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건평 부녀 ‘침묵의 면회’

오경섭 / 기사승인 : 2009-01-12 17:3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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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에게 미안”--봉하 대군 고개 떨궈

▲ 철장을 사이에 두고 나란히 앉은 아버지와 딸은 말없이 서로를 멍하니 바라만 보고 있다.
두 딸이 주로 노건평씨를 면회


노무현 대통령의 친형 건평씨가 서울구치소에서 딸 N씨를 면회하는 생생한 장면을 <New 일요서울>이 단독 포착했다. 노건평씨는 면도를 한 듯 말끔한 얼굴에 수의를 단정하게 차려입고 면회실에 들어섰다. 구속 때보다 훨씬 몸이 좋아진 것처럼 보였다.


노건평씨는 처음엔 딸을 보고 몹시 반가와했지만, 이내 고개를 숙인채 말을 아꼈다. 건평씨 부녀의 대화는 경상도 특유의 고음이 아닌 저음으로 진행됐다. 특히 건평씨의 목소리는 떨림이 없었기에 마이크 음이 울리는 비좁은 면회실 뒤편에서도 알아듣기가 어렵진 않았다.


대한민국 정부 수립이후 전직 대통령의 친형으로는 처음 구속된 ‘봉하대군’ 노건평씨 부녀의 면회 현장을 New 일요서울이 지상 중계한다.

“몸은 어떠세요? 식사는 하셨나요?”
아버지의 안부를 묻는 딸 N씨의 목소리는 다소 떨렸다. N씨는 화장기 없는 얼굴에 머리를 뒤로 묶은 채 두툼한 겨울 점퍼에 밝은 계통의 바지를 입고 있었다. 철장 하나를 사이에 두고 아버지를 만난다는 현실이 아직 실감나지 않는 지 N씨의 감정은 복 받쳐 오르는 듯했다.


노건평씨는 울먹이는 딸을 바라보며 손을 앞으로 약간 내밀어 딸을 위로했다. 그러나, 사랑하는 딸과의 사이에 놓인 두터운 유리벽은 건평씨의 손이 더 이상 나아가는 것을 허용하지 않았다.


건평씨, 식구들 안부 꼼꼼하게 챙겨


건평씨는 공간이 주는 중압감 때문인지 아니면 옆 뒷쪽에 앉아 있는 교도관의 눈치를 보기 때문인지 반가운 얼굴빛을 억누르며 다소 서먹서먹하게 딸을 대했다. 그러나 건평씨는 곧 평상심을 되찾은 듯 했다.
그는 “그래 집안에는 별일이 없지?”라며 식구들 안부부터 챙기기 시작했다.


면회가 크게 자유롭지 못한 신분이라 건평씨는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구속기간’동안 대화의 실타래를 푸는 법을 잊은 듯 했다.


때문에 두 사람의 면회시간 동안 대화는 주로 딸 N씨가 주도해 나갔다.
딸은 주로 아버지의 건강에 신경을 쓰면서 힘든 수감 생활에 용기를 불어넣어주었다. 시간이 지나자 건평씨도 점차 안정을 찾아가면서 딸에게 궁금한 점을 묻기 시작했다.


가족사에서부터 시작된 질문은 주변 사람들에 대한 송구스러움으로 이어지더니 결국 친동생노무현 전 대통령의 안부를 묻기 시작했다.


노건평씨는 노 전 대통령에 대한 미안함때문인지 두 손을 앞으로 가지런히 놓고 고개를 깊게 떨구었다. 어린적에는 어버지 역할을 대신했던 형이었기에 동생에 대한 미안함이 딸 N씨와의 대화도중에 묻어났다.


그러나 이처럼 건평씨가 느끼는 죄책감과 달리 현실적으로 건평씨의 구속은 오히려 노 전 대통령에게 면죄부를 준 면도 없지 않다. 검찰은 지난 7월부터 노무현 전 대통령이 봉하마을에 청와대 업무지원 프로그램인 'e지원'을 설치해 국가기록물을 불법 반출했다는 혐의에 대해 수사를 벌여왔지만, 연말까지 결론을 내지 못했다.


서울중앙지검은 늦어도 지난해 12월초까지 노 전 대통령을 조사한 뒤 사건을 마무리짓겠다는 방침이었지만, 연말에 노 전 대통령의 형 노건평씨가 수사를 받고 구속되는 바람에 노 전 대통령을 조사하지 못했다.


