30분 홋카이도 삿포로
하늘은 해 뜨는 새벽으로 길을 열어주고 푸른 새벽이 멀리 검은 지평선 사이로 서서히 다가서고 있었다.
발아래 펼쳐진 푸른 숲은 융단같이 포근하게 깔려 있었다.
AN-2기는 방향을 틀며 공중을 한 바퀴 선회했다.
비행기 문에 기대어 있던 조장은 거센 바람이 콧등을 때리자 왼손으로 입을 틀어막고 오른손으로 비행기 문틀을 잡고 매달렸다.
조장의 바짓가랑이가 삭풍에 떠는 나뭇가지처럼 요동쳤다.
가슴 속의 뜨거운 심장도 가슴을 방망이질했다. 항일무장혁명, 영광의 순간이 눈앞에 다가오고 있었기 때문이다.
새까만 눈동자들은 입술을 굳게 다문 채 조장의 손을 응시하며 수신호를 기다렸다. 그들은 마치 인간 폭탄처럼 표정도 없이 굳어 버린 채 다음 행동을 기다렸다. 말로만 듣던 항일 혁명무장 투쟁에 두려움보다는 흥분이 되었다.
조장인 고재팔 대위의 허리를 싸안듯이 뒤에서 잡고 있는 신차력 하사는 조장이 바람에 쓸려 갑자기 비행기 밖으로 떨어져 나가지 않도록 기를 쓰며 잡고 있었다. 그의 허리춤도 뒤에 서있는 동료가 바싹 잡아 쥐고 있었다.
바람은 무섭게 얼굴을 때리고 비릿한 바다냄새가 코끝으로 스쳐 지나갔다. 그들은 마치 기차놀이하는 아이들 마냥 기체와 함께 흔들거렸다.
비행기는 고도를 낮추며 지상으로 접근했다.
발끝 아래 저 멀리 일장기 붉은 히노마루가 펄럭이는 건물을 향해 그 옛날 저들의 선배 가미가제 특공대처럼 AN-2기는 돌진했다.
비행기는 수평을 유지하며 흰 건물 쪽으로 솔개처럼 날아들었다.
“준비.”
고재팔 조장의 외침과 동시에 그의 왼손이 번쩍 들리며 허공을 찔렀다. 이미 로마 군사처럼 무장한 대원들은 낙하산 고리를 일직선으로 뻗은 쇠줄에 걸고 흔들었다. 럭비선수처럼 가죽 보호대를 착용한 대원들은 주 낙하산과 예비 낙하산을 앞뒤로 메단 채 배낭은 무릎에 고정되어 있었다.
AK88 자동소총은 접이식으로 지상에 접지와 동시에 즉각 사격을 하기 위해 총낭도없이 좌측 겨드랑이 사이로 결속했다.
사내들의 눈빛은 비장했다. 눈매가 매서운 고 대위가 고개를 돌리며 소리쳤다.
“우리 정찰총국 108특공대는 나를 따르라.”
그는 불이 활활 타오르는 지옥으로 떨어지듯 몸을 날렸다.
이미 홋카이도 섬 중간중간에선 폭음과 붉은 화염이 발끝 멀리서 터지고 있었다. 바로 뒤이어 신차력 하사도 몸을 날렸다.
상체를 ㄴ 자로 구부리고 양손으로 예비 낙하산을 움켜잡았다.
그의 몸뚱이는 비행기 동체 옆으로 비스듬히 비껴가면서 떨어졌다.
이 세상에 태어나는 갓난아기가 어머니 자궁을 이탈하듯 매끄럽게 빠져 나왔다. 꼬리날개가 얼굴을 때릴 듯 덮쳐와 신차력은 고개를 홱 돌렸다.
발아래 깔린 검은 숲이 하늘로 솟구치며 얼굴을 덮치듯 다가왔다.
그의 몸뚱이가 뒤집어지며 빙그르 틀어져 회전을 하면서 돌았다.
누군가가 어깨를 잡아채듯이 온 몸이 들썩하면서 낙하산이 펴졌다. 사방은 고요했고 새벽의 푸르름이 코끝으로 밀려 들어왔다. 낙하산이 활짝 펴진 안도감에 상쾌하고 그리고 기뻤다. 우산처럼 둥글게 퍼진 낙하산은 사선으로 길게 빠지며 떨어져 내렸다. 아침 산안개가 발끝에서 하얗게 밀려올라왔다.
신차력은 왼쪽 손목에 힘을 주어 낙하산 줄을 힘껏 잡아 당겨 방향을 잡았다. 낙하산은 한쪽이 기우뚱 찌그러지면서 바람이 죽자 갑자기 신차력의 몸이 45도 각도로 꺾어지면서 왼쪽으로 방향이 틀어졌다.
발목에 하얀 리본을 달고 앞서가는 조장 고재팔 대위를 필사적으로쫓았다. 토하듯이 속을 다 비워낸 비행기는 기관포에 날개를 맞아 휘청거리다가는 깃대봉이 걸린 건물로 돌진해 처박혔다. 검은 연기와 화염이 뿜어져 올랐다. 화약 냄새가 물씬 풍기며 얼굴을 덮쳤다.
