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금, 생활비 턱없이 부족해서..”

최수정 / 기사승인 : 2009-01-10 14:2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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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황에 유흥가로 떠 도는 청춘들의 고백 ,‘쉽게 돈 벌고, 쉽게 몸 버린다’

여대생 조양의 충격 고백

치솟는 물가, 청년 실업 가중, 대학 등록금은 동결이라지만 현재 경제 상황과 전혀 맞지 않은 높은 금액... 요즘 대학생들은 이래저래 되는 일이 없다고 난리다. 미성년자도 아닌, 회사를 막상 들어갈 수 없는, 이것도 저것도 아닌 어른 학생. 그들이 지금 유흥가로 들어서고 있다. 심각한 경제 상황 속에서 갈 곳, 가지 말아야 할 곳조차 희미해지는 세태를 취재했다.

저녁 8시 홍대. 그녀는 21살 대학교 2학년 조0양. 유흥업소가 즐비한 밤거리를 아무렇지도 않게 거닐고 있다. 조양은 외딴 가게입구에 들어간다. 그곳은 섹시 바(Bar)였다. 그녀는 그곳에서 일한지 5개월째라고 했다.


왜 많고 많은 일중에 이 일을 선택했냐고 묻자 “마땅히 일할 곳이 없었어요. 제가 원하는 시급을 주는 곳은 없고 돈은 필요하고... 근데 이일 그렇게 어렵지 않아요!”라며 조양은 이런 질문이 익숙한 듯 편하게 대답했다. 잠깐만 기다려 달라는 조양은 어디론가 사라졌다.

30분만에 평범한 여대생에서 유흥가 여성으로 변신

30분후 조양은 전혀 새로운 모습으로 나타났다. 그녀는 평범한 여대생에서 짧은 미니스커트에 가슴이 푹 파인 윗옷 차림의 화장을 짙게 한 여성으로 치장을 하고 왔다. 그런 모습은 그녀에게 어울리지 않았고, 부적절해보였다.


조양은 “남자손님에게 술을 따라주고 같이 마시자고 하면 같이 마셔야 돼요. 그리고 그 남자와 기분 좋게 대화해주기만 하면 돼요. 가끔 짓궂게 만지거나 노골적으로 말하는 사람이 있기도 하죠”라며 자신의 경험을 털어 놓았다.


조양은 이어 “저도 이일을 하고 싶지 않아요. 그런데 한번 하기 시작하니까 그만 둘 수가 없었어요. 저는 집이 지방이라 서울에서 친구랑 둘이서 살고 있어요. 집에서 보내주는 용돈으로 턱없이 부족하지만 부모님 걱정하실까봐 내색을 안 해요. 또 저는 집안형편이 그렇게 좋지 않아서 학자금대출을 받고 있는데 매달 내는 이자와 원금을 갚고 용돈도 쓰려면 이 일을 계속 해야만 해요.” 라며 어쩔 수 없다는 말을 되풀이했다.


그녀가 다니는 대학은 서울에 있는 4년제 명문대였지만 요즘 같은 불황에 과외를 하는 학생도 많지 않다고 한다.

명문대생 김군, 알고보면 유명 호스트

남학생들도 사정은 엇비슷했다. 서울에서 손꼽히는 대학의 2학년 휴학생인 김모군, 군대 가기 전에 잠깐 아르바이트를 할 곳을 찾다가 강남의 한 호스트바를 알게 됐다는 그는 수려한 외모에 요즘말로 ‘훈 남’이었다. 그의 말을 충격적이었다.


“그냥 아줌마들이 자기가 맘에 드는 남자를 뽑아서 갖고 노는 거죠. 애교부리고 말 잘 들으면 용돈도 많이 줘요. 남자한테 무슨 몹쓸 짓 당한 사람들만 오는지 막 대하는 게 사실이죠. 바지 벗어보라면 벗고... 그 안이 얼마나 더럽고 치욕적인데요. 그래도 그때만 더럽다고 생각하고 눈 딱 감고 일하면 돼요. 돈 많은 아줌마 한명 잘 만나서 학교 때려치우고 외제차 끌고 잘 사는 형도 있어요.”


김군의 단골손님 중에는 교사와 공무원들도 있다고 한다. 그는 “화류계 여성손님들은 오히려 점잖은 편”이라며 “교사와 공무원들이 더욱 노골적인 요구를 하는 실정”이라고 털어놓았다.

대학생 돈으로 유혹하는 유흥업소 종류도 다양

하지만 그들은 한결같이 말한다. 다른 대학생들이나 어린 학생들은 이런 일을 안했으면 좋겠다고. 자신들도 지금은 후회하지만 후회하고 나가도 다시 찾게 되는 곳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곳은 돈의 개념을 모르는 학생들을 이용하는 사기업소라고 말한다.


섹시바, 호스트바, 룸바, 대화만하는 만남방, 외국인만 상대하는 바, 재즈 바, 일명 2차까지가는 바, 속옷만 입는 바 등 옷 입는 수위와 신체접촉이 어디까지인지에 따라 학생들이 개인적으로 감당할 수 있는 정도의 차이로 선택을 하게 된다. 처음의 선택은 학생 스스로의 자유였지만, 일을 할수록 그들은 일에 빠져들게 되고, 나중에는 더 강도가 세지거나 나빠져도 그것을 느끼지 못하는 윤리의 기로에 서게 된다고 그들은 경고한다.


<최수정 기자> choisj@ilyoweek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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