전직 대통령 형제를 동시에 한꺼번에 조사하기엔 검찰이 떠안게 될 정치적 부담이 너무 크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때문에 건평씨에겐 이러한 점이 다소나마 위안이 될 수 있는 부분이다.


그러나 건평씨는 자신에게 적용된 비리 혐의에 대해서는 억울한 심정을 표현했다. 건평 씨는 세종증권 인수에 개입해 30억 원을 받은 것 말고도 회사돈 15억 원을 빼돌리고 5억2천만 원의 세금을 포탈한 혐의가 추가로 드러난데 대해 딸에게 “억울하다”는 심정을 밝혔다.


그러나 정대근 전 농협회장이 인수 과정에서 받은 70억 원의 사용처에 대한 질문에는 입을 열지 않았다. 향후 재판과정에서 건평씨가 어떤 대응책을 마련할지에 대해서도 관심이 모아진다.


두 딸이 번갈아가며 건평씨 면회

한편, 노건평씨의 구속이후 두 딸은 면회가 허용되는 한 아버지를 자주 찾고 있다. 건평씨는 일반 제소자와 달리 면회가 제한적으로 운영되는 듯 했다.


서울 구치소 관계자는 “오늘도 두 따님 이름으로 면회신청을 해 놓았는데, 한 분만 오셨다”면서 “부녀지간의 정이 무척 깊은 것 같다”고 말했다.


노견평씨는 면회시간 내내 두 손을 앞으로 가지런하게 놓고 차분하게 말을 이었다. 고개도 좀처럼 들지 않았다. 두 사람간 대화에만 신경을 쓴 탓인지 카레라 셔터 소리도 듣지 못한 것 같았다. 대신 건평씨는 집안 식구들의 동향에 대해서 비교적 자세하게 물었다.


한편, 검찰은 건평 씨가 세종증권 인수에 개입해 30억 원을 받은 것 말고도 회사돈 15억 원을 빼돌리고 5억2천만 원의 세금을 포탈한 혐의가 추가로 드러났다고 빍혔다.


그뿐 아니라 그의 딸, 사위, 사돈도 세종증권의 주식을 매매해 6억 원의 시세차익을 얻었다고 한다. 세종증권 하나에 노 씨 전 가족이 달려들어 한몫 단단히 챙긴 것이다.


검찰은 노건평 씨에 대한 중간수사결과를 발표했지만 국민적 의혹은 아직 남아있는 상태로 재판기간 내내 건평씨의 심사는 불편할 것 같다.
특히 정대근 전 농협회장이 인수 과정에서 받은 70억 원의 사용처에 대한 계좌추적조차 끝나지 않고 있다.


농협의 세종증권 인수 직전 주식 거래로 259억 원의 시세차익을 챙긴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에 대한 수사도 미진하다. 그가 ‘전망이 좋지 않다’는 증권사 직원의 만류에도 세종증권 주식을 집중 매입한 시기가 노 씨와 전화통화한 직후였다.


그러나 검찰은 노 씨가 박 회장에게 도움을 줬다는 사실을 밝혀내지는 못했다. 290억 원대의 세금포탈 혐의 외에도 불법 정치자금 제공 전력이 있는 박 회장의 수백억 원대 비자금 수사도 밝혀낸 게 없다.


세종증권 매각 비리 의혹은 노 전 대통령의 참여정부 시절 청와대 민정수석실에서 조사했지만 혐의를 밝혀내지는 못했던 사건이다. 그런데 이번 검찰 수사로 노 전 대통령의 측근들이 막대한 이익을 챙긴 비리임이 밝혀진 것이다. 이 과정에서 이들을 비호하고 ‘후원금’을 챙긴 실세들이 있을 것이다.


그런데도 검찰이 이쯤에서 수사를 끝내려 한다면 현 정치권이 관련된 때문이라는 오해를 살 수도 있다. 노건평씨 부녀의 구치소 상봉이 아버지와 딸의 평범한 면회가 아니라 여러사람들의 이목을 끄는 것은 이 때문이다. <New 일요서울>은 다음호에서 두 사람의 진실 토크를 담백하게 다룰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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