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위기에 강하다"

진청민 / 기사승인 : 2009-03-19 14:3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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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화 약세가 한국 수출의 호기

최근 해외에서 한국의 수출 경쟁력이 부쩍 주목받고 있다. 비록 글로벌 경기 침체 탓에 절대적인 수출량은 줄고 있지만, 원화 약세와 경쟁국가들의 경제난으로 한국 제품의 매력이 커지면서, 주요 시장 점유율이 올라가는 추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해외 전문가들은 최근 한국 제품들이 중국·일본 등 경쟁 제품에 비해 월등한 경쟁력을 보이고 있다고 평가한다. 이를 기회로 사업영역을 확장하고 브랜드를 확고히 한다면, 호황이 돌아왔을 때 한국이 가장 큰 수혜 국가가 될 수 있다는 분석까지 나온다. 해외 전문가들은 한국의 수출 경쟁력에 대한 칭찬과 조언을 쏟아내고 있다.

최근 해외의 주요 구매자들은 한결같이 한국 제품에 눈을 돌리고 있다는 지적이 두루 나온다. 무엇보다 원화 약세로 가격 경쟁력이 강해졌다는 것이다. 한국 제품의 품질은 이미 유럽이나 미국 제품에 버금가거나 오히려 능가할 정도지만, 일부 품목을 제외하고는 브랜드 파워가 떨어져 수출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았다.

바이 코리아 2009에 유럽.미국 유명기업 대거 참여

그러나 금융위기로 구매자들의 경영환경이 나빠지면서 상황이 변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원화 약세로 가격이 싸고 품질도 괜찮은 한국 제품은 경제 위기에 큰 매력을 갖는다. 실제로 올해 초 열린 국내 최대 수출 상담회 '바이코리아 2009'에는 평소 한국 제품이나 부품에 관심을 보이지 않았던 유럽과 미국의 유명 기업들이 대거 참가했다.

"품질 좋고 가격 싸 탄탄한 제조기업 강점"

데이비드 존스톤 영국공항공단(BAA·British Airports Authority) 구매담당이사는 "그동안 유럽연합(EU) 회원국에서 생산한 제품만 고집했지만, 비용 절감 차원에서 한국 제품에 관심을 갖게 됐다"며 "한국 제품은 품질과 가격 경쟁력이 뛰어난 데다 제조 기업들도 탄탄하다는 게 큰 강점"이라고 말했다.


한 외국계 컨설팅 관계자는 "최근 해외 바이어를 대상으로 한국 제품에 대한 인상을 조사하면 '품질 좋은 한국 제품이 이제 값까지 싸져, 중국 제품에 전혀 경쟁력이 밀리지 않는다'는 대답이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경쟁국에 앞서 신흥시장 선점하라"

해외 전문가들은 신흥시장에 대한 투자 확대 전략을 추천하고 있다. 선진국의 경기 침체가 뚜렷한 상황에서, 신흥시장에 대한 점유율과 투자 확대는 이제 피할 수 없는 선택이다. 실제로 이들 시장에 중국을 비롯한 주요 경쟁국들은 잇따라 자원 확보와 시장 선점을 위해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또 한국이 전자·IT·자동차 등 주력 산업에 투자하는 것은 물론, 전력·재생에너지 등 신흥 분야에도 관심을 기울여줄 것을 주문하고 있다.


프로스트 앤 설리번의 델리시 쿠마 파트너는 "말레이시아를 비롯한 동남아시아 시장은 지금도 초고속 인터넷 속도를 높이기 위해 IT 인프라에 투자사업을 벌이고 있다"며 "동시에 외국의 디지털 콘텐츠가 인기를 끌고 있어, 한국의 경쟁력 있는 IT콘텐츠 업체들이 현지화 전략을 짠다면 진출 여지가 충분하다"고 말했다.


KPMG 알제리의 나짐 벤쟈발라 컨설턴트 역시 "이미 자동차 분야에서는 현대·기아를 비롯한 한국 업체들이 알제리 수입차량의 30%를 차지하고, 전자 분야에서는 삼성·LG가 잇달아 파트너십을 강화하고 있다"며 "재생 에너지나 건설 같은 신분야에 한국 업체들의 진출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린 열풍에 빨리 올라타라"

이미 대세가 된 '그린 열풍'을 최대한 이용하라는 조언도 잇달았다. 독일의 세계 1위 태양전지 생산업체 큐셀(Q-cell) 사이토 히로코 경영부장은 "EU의 경우 420테라와트시(TWh·테라와트시는 1조와트시)만큼의 전력량을 2020년까지 태양에너지로 대체할 예정인데, 현재 설비로 생산되는 전력량은 그 중 2% 정도"라며 "진짜 그린 열풍은 아직 시작되지도 않았다"고 말했다.

토머스 프리드먼 " 韓, 녹색 혁명 경쟁서 유리한 국가"

이와 관련해 전문가들은 한국의 관련 업체들이 신흥시장뿐 아니라, 선진국 시장에 투자를 가속화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한국의 기술력은 일부 분야에서 충분히 미국·유럽 등 선진국 친환경 시장에 진입할 수 있을만한 수준이지만, 브랜드나 시장 네트워크 측면에서도 빨리 경쟁력을 쌓아야 한다는 것.


이 과정에서 한국이 그동안 전자·IT분야에서 쌓아온 경쟁력이 도움이 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전망했다. 지난달 방한한 세계적 저널리스트 토머스 프리드먼은 "IT와 친환경 기술을 융합한 '에너지 인터넷'이 출연해 세계 사람들이 에너지를 값싸고 평화롭게 이용하게 될 것"이라며 "특히 우수한 인적 자원과 산업경쟁력을 지닌 한국은 녹색 혁명 경쟁에서 유리한 국가"라고 분석했다. / 진청민 기자


한국銀 기준금리 동결

한국은행은 12일 기준금리를 현재의 연 2.00%로 유지한다고 발표했다. 또 중소기업 등에 지원하는 총액한도대출을 현행 9조원에서 10조원으로 1조원 증액했다.


이로써 한은은 지난해 9월 이후 6개월 만에 처음으로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한은은 5.25%였던 기준금리를 지난 10월부터 매달 인하해 지난달에는 2.00%까지 낮췄다.


이번 금리 동결은 앞으로 경기침체가 장기화될 가능성에 대비해 최소한의 '금리인하' 카드를 남겨놓을 필요가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향후 금리 인하 가능성 시사

국내 예측기관들은 1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5∼-8%로 추락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경기 회복시점도 당초 올해 하반기에서 내년으로 미루는 등 경기침체가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원.달러 환율이 불안하게 움직이고 있는 상황에서 기준금리 인하는 환율불안을 부추길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금융통화위원회는 회의 직후 발표한 '통화정책방향 결정문'에서 기준금리 동결과 관련, "금융시장에서는 환율, 주가 등 가격변수가 불안정한 움직임을 나타냈으나 금융기관 대출태도가 다소 완화되면서 가계 및 중소기업 대출이 증가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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