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다뉴브강을 적신 아리랑'

최충웅 언론학 박사 / 기사승인 : 2019-06-06 22:1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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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충웅의 시사터치
▲ 최충웅 언론학 박사.

[일요주간=최충웅 언론학 박사] TV뉴스에서 ‘다뉴브강을 적신 아리랑’ 뉴스는 눈시울 뜨겁게 했다. 다뉴브강 유람선 사고 엿새째인 3일 오후 7시(현지 시간) 사고현장인 머르기트 다리 위는 한국 전통 민요 ‘아리랑’ 합창이 구슬피 울려 퍼졌다. 헝가리 시민들이 한국인 희생자들을 애도하는 추모의 노래였다. 

유모차를 탄 채 엄마를 따라온 갓난아기부터 지팡이를 짚은 백발노인까지 약 500여명의 시민들이 한마음으로 스스로 모인 것이다. 20여분 동안 진행된 행사에서 여기저기서 울음 섞인 아리랑 합창은 부다페스트의 저녁 하늘에 울려 퍼졌다. 마침 하늘에선 부슬비까지 내려 애절한 ‘아리랑’ 선율은 다뉴브강을 적신 것이다.

이날 행사는 2004년부터 활동해 온 300여명 규모의 헝가리 시민 합창단 ‘치크즈세르다’(Csikszerda)가 주축이 되고 치즈머디어 타마스(50) 단원이 기획했다고 한다. 그는 지난해 합창단에서 아리랑 변주곡을 공연 한 계기로 이번 참사에 아리랑 거리 합창을 준비하게 됐다고 한다. 슬프지만 아름다운 음률에는 애도의 마음을 전하는 힘이 있어 희생자와 가족 모두의 아픔을 위로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했다.

한 맺힌 마음을 실어 흐르는 아리랑 합창은 비록 서툰 발음이지만 한(恨)의 정서는 나라와 민족을 뛰어넘어 교감하기에 충분했다. 아리랑은 기본적으로 단순한 음률로 인간의 보편적인 감정을 표현할 수 있는 노래이기 때문이다.

국내든 해외에서든 한민족을 하나로 묶어주고 소통을 가능케 하는 힘을 가진 아리랑은 심금을 울리는 한민족의 노래이다. 아리랑은 해외에서도 널리 알려져 있어 세계 어디에 거주하든 한국인과 대한민국, 또 한국인과 외국인 사이를 이어주는 문화의 탯줄과 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


한국의 가장 대표적인 문화 상징의 하나이기도 한 아리랑이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곡 1위에 선정된 곡이며,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이다. 2006년 6월 정부는 설문조사를 토대로 한국을 대표하는 ‘100대 민족문화상징’ 중 하나로 아리랑을 선정했다. ‘시간적·공간적으로 가장 널리 불리는 민족의 노래’라는 것이 선정 이유였다.

아리랑에 대한 관심과 애정은 한국의 전통음악이라는 영역을 넘어 초현대적인 한국 문화의 모든 장르에서도 확인되고 있다. 아리랑은 발라드·로큰롤·힙합 등의 다양한 현대의 대중가요 장르는 물론이고 관현악곡 등으로도 편곡되어 폭넓은 청중에게 호소하며 한민족의 심금을 울리고 있다. 이런 이유로 아리랑은 한국의 비공식적 국가(國歌)로 묘사되기도 한다.

근대 이전의 아리랑은 전통 사회의 서민들이 느끼는 기쁨과 슬픔을 담고 있었다. 일제강점기에는 한민족이 겪어야 했던 개인적·국가적 차원의 고난, 가슴속에 품은 독립을 향한 열망을 표현하는 수단이기도 했다. 아리랑은 여전히 살아 숨 쉬는 문화유산으로서 현 세대에서 다음 세대로 면면히 전승되고 있다.

이번 ‘다뉴브강을 적신 아리랑’은 한국과 헝가리를 이어주는 또 다른 의미를 지니는 것으로 보인다. 1989년 한국이 동구 국가와 최초로 수교한 나라가 헝가리였다. 헝가리 사람들의 조상이 한민족(韓民族)의 뿌리인 몽골-투르크족과 친연성이 있고, 지금도 태어나는 아기의 등과 엉덩이에는 우리처럼 몽골반점이 있다고 한다.

헝가리는 지정학적으로 서유럽과 동유럽 사이에서 역사적인 수난을 수없이 겪어온 나라이다. 언론평론가 조갑제씨는 유럽을 여행할 때 한국인들이 가장 마음 편해 하는 나라는 아마도 헝가리일 것이라고 했다. 그리고 헝가리에서 느끼는 "슬픈 아름다움" 은 다분히 역사적 산물이라고 했다. 헝가리는 유럽에서 "줄을 가장 잘못 선 나라"로 꼽힌다고 표현했다. 한때 몽골군에 짓밟혀 인구의 4분의1 이상이 희생당했다.

1526년 오스만 투르크에 패하고 약 150년간 투르크 지배하에 들어갔다. 17세기 말에 해방되자 이번엔 오스트리아의 합스부르크 제국 지배하로 넘어갔다. 19세기에 독립운동을 벌인 끝에 오스트리아-헝가리 공동제국으로 승격했으나 1차 세계대전 때 독일, 오스트리아 편에 섰다가 패전국이 되었고 헝가리의 비극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2차 대전 때도 독일 편에 섰다가 패전국이 되고 공산화 되어 서구(西歐)와 단절되기도 했다.

이러한 역사적 수난을 수없이 겪어온 헝가리는 어쩌면 우리나라의 역사적인 질곡과도 닮은 점이 많아 보인다. 헝가리 국민들에게도 ‘아리랑’이 지닌 애절함과 음악적 영감의 순수한 원천이 상호 교감된 것으로 생각된다. 애국가를 작곡한 안익태 선생도 부다페스트에서 공부했고, 그가 작곡한 애국가에도 헝가리적인 정서가 들어 있다고 한다.

연일 TV뉴스 화면에는 헝가리 시민들의 추모 물결로 가득차 있다. 다리에는 검은 조기가 게양되고 촛불과 꽃, 태극기와 애도의 메모지들이 다리 위와 강변, 한국 대사관 앞 담장에 쌓여 있다, 교회에선 이번 사고를 추모하는 특별 예배가 열리고 모금운동으로 이어져 헝가리 전역의 천 2백여 개 교회로 확산될 예정이라고 한다.

이번 사건에서 부다페스트 시민들이 보여준 ‘아리랑 합창’ 행사와 진정어린 추모에 숙연히 머리가 숙여진다. 조속한 사태 수습이 끝나기를 바라며, 피해자 유가족들에게 다시한번 애도를 표하는 바이다.

[필자 주요약력]
(현) 경남대 석좌교수
YTN 매체비평 출연
(전) 경희대 언론정보학부 교수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연예오락방송 특별 위원장
방송위원회(보도교양/연예오락)심의 위원장
언론중재위원회 위원
한국방송예술교육진흥원 원장
KBS 예능국장, TV제작국장, 총국장, 정책실장, 편성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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