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자리 창출과 지역경제 살리기-“두 마리 토끼를 잡아라”
경제 위기 속 자치단체장의 새 모델-“그를 벤치마킹하라”
공공기관과 공무원이 먼저 고통을 분담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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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 14만 5천의 경기도의 작은 도시 하남시에서 연 31만여명의 일자리를 창출하기 위한 혁명이 시작됐다. 市 가용예산의 25%를 줄여 공공 부문과 소상점 등 주로 서민 생활과 직결되는 분야의 일자리 창출에 100억원을 투자하겠다는 것이다. 소상점에서 신규직원을 채용할 경우 1인당 급여의 50%를 하남시가 지원한다. 그리고 지원급여의 일정액을 하남시에서만 쓸 수 있는 선불카드로 지급함으로써 지역경제를 활성화시키겠다는 복안이다.
이같은 일자리 혁명의 최선봉엔 김황식 하남 시장이 있다. 서울 지하철 노선의 하남 연장과 맞바꾸는 카드로 광역 화장장을 유치하려다 주민소환까지 당할 뻔 했던 그가 일자리창출 100억 프로젝트로 다시 시민들의 품속으로 돌아온 것이다.
‘돈이 돌아야 경제가 풀린다’는 실물경제 전문가 김황식 시장,
“공공기관과 공무원이 먼저 나서 경제위기로 인한 고통을 같이 분담하겠다”며 “우리를 따르기 싫으면 밟고라도 가라”는 그의 외침이 강렬하게 들리는 건 어려운 경제 탓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그것은 아마 21세기형 혁명적 경제 지도자의 탄생을 바라는 민초들의 염원이 더 크기 때문이 아닐까? 다음은 김황식 하남 시장과의 일문일답.
시장께서 추진하는 일자리 창출 100억 프로젝트란?
-시의 경비를 절감해 100억원을 만든 후 이를 일자리 만들기에 투입하는 것으로 공공부문 일자리는 물론 일반 작은 상점에도 일자리를 만드는 독특한 프로젝트다. 우선 예산 100억원을 만들기 위해 공무원들의 해외 여행 경비와 업무추진비, 행사비 등을 줄여 17억원을 만들고 추가 예산 편성과 조정을 통해 83억원을 만들 계획이다.
이렇게 마련된 100억원은 불법광고물 수거와 청소 등 공공부문 일자리와 식당과 카센터, 세차장 등 소상점 일자리에 각각 50억원씩 투여된다. 소상점에서 신규직원을 채용할 경우 1인당 급여의 50%, 최대 60만원까지 보조한다. 경제위기의 타격이 지역경제를 뒷받침하는 소상인들에게 더 크다는 이유에서다.
어떤 방식으로 이 제도를 운영할 것인가?
-지원 급여의 일정액을 하남시에서만 쓸 수 있는 현금카드(기프트 카드)로 줄 예정이다. 이 카드는 하남시의 카드 가맹점이면 어디서든 쓸 수 있다. 하남시에서 돈을 쓰게 해 지역경제에 기여하겠다는 의도다. 공무원 카드에서 ‘기프트 카드’의 아이디어를 얻었다. 쿠폰도 생각했지만 위조 우려가 높아 그만뒀다. 이 ‘기프트 카드’는 ‘하남시 희망카드’란 이름으로 농협이 자체 개발했다.
자격 제한은 없는가?
-자격 제한이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 정부가 추진 중인 ‘청년 인턴제’는 응시자격이 대학 졸업생이어야하고 남자의 경우 병역 의무를 필한 만18세-29세 구직자여야 하는 등 응시자격이 까다로워 일자리창출과 서민경제에 실질적 혜책을 주지 못했다. 하남시는 이러한 문제점을 보완하여 만18세- 65세 하남시민이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도록 자격제한을 없앴다.
일자리 창출과 지역경제 활성화에 어느 정도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는가?
-고용촉진 장려금을 700개 업체에 지원하면 연간 20만 명에 이르는 일자리를 창출해 낼 수 있고 1개월에 10억이 풀려 지역경제 회생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또 공공근로 인원은 1일 460여명 수준으로 올해 12월까지 사업을 추진했을 경우 연 고용인원이 11만 명에 달할 것이다. 공공근로의 경우 쓰레기 분리수거와 골목 청소 등을 통해 깨끗한 도시를 만들 수 있어 하남시가 추진하는 ‘그린 시티’의 이미지에도 적합하다.
시 예산을 줄이다보면 공무원들의 불만이 있을 법한데?
-국민의 공복인 공무원이 먼저 나서 경제 위기로 인한 고통을 분담해야 한다는 것이 나의 지론이다. 지금의 경제위기는 전시상태라 할 수 있다. 전쟁이 나면 누가 먼저 조국을 지켜야 하는가? 이 정도 고통을 나누지 못한다면 하남시의 공무원 자격이 없는 사람이다.
불도저식으로 100억이란 예산의 절약이 가능한가?
-하남시는 이미 ‘에너지 절약, 거품빼기 운동’으로 7억 원의 예산을 절감했다. 여름에 양복 상의를 입지 않고 정확히 6시에 퇴근하는 등 손쉬운 절약운동 만으로도 엄청난 예산을 절약한 경험이 있다. 하남시의 이 운동은 전국적으로 확산되기도 했다.
