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지 독점연재 - 장편소설 ‘김정은 통일전쟁’ (10)
일당백
8월 20일 교양일지 태양 맑음 바람 조금
우리는 불세출의 영웅 김일성 수령님의 항일무장투쟁 정신을 승계한 조선인민군 정찰총국 108특공대다. 우리 조장님은 고재팔 대위님이시다. 나는 우리 조장님이 추천하여 여기까지 온 것을 영광스럽게 생각한다.
우리는 지금 2,000미터가 넘는 이름도 모르는 산속 골짜기에서 쌀가루를 차가운 물에 타서 먹고 있지만 항일무장투쟁을 생각하면 배도 안 고프다.
우리 조장님은 얼굴을 마주할 때마다 ‘총알을 아끼라.’고 힘주어 강조하셨다. “야, 차력이 너 정신 똑바로 차리고 앞장서서 지휘하는 대장 놈만 쏘라 말이다.
총알은 단발씩만 쓰라. 니 총알은 한 방에 백 명을 제껴야 해. 알갔어?”하면서 내 뒤통수를 툭툭 치고는 지나가신다. 내 직책은 저격수다.
나는 1,000미터나 멀리 타격할 수 있는 러시아 드라그노프 저격총을 가지고 왔다. 하지만 어떻게 한 발에 백 명을 제낀다 말인가? 그러나 나는 우리의 영명한 지도자 최고사령관 동지를 위해 총폭탄이 될 것이다.
[정찰총국 108특공대 3지-2타-3조 하사 신차력]
저격수면서도 조별 작전기록을 유지하는 신차력 하사의 특권은 아무 때나 기록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그는 시간 날 때마다 일기 형식의 교양일지를 별도로 기록했다.
그는 불시의 검열에 대비해 항상 김정은과 조장의 찬양문구를 사용하면서 일지를 작성했다. 북한에서 살아가는 또 다른 생존술 이다.
일본 정부는 재빠르게 삿포로 북부 총감부북부지역사령부에 임시 통합작전본부를 설치했다. 북한의 게릴라 전술에 대응하는 소탕작전은 시간이 갈수록 희생자만 점점 늘어나고 큰 성과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북부 총감부의 지휘참모들은 두 가지 작전을 병행하기로 결정했다.
첫 번째 작전은 각개격파 작전으로서 깊은 산속으로 들어간 게릴라들의 위치와 활동지역을 노출시키기 위해 투입된 제1공정단 요원들이 산 정상에서부터 중요 지역을 수색하면서 산 아래로 밀고 내려오다 적이 발견되면 게릴라를 분산시켜 각개격파 시킨다는 작전이었다.
두 번째 작전은 그물 몰이 식 작전이다. 적이 발견되면 퇴로를 열어주고 한쪽 방향으로 몰고 가, 어느 정도 적들이 대열을 이루어 도주하다 불리한 지형에 봉착하면 전투 헬기 공격으로 이들을 소탕시키는 방식이었다.
제1공정단은 다이세쓰산 국립공원 북부지역을, 제12기동여단은 다이세쓰산 국립공원 남부를 담당하여 주요 길목을 차단하고 수색을 실시하기로 했다. 중앙신속대응군은 적이 출몰할만한 중요 지역으로 매복 작전에 들어갔다.
8월 21일 홋카이도 히다카산맥 토무라우시산
히다카산맥의 지붕이라 할 수 있는 토무라우시산은 험하고 거칠었다.
뱀처럼 구불거리는 273번 산악도로는 제12기동여단이 장악하여 통제하고 있었다. 검푸른 숲은 바다 깊숙이 멀리 산봉우리 스카이라인을 만들며 물결치듯 앞으로 나란히 가슴을 맞대고 서 있었다.
계곡 멀리는 오비히로 온천 도시가 허연 거품을 품으며 꿈틀거렸다.
보병들은 분주했다. 어디서 총알이 날아올지 모를 산은 공포 그 자체였다.
