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문화 속으로-서울 ‘하드코어 룸살롱’ 대혈투 내막

서준/헤이맨라이프 / 기사승인 : 2009-02-07 11: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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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별 자극적 이벤트 선보이며 천하통일 꿈꾼다

에이스급 아가씨 스카우트 위해 길거리 헌팅은 기본 상대업소 제압 위해서라면 ‘내상 좀 입어도 어떠리’? 업소 당 영업진 1백여 명, 휘하 아가씨 200~300명 업계 관측 “지금의 전투보다 더 강하고 자극적 될 듯”?



최근 서울 선릉역 인근에 밀집해있는 ‘하드코어 룸살롱’들이 대혈투를 벌이고 있다. 이들의 혈투란? 살아남기 위해 벌이는 업소들 간의 생존경쟁을 의미한다. 선릉역 일대 업소들이 북창동의 하드코어 시스템을 도입한 이후 손님들을 선점하기 위한 업소들 간 치열한 경쟁이 전개되고 있는 것이다.


일부 업소들은 ‘에이스급’ 아가씨들을 스카우트하기 위해 길거리 헌팅을 하는 것은 물론이고 보다 자극적인 서비스의 개발을 위해 머리를 싸매기도 한다. 특히 홍보 수단의 변화는 가장 눈에 띄는 부분 중 하나다. 문자메시지를 보내거나 이메일을 통해 홍보하는 방식 등은 진부하게 느껴질 정도다.


이들은 서로 간에 보이지 않는 출혈을 감수하면서라도 상대를 제압하기 위한 전략을 짜면서 군웅할거(群雄割據) 시대의 천하통일을 꿈꾸고 있다. 그 치열한 경쟁의 현장을 전격 취재했다.


몇 년 전부터 서울 강남역과 선릉역 인근에는 기업형 룸살롱들이 속속 들어서고 있다. 이들 업소는 일반적인 룸살롱과는 규모면에서부터 다르다. 말 그대로 하나의 기업이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의 크기와 체계적인 시스템을 갖추고 영업을 하고 있는 현실이다.


그중 몇 개의 업소들은 현재 선릉일대에서 가장 큰 규모를 자랑, 타 업소들이 넘보지 못할 만큼의 강력한 업소라인을 형성하고 있다. 그간 이들 업소의 틈바구니 속에서 나름대로의 생존을 꿈꾸었던 S, K, W, R, Y, S업소 등은 깊은 ‘내상’을 입은 채 간신히 명맥만 유지하고 있는 것과 다름없는 상태다.이들의 퇴진으로 ‘1차 혈투’가 일단락됐다면 이제는 살아남은 업소들 간에 본격적인 ‘2차 하드코어 대혈투’가 벌어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강남역 인근의 D룸살롱, 선릉역 인근의 C룸살롱 등은 각각 한 업소에서 일하고 있는 ‘구좌’ 즉 영업진만 해도 100여 명이 훨씬 넘고 거느리고 있는 아가씨 역시 무려 200명에서 300명에 달한다. 인력으로만 따져볼 때 이들 업소는 중소기업 못지않은 규모를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대부분의 영세한 업소들이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는 최근에도 이들 업소들은 그야말로 불황을 모른 채 엄청난 매출을 올리고 있는 실정이다.


(2차 하드코어 대전쟁 내막)

이들 업소는 거의가 북창동식 하드코어를 표방하고 있다. 서비스의 질로 승부를 보려는 특징을 지닌다. 따라서 업소 측에서는 서비스 자체를 획기적으로 높이거나 새로운 시스템을 도입함으로써 손님들을 끌어들이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


입맛 까다로운 손님들일수록 기존의 영업방식과는 다른 강렬하면서도 신선한 자극을 선호한다는 점을 이용하는 셈이다. 손님들의 구미에 맞는 서비스를 발굴, 도입하려는 업소 측의 노력은 그야말로 전쟁을 방불케 한다. 일명 ‘69 자세’나 ‘벌떼쇼’와 같은 색다른 이벤트의 도입도 룸살롱 문화에 식상해지기 쉬운 손님들을 끌어 모으기 위한 노력의 결과다.


문제는 업소 측과 아가씨들과의 갈등이다. 새롭고 자극적인 서비스를 도입하려는 업소 측과 아가씨들 사이에서는 어쩔 수 없이 갈등이 생기기 마련이다. 지나치게 자극적인 것을 요구하다보면 이에 응하지 않으려는 아가씨들이 생기게 마련이기 때문이다. 서로 간 합의가 안 되는 부분으로 인해 문제들이 발생하고 있는 현실이다.


물론 하드코어 시스템을 표방한 역삼동 인근 일부 업소들은 아가씨들에게 높은 수익을 보장하는 방법으로 아가씨들을 달래가며 영업을 하는 곳도 있다. 한 업소 관계자는 “아가씨들에 대한 처우도 최고로 해준다. 북창동보다 t/c(봉사료)를 올려주기도 한다. 능력 있는 아가씨들이 삐딱선을 타면 여간 곤란한게 아니기 때문”이라고 귀띔했다.


