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베어스 팀닥터 주의탁 정형외과 원장의 재미난 의학 이야기

김창완 의학전문 / 기사승인 : 2009-01-21 15:1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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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구일언(二口一言) 이구이언(二口二言)

▲ 주의탁 정형외과 원장

의학적 지식이 거의 없는 환자에게 한정된 일정 시간내에 의사의 설명을 충분히 이해시킨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그 때문에 의사와 환자간에 마찰이 생기기도 한다. 항상 이런 안타까움을 갖고 있던 중에 마침 글을 쓸 기회를 갖게 되었고, 이 기회를 통해 진료실에서 환자들과 미처 나누지 못한 이야기를 좀 더 깊이있게 나누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다. 또한 ‘건강은 건강할 때 지켜야 한다’는 말처럼 이 글의 내용이 건강한 삶을 영위하고자 하는 많은 사람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이구일언(二口一言)
전문 용어를 환자에게 쉽게 풀어 설명해 주다보면 간혹 오해가 생기기도 한다.
그러나 결국 진단명은 한 가지라는 사실을 잊지말자.

불신의 시대다. 서로가 서로를 못 믿고 헐뜯으며 세상이 각박해지고 있다. 이런 불신 풍조는 의료 현장에서도 예외는 아니다. 언제부터인가 환자가 의사의 말을 믿지 못하는 현상이 흔하게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환자의 불신은 일차적으로 의사에게 책임이 있지만 일단 의심부터 하고 보는 환자의 태도에도 문제는 있다. ‘의사 구매’라는 말이 문뜩 떠오른다.


의사의 말을 믿지 못하는 환자들이 백화점에서 물건을 쇼핑하듯이 이 병원 저 병원을 돌아다니며 의사의 말 하나 하나를 비교,분석하는 모습을 이렇게 표현해 본 것이다.넘어져서 병원을 찾은 환자가 있었다. 담당 의사는 엑스레이 촬영후에 “뼈가 부러졌습니다”라며 치료과정과 주의해야 할 사항 등을 자세히 설명해 주었다.


설명을 듣던 환자는 놀라면서 “어제 다른 병원에 갔었는데, 거기서는 뼈에 금이 갔다고 하던데요”라고 말했다. “부러졌는데 금이 갔다고 잘못 알았단 말인가요?” 환자는 흥분하며 어쩔줄을 몰라했다. 보호자나 환자를 이해시켜 보지만 또 다른 병원을 찾아가보고 싶어하는 눈치이다. 의사의 입장에서 보면 이것은 두 가지 다른 말임에도 불구하고 한 가지 뜻임에 틀림없다.


어느 한편이 오진을 한 것이 아니라는 말이다. 뼈가 부러졌다는 것이나 뼈에 금이 갔다는 것은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다. 의학적으로 설명하면 이 두 가지 경우는 모두 ‘골절’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골절입니다”라고 설명하는 경우, 환자가 쉽게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그래서 의사들은 환자의 이해를 돕기 위해 각자 쉽다고 생각되는 다른 표현을 사용한 것 뿐이다. 부러졌다고 하든 금이 갔다고 하든 두가지 모두 같은 진단이다.

환자와 의사는 신뢰의 관계다

위와 비슷한 사례로 손목이 삐끗해서 병원을 찾은 환자가 있었다. 어떤 의사는 “인대에 염증이 생겼습니다”라고 말했고, 또 다른 의사는 “인대가 늘어났습니다”라고 말했다. 환자가 듣기에는 전혀 다른 진단 같겠지만 의사의 입장에서 보면 이 두가지 모두 같은 진단을 내린 것이다. 이 같은 경우 전문 용어는 ‘염좌’이다. ‘염좌’란 인대가 늘어난 것이고 늘어난 인대에 염증 반응이 일어나는 질환이다. 결국 두 가지 설명은 한 가지 질환에 대한 다른 표현일 뿐 결코 다른 진단을 내린 것이 아니다.


