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주간 - 재벌가 막내 수십억대 사기 행각

50대 여성 사업가에서 고수익 미끼로 16억 빌려

국내 대표 재벌기업 창업자 막내아들 사기 들통
“내가 못 갚으면 재벌 형이 있으니 믿어라”

국내 유수 재벌그룹 창업자의 막내아들이자 회장의 동생이 수십억대 사기 행각을 벌였다. 장본인은 A그룹 B회장의 막내 동생인 C씨로 그는 현재 서울 강남에서 건축 시행사를 실질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C씨는 의류 사업을 하는 50대 D모 여인에게 16억원을 투자하면 두 달 안으로 원금 상환과 함께 15억 원의 고수익을 올리게 해주겠다고 약속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C씨는 이 약속을 지키지 못했고 현재 원금도 갚지 못하고 있다. 그러자 D여인은 C씨를 사기 등의 혐의로 경찰에 고소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여성 사업가로부터 고소에 직면하고도 말 못하는 재벌가의 속사정을 <New 일요서울>이 심층 취재했다.

여성 사업가 D씨는 지난 6월 재벌가 차남 C씨로부터 묘한 제안을 받았다. 부산 00구 00동을 재개발할 예정인데 토지 계약금이 모자란다며 단기간 빌려달라는 것 이었다. C씨는 ‘평당 8천만원이 넘는 땅인데 3천여만원 이하로 계약하기로 했다. 이곳을 개발하면 수백억원의 이익을 올릴 수 있는데 계약금이 모자라 큰일’이라고 했다.

그는 이어 “모자라는 계약금 16억원만 빌려주면 두 달 내로 프로젝트 파이낸싱(PF)을 일으켜 이자 15억원과 함께 원금을 갚겠다”며 “00은행과는 이야기가 다 됐다”고 말했다.

“16억 빌려주면 두 달 내 15억 수익 올려주겠다”

D여인이 사업성을 의심하자 C씨는 “당신도 알다시피 내가 A그룹 B회장의 친 동생 아니냐?”며 “형제 가운데 나를 가장 아끼기 때문에 일이 잘 못되면 형이 당신 돈을 갚아 줄 것”이라고 안심시켰다. 결국 D여인은 C씨에게 16억원 1천만원을 빌려줬다.

D여인은 “재벌가의 차남이라 약속을 지킬 것이라고 생각했다. 특히 B회장이 신임을 받고 있다고 하기에 원금을 떼일 염려는 없을 것이라고 믿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순조롭게 진행되던 C씨의 사업은 미국발 금융위기란 암초를 만나게 된다. 당초 PF자금을 약속했던 은행은 등을 돌렸고 설상가상 시공사마저 사업에서 발을 빼기 시작했다. C씨는 토지 중도금 지급이 어려워지면서 계약금마저 떼일 지경에 놓였다. 결국 C씨는 D여인에게 약속한 이자는 고사하고 원금 상환일마저 어기게 됐다.

D여인은 C씨를 독촉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C씨는 살고 있는 집을 제외한 전 재산을 재개발사업에 투자한 상태였다. D씨는 “C씨가 상환 능력이 없으면서도 큰 소리를 치며 내게 돈을 빌렸다”며 “애초에 C씨는 내 돈을 갈취하기 위해 재벌가 형을 내세워 사기행각을 벌였다”고 주장했다.

자살 협박 VS ‘차라리 죽어버려라’

화가 난 D여인은 C씨의 친형인 A그룹 B회장 측에 C씨의 사기행각에 대해 폭로하면서 채무 변제를 요구했다. B회장 측은 이같은 사실이 알려지는 것을 두려워했다. 그러나 B회장은 D여인에게 돈을 대신 갚아줄 의사가 없음을 명백하게 했다. 정상적인 방법으로는 돈을 돌려 받기 어렵다고 느낀 D여인은 주위에 이 같은 사실을 알리기 시작했다.

D여인과 친분이 있는 사람들이 D여인을 돕기 시작했다. 그러자 C씨는 자꾸 자신을 괴롭힌다며 자살을 선택하겠다고 D여인 측에 통보한다. D여인 측 E씨는 “자신의 사기행각에 대해 사죄는 커녕 오히려 죽어버리겠다고 협박하고 있다”며 분노했다.

그러나 C씨 측은 “오히려 D여인측이 ‘차라리 죽어버리라’고 협박했다”며 “이들의 협박에 체중이 크게 줄었을 뿐 아니라 정신적 피해에 시달리고 있다”고 말했다.
C씨 측은 “지난 밤에도 4시간 가량 D여인 측과 통화를 했는데, D여인이 '죽어 버려라'고 협박했다”며 통화 내역을 녹음해 뒀다고 설명했다.

C씨는 이어 “아내를 겨우 설득해 살고 있는 아파트를 급매물로 내놓았지만 시가보다 5억 가량 싼 가격에 팔렸다”며 “은행권에 7억 가량 담보설정이 돼 있어 변제할 수 있는 금액은 8억 가량이다”고 말했다. C씨는 “전 재산을 재개발 사업에 쏟아 부은 상태라 전세자금을 구하기도 막막할 실정”이라며 “재벌가에서 태어나 부족함 없이 살던 식구들에게 미안할 뿐”이라고 한숨을 쉬었다.

언론 누출 우려 ‘쉬쉬’ 재벌회장 속사정은?

C씨는 그러면서도 “D여인에게 돈을 빌릴 때 형님의 재력을 내세운 사실이 없다. 이 일은 형님과 상관없기 때문에 모든 죄 값은 내가 달게 받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D여인 측은 “C씨는 평소에도 재벌가의 차남임을 은근히 과시했다”며 “돈을 빌릴 때도 B회장이 자신의 말이면 뭐든 들어준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면서 A그룹 B회장에게도 법적 책임을 물을 의사를 분명히 했다.

A그룹 관계자는 이에 대해 “C씨가 B회장의 친동생이고 과거 우리 그룹에서 일했던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두 분간 사적인 관계에 대해 말하기 곤란하지만 C씨는 오랫동안 해외에서 생활했다”고 밝혔다.
A그룹 관계자는 이어 “C씨는 건설분야는 문외한”이라며 “B회장이 C씨에게 자신이 모르는 분야 사업을 벌일 것에 대해 격노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또 다른 관계자는 “B회장은 동생의 사기행각이 언론에 공개되는 것을 크게 우려하고 있다”며 “그러면서도 동생의 부채를 변제해 주지 않는 이유는 모르겠다”고 밝혔다.

[저작권자ⓒ 일요주간.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