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여성 한달 500만원 유혹서 몸버려
3년 1억 목표 물거품, 한달 1백만원 빠듯
소액대출 사채업자에 ‘영혼’ 뺏기기 다반사
화류계 여성들이 가지고 있는 가장 큰 꿈은 아이러니하게도 ‘빨리 화류계를 떠나는 일’이라고 할 수 있다. 여느 직종이라면 ‘한 우물을 파서 반드시 성공하리라’고 다짐하겠지만 오히려 화류계 여성은 정 반대의 꿈을 꾸고 있다. 이는 그녀들의 처지를 반영하고 있다. 떠나고는 싶지만 돈 때문에 못 떠나는 그래서 돈만 벌면 바로 그 세계를 떠나고 싶어 하는 그녀들의 심정이 투영되어 있다는 이야기다.
그러나 더욱 아이러니한 사실은 그녀들의 현실에서 벌고 있는 돈은 웬만한 직장인을 뛰어넘는 금액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그녀들의 빚은 줄어들지 않거나, 혹은 원래의 계획대로 돈을 많이 벌어 ‘금의환향’을 하지 못한다는 사실이다. 계산기를 두드려보면 ‘놀라운 월수입’이지만 현실에서는 비참하기 짝이 없다는 이야기. 도대체 그녀들의 왜 화류계를 떠나지 못하는 것일까. 그리고 이러한 상황에서도 화류계를 떠나는 여성은 도대체 이유 때문에 화류계를 떠날 수밖에 없었던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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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개월 전에 화류계에서 발을 뺐던 김모 양(27). 그녀도 한때는 화류계 생활을 하면서 ‘찬란한 미래’를 꿈꾸었다고 한다. 계산해 보면 딱 2-3년 정도면 충분할 것 같았다. 최장 3년으로 잡아도 한 달에 5백만 원 정도를 벌어들이면 1억 8천만원. 생활비나 이런 것 등을 뺀다고 하더라도 1억 정도는 충분히 모을 수 있을 듯 했다.
찬란한 미래를 꿈꿨지만
20대 중 후반의 통장에 1억이 들어있다는 생각만 해도 그녀는 짜릿짜릿한 기분을 억누를 수가 없었다. 그리고 그러한 희망이 바로 그녀를 화류계 생활로 이끈 것이기도 했다. 물론 처음에는 그녀도 나름대로 열심히 노력했다. 1억이 통장에 ‘꼽혀있는’ 그 부푼 희망을 안고 말이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게 계산기처럼 딱딱 맞아떨어지지 않았다.
친구들과 어울려 호빠에라도 한번 가면 수십 만원이 깨지는 건 예삿일도 아니었다. 주변 아가씨들이 전부 명품에 화려한 고급 옷을 입고 초이스가 턱턱 되는 것을 보고 그녀도 어쩔 수 없이 명품 옷을 구입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한 달에 저축액은 100만원이면 많다고 할 정도였다. 거기다가 수시로 걸려오는 집안에서의 도움 요청은 도저히 저축을 할 수 없게 만들었다.
당장 통장에 있는 돈을 보면서 어려움을 호소하는 가족들의 고통을 외면할 수는 없었기 때문이다. 그녀가 1년 동안 화류계에 있으면서 모아놓은 돈은 고작 500만원. 3년이면 1억을 모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그녀의 예상은 ‘박살’이 났다고 표현해도 될 정도였다. 결국 그녀는 화류계 생활을 포기하기로 마음먹을 수밖에 없었다.
“일단 무엇보다 내 자신이 비참해서 견딜 수 없었다. 돈을 모으고 안 모으고는 두 번째 문제였다. 그렇게 큰 희망과 꿈을 가지고 반드시 그것을 이루겠다고 생각했었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참으로 터무니없는 계획이었다. 화류계에서 돈을 번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하면 될 것 같다. 물론 나의 생각이 어리고 짧았다는 것은 인정한다.
하지만 룸살롱에 있는 나가요들의 나이들은 거의 엇비슷하다. 자신을 절제하고 경륜이 쌓여있는 40-50대의 여성이 나가요로 활동하기는 불가능하다. 차라리 그때 그만 둔 것이 오히려 더 잘됐다고 생각한다. 아마 아직까지 거기 있었으면 오히려 빚을 많이 졌을 거라고 생각한다.”
현재 그녀가 하고 있는 일은 계약직 사무직이다. 그나마 사무직인 것이 다행이지만 그것도 1년 단위로 계약을 하는 것에다가 월급은 예전에 비하면 터무니없이 적다. 한 달에 150만원에 약간 못 미치니, 과거의 생활에 비하면 아끼고 아껴야 살 수 밖에 없는 처지가 된 것이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그나마 지금의 생활에 그녀가 만족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놀던 가닥 때문에라도
“그래도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가끔씩 옛날 친구들하고 통화하면 사정이 말이 아니다. 어떤 친구는 ‘공사’한번 치려다가 오히려 역공사를 당해서 사채까지 쓰고 있고, 또 다른 친구는 정신 못차리고 사채를 쓰다가 지금은 지방으로 도망갈 생각을 하고 있다고 했다. 그래도 아침 햇살을 보며 출근길에 오르는 나 자신의 모습을 보면서 행복하다고 생각하고 있다.