이 또한 의사가 환자의 이해를 돕기 위해 전문 용어를 사용하지 않으려다 생긴 결과라고 볼 수 있다. 한 가지 뜻에 대한 의사의 다른 표현. 그것을 이해하지 못해서 생기는 의사와 환자간의 불신을 보면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의사와 환자간의 무너진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많은 시간이 필요할지 모른다. 우선 의사는 환자에게 믿음을 주어야 할 것이고, 환자 역시 마음의 문을 열고 의사의 말을 믿고 따르는 신뢰감을 갖는 일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이구이언(二口二言)
의사마다 의료 행위의 차이가 나는 것은 의사의 경험과 지식에 기초한 의사의 선호도 차이 때문이다. 따라서 의사를 믿고 따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의료계가 발전을 거듭하면서 다양한 치료가 개발되어 가고 있다. 모든 의사들은 이런 다양한 치료법 중에서도 후유증이나 부작용이 적고 환자에게 더 많은 도움을 줄 수 있는 치료법을 사용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그런 가운데서도 의사에 따라 조금씩 선호하는 치료법이 있기 마련이다. 한 환자가 진찰실에 들어왔다. 진찰과 검사를 해보니 다리가 골절되어 있었고 의사의 모든 지식과 경험을 동원하여 수술보다는 기브스로 고정해서 치료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는 결론을 내린 후 기브스를 권유했다.


그러자 환자가 갑자기 흥분하며 말했다. “어제 그 의사는 왜 수술을 하자고 그런거야! 도대체 의사마다 하는 말이 다르니 누구 말을 믿어야 할이지 알 수가 없잖아!” 환자는 의사에 대한 불신과 자신의 증상에 대한 불안감 때문에 몹시 짜증이 난 상태였다. “이런 경우에는 의사의 재량에 따라 치료법이 다를 수가 있습니다.” 환자를 이해시켜 보려고 하지만 환자는 여전히 개운치 않다는 표정이었다.


정형외과의 가장 대표적인 질병은 골절이다. 이 골절의 치료법은 골절 부위나 모양, 환자의 나이 등에 따라 크게 세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첫 번째는 기브스나 보조기 등을 이용하여 수술하지 않고 치료하는 경우이고, 두 번째는 이와 반대로 수술하지 않고는 치료가 불가능하여 반드시 수술을 하는 경우이다. 그리고 마지막 세 번째 방법은 의사의 재량에 따라 수술을 하기도 하고 비수술적 방법을 택하기도 하는 경우이다.

의사는 정신적인 안정도 책임지는 인생의 조언자

사실 진찰실에서는 의사에 재량에 따라 치료 방법이 선택되는 경우가 가장 흔하다. 이런 경우 의사는 골절 양상이나 환자의 조건에 따라 비수술적 방법을 처방하기도 하고, 수술적 방법을 처방하기도 하는 것이다. 그래서 위와 같은 환자의 경우가 생길 수 있다. 환자의 입장에서 볼 때는 의사의 말이 왜 다르냐고 충분히 의문을 가질 수도 있다.


그러나 의사는 자기 나름대로 환자를 오랫동안 치료해 오면서 갖게 되는 경험에 따라 다양한 치료법을 선택할 수 있다. 따라서 수술적 방법과 비수술적 방법, 이 두 가지 치료법 중에서 더 좋은 치료 결과를 얻었던 방법을 우선적으로 추천하게 되는 것이다. 집집마다 김치 맛이 다르다고는 하지만 기본적으로 들어가야 하는 재료가 달라지는 것은 아니다.


고춧가루와 배추가 반드시 기본재료로 들어가면서 그 양과 비율에 따라, 또 그 외의 첨가물에 따라 김치 맛이 차이가 나는 것과 같은 원리로 이해하면 될 것이다. 두 입으로 두 가지 말을 듣게 되었지만 결국은 좋은 치료 결과를 얻기 위한 한 가지 마음이었던 것이다. 이런 경우 또한 환자와 의사가 신뢰한다면 아무 문제가 될 것이 없다.


의학상담 : 02-599-7252 (주.정형외과)



원장 / 정형외과 전문의 주 의 탁
중앙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하였으며,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정형외과 관절경연수실을 수료하였다. 정형외과 전문의 취득한 그는 한림대학교 의과대학 교수, 미국 피츠버그 의과대학 및 Southern California Orthopaedic Institute에서 ‘관절경 및 스포츠의학’을 수료하였다.
현재 주.정형외과 원장인 그는 한림대학교 의과대학 외래교수, 두산베어스 프로야구단 팀닥터, 대한정형외과학회 정회원, 대한관절경학회정회원, 미국 관절경학회 정회원, 유럽스포츠외상학 및 관절경학회 정회원으로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으며, <동아일보>가 선정한 관절분야 ‘베스트 닥터’에 선정되기도 하였다. 또한 ‘관절경 및 스포츠손상클리닉’을 운영중인 주.정형외과는 두산베어스 프로야구단, 울산모비스 프로농구단, SK나이츠 프로농구단 지정병우너으로서 명성이 자자한 곳이다. 저서로는 ‘닥터 주의 관절 클리닉’과 ‘요통, 골관절염, 골다공증, 비만 - 운동으로 이깁시다’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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