검은 무리들은 가을 밤송이 떨어지듯 툭툭거리며 푸른 자작나무 숲속으로 떨어졌다. 자전거를 타고 쏜살같이 달려온 노란 완장을 두른 사내가 소리쳤다.
“어이 거기 어디서 훈련 나온 부대요?”
땅바닥에 접지와 동시에 고 대위는 좌측 옆구리 AK 소총을 풀어내 사내를 향해 총을 난사했다.
타타탕.
새벽 공기를 가르는 명쾌한 총소리가 멀리 펴져 나갔다.
완장을 찬 사내는 자전거 안장에 앉아 있다가 그대로 나자 빠졌다.
뒤따라오던 경계병들이 소총을 장전하려 노리쇠를 잡아당기는 사이 1공격반장 김 상사의 급속사격에 전부 쓰러졌다.
“간나새끼들, 훈련은 무시기 훈련.”
김 상사가 주검들을 확인하며 내뱉었다.
“야, 낙하산 버리고 1공격반 2시 방향으로 뛰라.”
“2공격반 땅크 주차장으로.”
고 대위가 소리쳤다.
좌우를 둘러보던 고 대위는 일장기가 휘날리는 지휘부 건물로 뛰었다. 건물 뒤쪽에 처박힌 비행기가 화염에 불타고 있었다.
공격반, 지휘반으로 갈라선 그들은 말 한마디 없이 일사분란하게 목표를 향해 뛰었다.
홋카이도 삿포로 남단 기타에니와시 일본 자위대의 자존심 제1전차단의 주력전차 큐마루90식의 포구에 장치된 폭약이 터지기 시작했다.
120미리 포신은 바나나 껍질처럼 찢어졌다.
전차단의 선봉 최신형 ‘이찌마루’ TKX 전차도 엔진이 터져 나갔다.
지휘통신실, 통신탑, 유류고가 약속이나 한 듯이 시간차로 터지며 화염에 휩싸였다.
동해바다 공해상으로 도주하던 2호 잠수함은 대잠 헬기와 초계기 그리고 호위함을 줄줄이 달고 계속 도주했다.
추격대는 몇 대의 잠수함이 들어왔는지 가늠할 수 없었기 때문에 하늘과 바다 그리고 수중에서 줄줄이 따라 붙었다.
잠수함 잡는 귀신 P-1과 P-3C는 하이에나처럼 귀를 쫑긋이 세우고 달라붙었다. 초계기 내부는 긴장감이 감돌고 있었다.
이마가 스크린에 맞닿을 것 같은 좁은 공간에서 헤드셋을 쓰고 청음에 집중했다. 전파와 소음을 잡는 소나브이는 계속 10분 단위로 떨어졌다.
전술작전 통제관 해군소령 야마모토의 오른손이 올랐다.
무장사 다카시 상사가 붉은 격발 스위치를 눌렀다.
어뢰가 점핑하듯 퉁 소리를 내면서 차가운 물 속으로 날아들며 꽂혔다.
두 눈을 치켜뜬 어뢰는 물방울을 튕기며 사냥개처럼 잠수함을 쫓았다.
휘청거리며 도주하던 상어급 잠수함은 꼬리에 어뢰가 스치듯 지나쳤다.
위기일발의 잠수함은 자신이 피할 수 없는 운명에 맞닥뜨린 것을 이미 알았다. 이들은 한 사내의 지시에 주먹을 쥐며 외쳤다. 숨소리조차 허용되지 않은 잠수함 내부에서 이들은 결의했다.
“항일무장투쟁 총폭탄! 총폭탄!”
사내들은 잠수복장에 40kg 폭탄 배낭을 걸머졌다.
그들은 물 밖으로 나가는 해치가 있는 잠수함 우측 잠수실로 들어갔다.
잠수함은 새끼를 토해 내는 관상어처럼 검은 사내들을 토해 냈다.
검은 무리는 1인용 수중 스쿠터에 2명씩 매달려 호위함으로 돌진했다.
바다는 고통스러운 듯 쩌렁쩌렁 소리를 내며 괴로워했다.
일본 해상자위대가 자랑하는 바다의 방패 이지스함은 물개 떼처럼 달려드는 자살폭탄 특공조를 식별할 수가 없었다.
자석에 달라붙는 쇠붙이처럼 스쿠터는 전함 밑바닥을 향해 돌진했고 얼마 후 이들은 통나무에 꽂힌 도끼처럼 이지스함 중앙 바닥에 거의 동시에 박혔다.
웅장한 배는 화살 맞은 적토마처럼 비명을 지르며 ‘컹’하는 외마디 신음 소리와 함께 폭음이 터졌다. 동시에 어뢰에 맞은 잠수함도 거품을 내뿜으며 산산 조각났다. 영혼을 잊어버린 주검들이 산산이 찢어져 표류했다.
검고 푸른 바닷물 속은 모든 것을 포용하듯 감싸며 깊은 침묵 속으로 빠졌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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