화류계에서 돈을 번다는 것, 그것은 거의 불가능하고 생각한다. 그것은 한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환경의 문제다. 아무리 똑 뿌러지고 강단 있는 여자라도 화류계에 들어가게 되면 그런 식의 물이 들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다. 환경이 사람을 만든다는 것, 이게 진실이 아닌가.”
대학 편입을 준비했던 R양도 마찬가지의 경험을 했다. 등록금 문제 때문에 휴학을 할 수밖에 없었던 그녀는 빠른 시간 내에 복학을 하고 유학을 가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부모님에게 손을 벌린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 그러나 대학등록금과 유학비용은 만만치 않았다. 줄잡아 수천만 원이 필요한 상황.
일단 그녀가 취직한 곳은 강북의 어느 바(Bar) 였다. 물론 그녀의 역할은 단순히 서빙을 하는 것이 아니었다. 그렇게 했다가는 한 달에 100만원이나 벌면 다행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녀가 선택한 것은 일종의 대화 상대였다. 업소에 소속된 직원이기는 하지만 개별적으로 남자들과 친분을 맺은 다음 그들이 쓴 술값의 일부를 자신이 갖는 형태였다. 어떻게 보면 개인영업자라고 할 수도 있는 것.
그녀는 자신이 대학생이라는 신분과 외모가 괜찮다는 점을 십분 활용, 돈을 버는데 박차를 가하기 시작했다. 그녀가 한 달에 벌었던 돈은 평균 300만원-400만원 사이. 처음에 생각했던 것만큼 짭짤한 수익이기는 했지만 문제는 그것이 아니었다.
편입을 위한 시험 준비나 외국 유학을 위한 외국어 습득은 도저히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주경야독’을 할 마음을 단단히 먹었지만 자신이 술을 많이 먹어야 남자들도 술을 많이 먹고 그래야 돈이 될 수밖에 없었기 때문에 매일 밤 ‘주독’에 빠져 살아야 했다.
다음날 오전에는 시간이 있지만 공부를 하기는커녕 잠을 자고 술을 깨는데 하루 종일을 소비해야 했다. 그녀로서는 도저히 ‘답’이 안 나온다고 생각, 기왕할 꺼면 돈을 더 많이 버는 ‘룸살롱으로 가자’는 생각을 했다고 한다. 어차피 공부를 못한다면 독하게 마음먹고 ‘짧고 강하게’ 일을 해서 돈을 벌고 떠나자는 생각을 했던 것. 또한 나가요 아가씨의 경우 본인의 능력 여하에 따라 한 달에 많게는 1000만원까지 벌수도 있었기에 기존의 시간을 3분의 1로 앞당길 수 있다는 장점도 있었다. 하지만 그 역시 그리 만만한 일은 아니었다.
아무리 시간을 당기고 돈을 많이 번다고는 하지만 체력이 따라주지 않았고, 그렇게 하루 이틀 결근을 하다보면 한 달에 1000만원을 번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었기 때문이다. 결국 그녀는 그렇게 화류계에 대한 자신의 모든 꿈을 접고 떠날 수밖에 없었다. 그녀는 그것을 ‘악순환’이라고 했다.
술과 남자, 그리고 성매매
“누구든 자신의 마음먹기 여하에 따라서 자신의 삶이 달라지고 생활이 달라진다고 생각할 것이다. 나 역시 그랬다. 언제나 긍정적인 마음가짐을 가지고 있었기에 나만 열심히 하면 모든 것이 잘 될 것이라고 믿었다. 하지만 그 법칙이 화류계에서만큼은 통하질 않는다. 그곳에는 ‘술’이라는 것이 있고 또 돈이 쉽게 벌리기 때문에 그렇게 독한 마음을 먹고 살아갈 수만은 없는 곳이다. 그래서 더 이상 그곳에 있다가는 큰 일 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현재는 외국 유학을 포기하고 아르바이트를 통해 겨우 한 학기 등록금을 마련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예전 같으면 한 달 만 일해도 벌 수 있는 돈이었지만, 이제는 더 이상 그런 계산에 연연하지 않는다. 그것은 수치상으로는 가능할지 모르지만 현실적으로는 불가능한 일이기 때문이다.”
그나마 위의 두 가지 경우는 빨리 화류계를 떠난 경우이다. 대부분의 나가요 아가씨들은 그 악순환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떠나려니 빚이 남아 있어 떠날 수가 없고, 또 빚이 없더라도 막상 나가면 할 수 있는 것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여러 가지 조건의 미달로 인해 사무직이나 기타 안정적인 직업을 갖기도 힘들다. 또 ‘놀던 가닥’이 있기 때문에 자신의 습관을 쉽게 바꾸는 것도 쉽지 않다.
결국 그녀들은 그야말로 ‘화류계 여성’이 되어버리고 만다. 그저 술과 남자, 그리고 성매매가 일상이 되어버리고 그것이 이제는 아무렇지도 않게 일상의 한 부분이 되어버린 것이다.
그런 경우 이제 그녀들도 더 이상 새로운 삶을 꿈꾸지 않는다. 아니, 보다 정확하게는 꿈을 꾸지 않는 것이 아니라 꿈을 꿀 수가 없게 되어버린 것이다. 화류계 여성들의 화려한 삶을 동경하며 나가요를 꿈꾸는 여성들도 있지만 결국 그것이 꿈이 아니라 ‘환상’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지만, 이미 그때는 너무 늦어버린 것이다. 〈서준/헤이맨라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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