광역화장장 유치를 강행하다 주민소환을 당할 뻔 했던 경험이 있는데?
-새로운 일을 시도하는 혁명에는 항상 위험이 따른다. 당시 나는 광역 화장장 유치 대가로 서울지하철 노선을 하남시까지 연장해준다는 약속을 받았다. 그런데 일부 세력이 화장터의 부정적인 면만 부각시키다보니 주민들로부터 ‘혐오시설을 유치하려는 시장’이란 오해를 받았다. 나는 인기에 영합하기보다는 시민들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이 프로젝트에 매달렸다. 비록 광역 화장장 유치는 무산됐지만 시민들의 오해가 거의 풀린 것으로 위안을 얻는다. 나는 지난 2003년 국회의원시절에도 6억 원 이상 양도세 부과에 ‘홀로 반대’했었다.
그것은 부동산 거품을 잡아야 한다는 당시 시대정신에 어긋난 것이 아니었나?
-나는 실물경제 전문가이기에 모든 정책이 국민들의 피부에 실제로 와 닿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경제파급 효과가 가장 큰 것이 건설경기이기 때문에 주택시장을 활성화하려면 양도세를 조건 없이 풀어야 한다. 때문에 당시 나는 ‘부자당 소리를 들어도 규제를 풀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리는 좌파정권 10년 동안 부자 악법에 노이로제가 걸렸다.
불황에 대한 패닉현상에 빠지면 경제는 회복이 불가능하다. 지갑을 닫도록 하면 안 된다. 아파트를 팔고 돈이 남아야 신규 분양도 받고 남는 돈으로 소비를 하는 법이다. 이사 1번에 20여 업종이 먹고 사는 것이 피부로 느끼는 실물경제란 것을 명심해야 한다.
피부로 느끼는 실물 경제가 무엇인가?
국가가 경제 활성화에 수조원을 투입해도 국민들에게 와 닿지 않으면 쓸모가 없다. 대기업이나 중소기업이 불경기로 받는 타격보다 서민경제 근간을 이루는 소상공인들의 피해가 더욱 심각하다. 자영업자 등이 폐업을 해서 나오는 실직자가 서민경제의 붕괴를 우려할 만큼 직격탄을 날리고 있다. 때문에 서민들의 피부에 실제로 와 닿는 지원책이 필요하다. 나는 지난 2004년 국회에서 소상공인 조례를 제정했다. 소상공인이야 말로 경제의 근간이자 국가 경제 구성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세포조직이기에 이들에게 실제로 와 닿는 실물경제를 살려야 하는 것이다.
하남시의 사례가 일자리 창출과 경제 활성화의 중요한 모델이 될 수도 있는데?
-하남시의 일자리 창출 100억 프로젝트가 불황을 극복하는 새로운 자치단체의 모델이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 전국 237개 자치단체가 100억씩만 예산을 절약하면 2조 3700억원을 모을 수 있다. 성남은 1000억 원도 뽑을 수 있다. 이 돈이 일자리 창출과 지역경제 활성화에 직접 투여된다면 연 8억여 명의 일자리가 생기고 이 돈이 지역 경제로 순환된다고 상상해보라. 하남시를 일자리 창출의 메카로 만드는 것이 시장의 의무이자 꿈이라고 생각한다.
다른 자치단체장에게 “우리 하남이 먼저 간다. 따라와”라고 말하고 싶다. 이 말이 거북스럽다면 “우리를 따르기 싫으면 밟고라도 가시라”고 권하고 싶다. 하남은 지금 혁명을 준비하고 있다. 이 길만이 전시상황을 방불케 하는 작금의 경제위기를 돌파하는 유일한 해법이기 때문이다.
일자리 창출 100억 프로젝트의 목표를 한마디로 요약한다면?
-나의 가장 큰 즐거움 가운데 하나는 아침마다 대중탕을 가고 해장국집에 들러 식사를 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문을 닫는 식당들이 늘면서 내 즐거움이 줄기 시작했다. 특히 단골 가게가 폐업을 했을 때의 안타까운 심정은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지경이었다.
하남시 일자리 창출 100억 프로젝트의 목표는 이들 문 닫은 업체들을 다시 시민들의 품으로 돌려주는 것이다. 정겨운 이웃들이 생계의 걱정 없이 행복한 아침인사를 나눌 수 있는 그런 도시를 만들어 주는 것이 나의 소망이다.
끝으로 하남시의 미래 비전에 대해.
-하남시는 검단산, 객산, 한강으로 둘러 쌓인 깨끗한 자연환경과 4개의 고속도로가 만나는 사통발달 편리한 교통망을 갖춘 발전 가능성이 풍부한 도시다. 그러나 열악한 시의 재정과 90%이상이 녹지일 정도로 과도한 규제로 인해 경제발전을 이루지 못하는 실정이다. 이제 하남시는 수도권내 가장 “살고 싶은 도시”가 되기 위한 도약을 준비해야할 때다. 위기가 기회란 말이 있다. 일자리 창출 100억 프로젝트는 하남시 도약의 출발대가 될 것이다. 나는 일하는 시장, 하남시의 대표이사 CEO로 하남을 위해 하남시민을 위해 항상 하남의 새 모습을 그리며 일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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