아가씨들의 요구사항을 잘 조율해가면서 손님들의 입맛을 사로잡는 방법이 업소 측에 있어서는 최대의 관건인 셈이다. D 룸살롱에서 도우미로 활동하고 있는 한지원(가명)씨는 “손님과 가게의 입장에서는 아가씨들이 보다 강한 서비스를 해주면 좋겠지만 실제 필드에서 뛰는 우리로서는 여간 곤욕스러운 게 아니다”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한씨는 “하드코어 서비스라는 게 아가씨들의 입장에서는 지나치게 부담스러운 것이 사실”이라며 “속칭 ‘전투’라는 것도 큰마음 먹고 하는 건데 그 이상 요구하는 것은 받아들이기 힘들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그녀는 이어 “우리들은 이 일을 일종의 서비스업이라고 생각한다. 돈 때문에 일을 하는 경우가 많은 것은 사실이지만 나름의 봉사정신이 없으면 감당하기 힘든 부분이 많다”고 밝혔다.

(룸에서 원스톱서비스 인기)


역시 같은 D 룸살롱에서 일하고 있는 도우미 민지(가명)씨는 “직접 손님들을 룸살롱 안에서 대하는 아가씨들의 고통은 생각보다 크다”며 “아무리 경쟁이 치열하다고는 하지만 아가씨 역시 여자임을 잊어버리지 않았으면 한다. 아가씨들을 그저 데리고 노는 장난감으로만 생각하지 말고 함께 밤문화를 만들어가는 또다른 주체로 생각해주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아가씨들의 이러한 토로가 업소의 전체적인 트렌드 자체를 바꾸기는 힘들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하드코어 업소 C 룸살롱에서 한 달에 몇 천이 넘는 매출을 올리는 것으로 소문난 H 상무는 “어쨌든 각 업소들이 비슷비슷한 서비스를 하고 있는 상황에서는 차별화가 되기가 힘들다”며 “아가씨들을 설득하는 것이 중요하지만 결국에는 지금의 전투보다 더욱 강하고 자극적인 서비스가 실행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H 상무는 “만약 한 업소에서 이색적인 서비스를 하게 되면 너나할 것 없이 다른 업소들에서도 그 서비스를 실시하기 마련이다. 그렇게 되면 아가씨들도 업소의 방침에 자연히 따를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현재 경이로운 매출기록을 세울 수 있는 이유도 고객이 원하면 무엇이든 해드린다는 자세로 임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강렬한 자극의 하드코어 서비스만 도입한다고 해서 업소들이 살아남는 것은 아니다. 하드코어가 비록 서비스로 승부한다고는 하지만 아가씨들의 ‘수질’ 자체를 무시할 수는 없다. 아무리 쇼킹한 서비스로 무장했다고 하더라도 몸매와 얼굴 자체가 따라주지 않으면 손님들로서는 불만을 가질 수밖에 없는 것이 인지상정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아가씨들의 외모는 업소의 영업을 책임지는 가장 큰 무기라고 할 수 있다. 물 좋은 아가씨들을 섭외하기 위한 영업진들의 노력은 그야말로 눈물겹다. 일부는 다른 업소에서 일하고 있는 에이스들을 비밀리에 접선, 좀 더 좋은 대우를 약속하며 스카웃 제의를 하기도 한다.


일부 구좌들은 길거리 헌팅도 마다하지 않는다. 가장 인기 있는 지역은 역시 신촌과 홍대, 그리고 선릉 인근 등이다. 이곳은 모두 젊은이들이 많이 오는 곳으로 ‘물’부터가 다르다는 게 구좌들의 얘기다. 길거리 헌팅을 해봤다는 김모씨는 “룸살롱이다 보니까 일단 상대의 분위기부터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좀 ‘놀 것 같은’ 아가씨에게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한두 마디를 해보면 대략 그 아가씨에 대한 파악이 끝나기 때문에 처음에는 모델 캐스팅인 것처럼 얘기하다가 얘기가 잘되면 룸살롱 이야기를 본격적으로 꺼낸다는 것. 성공확률이 그리 높지는 않지만 ‘짭짤한 수확’을 거두는 경우도 종종 있다고 한다.

(경기불황 속 알뜰고객 유치전 후끈)

한여름 아가씨헌팅을 위해 물 좋다는 수영장이나 나이트클럽 등을 매일같이 섭렵한다는 구좌들도 있었다.룸살롱 홍보 방법 역시 보다 적극적으로 변하고 있다.? ‘ㄹ’ 룸살롱의 영업진인 K부장은 “손님들에게 최선을 다하는 것이 최대의 홍보 방법이다. 하지만 보다 많은 손님들을 끌어들이기 위해서는 적극적인 마케팅 개념을 도입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는 또 “이제 문자 메시지나 이메일을 통한 홍보와 관리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구좌들도 적극적으로 손님들이 원하는 다양한 욕구들을 채워주어야만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 최근 일부 구좌들은 ‘이벤트’를 통해 자신들의 업소를 알리는 경우가 많다. 이벤트란 기존보다 훨씬 적은 돈으로 술을 먹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이를 통해서 입소문을 꾀하는 것이다.


‘ㅊ’ 룸살롱의 황호준 상무는 “무엇보다 확실하고 신뢰를 주는 것은 바로 입소문”이라며 “이렇게 입소문을 통해서 온 손님들에게 흡족한 서비스를 제공하면 신뢰가 쌓이게 된다. 이런 손님들과는 지속적으로 관계를 맺는 경우가 많이 있다”고 말했다.


선릉역 일대의 ‘2차 하드코어 대혈투’가 언제 끝날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 또 일부 유흥 관계자들은 “이들 몇 개의 업소들이 강남 하드코어 수요를 골고루 나눠가지면서 ‘2강(强)’을 유지할 가능성도 상당히 높다”고 말했다. 서준/헤이맨라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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