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입법전쟁 한나라 압승의 비밀

김기성 / 폴리뉴스 / 기사승인 : 2009-03-10 11:5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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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홍준표’ 투톱의 위력

일치단결 대오에는 朴心, 뛰어난 전략 뒤엔 洪心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여야 대표회담을 통해 2차 입법전쟁을 마무리 지었다. 지난달 25일 국회 문방위에서의 미디어 관련법 기습상정으로 촉발된 2차 입법전쟁은 한나라당 승리로 막을 내렸다. 이로써 예산안 처리 과정에서부터 시작된 여야전쟁은 2:1 스코어로 한나라당 승리로 돌아갔다.


당 내 친이-친박 간 계파갈등으로 ‘모래알 정당’ ‘한지붕 두가족’ 등의 비난 속에 한나라당이 지난 1차 입법전쟁 패배의 수모를 딛고 반전을 이뤄낼 수 있었던 기반은 무엇일까?
한나라당 의원들은 이구동성으로 ‘일치단결된 한나라당 전의’와 ‘원내대표단의 뛰어난 전략’을 꼽고 있다.


▲ 2차 입법전쟁에서도 여실히 박근혜 전 대표의 힘은 입증됐다. 모래알 정당이 바위정당으로 일치단결된 배경에는 ‘박근혜’가 자리 잡고 있었다.
일치단결된 대오 뒤에는 박근혜 전 대표가 있고, 뛰어난 전략 뒤에는 본회의장 기습점거로 시작된 홍준표 원내대표의 공성전 카드가 자리 잡고 있다.

친이 주류인 안경률 사무총장은 2일 오후 본회의 직전 기자와 만나 “이번에는 뭔가 우리가 해내야 한다는 단결된 의지가 강했다”며 전열을 재정비한 한나라당의 전의를 이번 승리의 최대요건으로 꼽았다.

<이번에는 뭔가 해내야 한다는 의지가 강했다>

안 사무총장은 “집권 2년차를 맞은 이명박 정부가 어려운 경제위기를 헤쳐 나가기 위해서는 여당의 뒷받침이 절실했다”며 “한나라당 의원들이 한마음, 한뜻으로 이를 절실히 인식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국회 본회의장 앞 로텐더홀 점거 전략을 거론하며 “지난 1월 우리가 (민주당에게) 당했기 때문에, 이번에도 당할 수 있다는 의구심과 고심이 있었다. 결국 원내대표단의 전략으로 우리가 먼저 선점했고, 이것이 훌륭한 협상카드가 됐다”고 밝혔다.


한나라당 의원들은 여야 대표회담이 한창이던 1일 오후, 국회 본회의장 앞 로텐더홀을 기습점거하고 김형오 국회의장의 쟁점법안 일괄 직권상정을 촉구하는 단좌농성에 돌입했다. 당시 홍 원내대표는 민주당의 기습점거를 막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었다고 밝힌 바 있다.


여당이 국회 내에서 점거농성에 들어간 것은 헌정사상 초유의 일로, 한나라당은 방심하고 있는 민주당의 허를 찌르며 대야 협상의 유리한 전략고지를 확보했다. 홍 원내대표의 전략이 주효한 셈.

<박근혜 전 대표의 역할이 아주 중요했다>

친박계의 좌장 격인 김무성 의원은 이날 기자와 만나 “본회의장 점거는 의장 압박용이었다”며 “김 의장이 어쩔 수 없이 직권상정 카드를 빼니깐, 여기에 놀란 민주당이 꼬리를 내렸다”고 풀이했다. 이어 그는 “본회의장은 아주 중요한 전략적 거점”이라고 강조했다.


김 의원은 또 “박근혜 전 대표 역할이 아주 중요했다”며 이날 오전 농성장을 격려 방문했던 박 전 대표의 역할을 강조했다.


박 전 대표는 이 자리에서 “한나라당이 그동안 미흡한 부분에 대해 상당히 많은 양보를 하고,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하려 노력을 많이 했다”고 평가한 뒤, “문제는 시기를 못 박지 않은 것인데, 그 정도(김형오 의장의 중재안)는 야당이 받아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한나라당 손을 들어줬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지난 1차 입법전쟁에서의 한나라당 패인을 민주당의 본회의장 점거와 박 전 대표의 ‘제어’에서 찾고 있다. 김 의원 말대로라면 한나라당이 지난 패인을 상쇄한 것이 된다.


실제 민주당은 1일 오후 어렵게 국회 본청 봉쇄를 뚫고 들어온 보좌진과 당직자 200여명을 2일 새벽 철수시키며 자진 무장해제를 단행했다. 1일 심야협상에서 도출된 중재안이 최종 합의안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섣부른 판단으로 병력을 철수시킨 것. 때문에 수적으로 크게 열세인 민주당은 김 의장의 직권상정을 막기 위한 최소한의 실력저지도 불가능했고, 여기에 한나라당 의원들의 본회의장 앞 점거농성은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작용했다.

▲ 한나라당 의원들이 1일 국회 본회의장앞 로텐더홀을 기습점거하고, 연좌농성에 돌입했다.
<실력저지가 승리로 이어지는 좋지 못한 선례를 남겼다>

한나라당 내 중도개혁성향의 ‘민본21’ 소속 김성태 의원은 기자와 만나 “여야가 국회파국을 막고, 어떠한 형태로든 합의를 도출했다는 것에 무엇보다 만족한다”고 밝혔다.


김 의원은 “한나라당이 처해있는 절박한 상황에서 박 전 대표가 정말 어려운 결단을 내렸다. 하나가 되는 바탕을 만들어 주었다”며 “로텐더홀 점거도 당 지도부의 대야 교섭에 힘을 실어주기 위한 자구책으로 결정적 카드가 됐다”고 평가했다. 이어 그는 “협상 결과와 여기에 이르는 과정에 만족한다”고 덧붙였다.


익명을 요구한 수도권 초선 의원은 <폴리뉴스>에게 “우리의 입장이 이처럼 원사이드하게 관철된 적은 없었다”며 “이제야 정말로 ‘한(하나, 一 )’나라당인 것 같다”고 밝혔다.


정치컨설팅업체 ‘인사이트’ 김동규 대표는 이날 기자와의 통화에서 “박근혜의 힘과 그 영향력을 여실히 보여준 사건”이라 규정한 뒤, “1차 입법전쟁에서 본회의장 점거를 이끌어냈던 정세균 대표가 최대 승리자였다면, 2차 입법전쟁은 타산지석으로 역공을 펼친 홍준표 원내대표의 전략이 빛을 발했다”고 분석했다.
이어 김 대표는 “대화와 타협을 기본으로 하는 국회에 본회의장 점거 등 실력저지가 승리로 이어진다는 좋지 못한 선례를 남기기도 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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