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에 관한 담론을 터부시하는 풍조 탓에 피임 역시 드러내놓고 얘기하기 어렵기는 마찬가지. 그러다 보니, 의학의 발달로 새로운 피임약과 피임 방법이 진화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일반인들의 피임상식은 10대 때 처음 성교육을 받던 수준에 머물러 있는 경우가 많다. 발달한 의학의 도움을 받을 수 없다 보니 생활의 불편은 기본이고, 원치 않는 임신으로 중절을 경험하는 여성들이 아직도 많다는 것은 가슴 아픈 사실이다.
이런 현실을 개선하고 ‘산부인과 전문의와 피임을 상담하는 피임 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해 대한산부인과의사회는 ‘피임생리연구회’를 발족하고, 작년 12월 ‘와이즈우먼의 피임’이라는 네이버 까페 (http://cafe.naver.com/piim365)를 개설했다.
‘계획적인 사전 피임의 중요성과 정확한 피임지식’ 및 ‘생리전증후군(PMS)의 관리방법’ 등을 홍보하고 있는 이 까페는 개설 3달만에 3,100여명이 가입하는 등 네티즌들의 호응을 얻으며 ‘피임 및 생리전증후군(PMS)’ 관련 의학 정보와 산부인과 전문의의 상담 채널로 빠른 시간 내에 자리 잡았다.
피임 까페의 전문의 상담진 중 한 명인 대한산부인과의사회 피임생리연구회의 정호진 이사는 온라인 상담을 하다 보면, ‘피임에 대한 의식 수준이 전반적으로 낮고, 성 경험을 시작하는 연령대가 어릴수록 임신 중절이 반복되는 경향이 있는 등 피임 문제가 아직도 심각하다’고 느끼게 된다고 말했다.
장기적인 관점으로 피임계획을 세워 미리 준비해야 하며, 항상 철저해야만 피임의 효과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피임 없는 성관계 후 생리가 늦어지면 당황하는 젊은이들을 상담현장에서 매일같이 볼 수 있다는 것. 특히 ‘질외사정’을 피임방법으로 쓰고 있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아기를 당장 가질 계획이 아니라면 실패율이 20~40%에 이르는 질외사정은 절대 피임방법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 정호진 이사의 조언이다.
실패율 20~40%의 질외사정은 피임방법 될 수 없어
또한 네이버 까페의 상담실 문을 두드리는 이 중에는 나름대로 피임을 하고는 있지만, 피임 지식 부족으로 생리가 늦어질 때마다 불안하다는 여성들도 많다. 성관계 중 콘돔이 찢어진 경우나 사후 피임약 복용 후 배탈이 났는데 괜찮은지 등의 비상상황을 상담하는 경우도 종종 있고, 경구 피임약 부작용에 대한 질문이 계속 들어오는 걸 보면 한국여성의 경구 피임약에 대한 오해가 매우 뿌리가 깊다는 것도 느낄 수 있다고 한다.
물론 아직은 소수이지만 피임방법에 대해 정보를 미리 수집한 후 자녀 계획과 라이프스타일, 건강 등을 고려해 여러 가지 피임방법 중에서 자신에게 맞는 최적의 피임방법을 선택하기를 원하는 합리적인 여성들도 있다. 이런 경우에는 산부인과의사와의 상담이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데 실질적으로 큰 도움이 된다며 만족을 표시하는 경우도 많다. 정호진 이사는 한국 여성의 교육수준이 선진국에 비해서도 높은 수준임에도 불구하고, ‘사랑’과 ‘성’, 그리고 ‘자신의 건강’과 ‘자녀’ 등 중요한 문제를 많이 내포한 피임에 대해서는 무관심한 여성이 아직도 많다고 지적했다.
성 생활을 시작한 여성이라면 결혼여부에 관계없이 파트너와의 협의로 피임계획을 세워야 하는 것은 기본이다. 또한 성 생활로 인해 부인과 질환에 노출이 될 가능성도 있고, 개인별로 건강 상태가 다 다르므로 전문의 상담이라도 온라인 상담은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 따라서 내게 가장 잘 맞는 피임방법을 선택하고, 자궁경부암과 같은 부인과 질환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산부인과를 방문해 산부인과 전문의에게 정기적인 상담을 받는 것이 좋다. / 도움말 : 대한산부인과의사회 피임생리연구회 정호진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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