지축과 초목이 흔들리며 탱크만한 검은 아파치헬리콥터가 벌집처럼 뚫린 로켓포로 각을 세우며 날아 왔다.
바람은 혼절하듯 울부짖으며 온 숲을 뒤흔들었다.
뒤이어 뱀장어처럼 날렵히 빠진 헬기가 재빠르게 저공비행으로 산 능선을 휘돌았다. 20m 발칸포가 위협적인 코브라헬기다.
전투 헬기들은 하늘 아래위로 교대로 선회했다. 무엇이든 걸리면 당장이라도 요절을 낼 듯이 이들은 이빨을 세우고 달려드는 늑대처럼 으르렁거리며 날아다녔다.
잠시 후, 뭉툭한 병력수송용 헬기들이 꼬리를 물고 전진해 들어왔다.
이들이 몰려오자 아파치헬기와 코브라헬기 편대는 더욱 흥분하며 산 능선과 계곡으로 무차별 위협사격을 가했다.
기관포는 공포를 토하듯이 실탄 껍데기를 무수히 쏟아냈다.
블랙호크 헬기에서 로프가 툭 떨어졌다.
공정대원들은 소총을 어깨에 멘 채 아래로 떨어지듯 흘러내렸다.
로프강하 산악차단작전이었다. 십여 대의 블랙호크 편대는 로프를 내린 채 무수한 보병 수색대원들을 토해냈다.
지상 경계를 하며 선회하던 코브라는 20mm 발칸포를 사정없이 갈겨댔다.
산은 비병을 지르며 자신의 살점이 떨어져나간 듯이 울부짖었다.
갑자기 산 중턱 숲속에서 붉은 불덩이가 솟구치며 올랐다.
불과 2~3초 사이 거대한 아파치헬기 한 대가 공중에서 터지며 불길에 휩싸인 잔해들이 우수수 아래로 떨어졌다.
불시에 솟아오른 로켓 발사관에 맞은 것이다. 또 다른 코브라헬기는 꼬리 날개를 맞고 빙글빙글 돌다 검은 연기를 토해 내면서 계곡 아래로 처박혔다.
다이세쓰산 8부 능선에서 작전이 시작된 야마다 중위 공격팀은 적 후방으로 빠르게 산등성을 오르고 있었다.
로켓포와 대공미사일 공격으로 아군의 피해가 속출하는 상황에서 한시라도 빨리 적의 공격 거점을 찾아내 섬멸하는 것이 목적이었다.
매복해 있을지 모를 적을 피해 척후병이 선도하면 신호를 받아 팀원이 뒤따랐다.
순간순간 뜬금없이 기관총 소리가 산등성을 울리면서 공포의 메아리로 돌아쳤다. 바위 뒤에서 몸을 숨기고 매복에 들어간 고재팔 조는 헬기를 격추시킨 성과에 모두가 들떠 있었다.
“금철이, 넌 인민군 영웅칭호를 받아야 해.”
고재팔 대위는 발사관 사수 박금철 중사를 칭찬했다.
“모두가 다 조장님의 지도와 장군님의 은공 덕분입니다.”
“그렇지, 너 말 한번 잘 하누만.”
신차력은 그들의 대화를 귀로 들으며 눈은 숲속의 움직임을 쫓았다.
박 중사가 부럽기도 했지만 자신에게도 기회가 올 것이란 믿음을 버리지 않았다.
“야 차력이?”
“예, 조장 동무.”
그는 조장의 부름에도 눈은 숲속과 하늘을 향하며 대답했다.
“어두워질 때까지 여기에서 잠복하니까 전방 경계에 긴장하라우.”
“예, 조장 동무.”
“다들 여기서 눈 좀 붙이고 쌀가루로 요기나 하라. 그리고 두 시간 간격으로 두 명씩 조를 짜서 경계하라.”
조원들은 2명이 한 조가 되어 2~30미터 간격으로 매복대형을 편성한 후 휴식에 들어갔다.
신차력은 박금철 중사와 함께 먼저 전방 경계임무를 맡았다.
움푹 파인 구덩이에서 두 명은 총구를 전방 능선 쪽을 향하고 엎드렸다.
위장을 하기 위해 꽂은 풀잎이 바람에 휘청거리듯 하늘거렸다.
납작 엎드린 코앞으로 이름 모를 들꽃이 살랑거렸다.
눈동자를 살짝 치켜뜨고는 먼 하늘을 보니 솜이불 같은 뭉게구름이 푸짐하게도 걸려 있었다.
<저게 쌀가루가 되어 떨어질 수 있다면!>
차력은 배가 고파오기 시작했다.
시원한 저녁바람이 자꾸만 신차력의 눈꺼풀을 무겁게 눌렀으나 경계시 졸면 죽는다는 경계의 법칙을 떠올리며 자신의 허벅지를 꼬집었다.
금철이 선배는 끄덕거리며 졸고 있었다. 바람이 나뭇가지에 스치며 지나는 소리가 소나기 내리는 소리처럼 산속을 흔들며 지나갔다.
아주 멀리서 헬리콥터 날개의 바람 때리는 소리가 가볍게 들리어 오곤했다.
고즈넉한 여름 늦은 오후 깊은 산은 적막감 그대로였다.
시간이 가면서 신차력의 눈동자도 희미하게 초점을 잃어갈 무렵 아지랑이 피어오르듯 눈앞으로 움직이는 물체가 신차력의 눈동자 위로 일렁거리기 시작했다. 차력은 눈을 치켜떴다.
그는 귀를 쫑긋 세우고 눈에 힘을 주고 바라보았다.
분명 갈대가 움직이듯 전진해 들어오고 있었다. 자위대 제1공정단 야마다팀의 척후였다. 신차력은 왼쪽 손목에 감아놓은 조장과 연락용 신호줄을 세 번 세차게 당겼다. 탁탁 조장고 대위로부터 즉각 반응이 왔다. 긴장하고 주시하라는 신호였다. 야마다팀의 척후는 헐떡거리듯 지친 표정이 역력했다. 헬멧을 치켜 쓰고 배낭은 금방이라도 뒤로 자빠질 듯 축 늘어져서 무거워 보였다. 어깨에 걸친 총구가 옆구리 방향으로 틀어져 있었다.
신차력은 자신도 모르게 침이 꼴깍하며 넘어갔다. 말로만 듣던 일본제국주의 군대를 공격할 수 있는 기회가 왔기 때문이었다.
당장이라도 연발로 갈기고 싶었지만 조장의 무서운 얼굴이 떠올려졌다.
“매복 시 적이 나타나면 적 얼굴 콧등이 보일 때까지 긴장 대기했다가 본대가 모습을 보이며 지나치면 그때 동시에 때리는 거다. 동무들, 알갔어?”
매번 힘을 주며 강조하던 조장의 목소리가 무서웠다.
척후의 얼굴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다. 신차력은 가슴이 두방망이질 했다.
줄줄이 이어져 주변을 살피며 전진해 들어오는 수색조가 겁이 나기 시작했다. 방아쇠에 걸친 손가락 끝이 바르르 떨며 경련이 일었다. 그러나 조장의 사격신호 예광탄이 먼저 날아갈 때까지 기다려야 했다.
휘청거리는 무전기 안테나를 앞쪽으로 당겨 묶은 사내 앞에서 책임자로 보이는 사내가 계속 뭔가 무전 송수신을 하며 올라왔다. 순간 그가 책임자란 것을 직감으로 알 수 있었다.
신차력은 야마다 중위 얼굴을 정조준했다. 그가 걸음을 옮길 때마다 십자가 조준점이 상하로 끄덕이며 움직였다. 신차력은 심호흡을 길게 하면서 마음속으로 다짐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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