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계위 이후 가해자 신규 노조 설립…"피해자→가해자 주장" 반발
-풀무원 “징계위 열고 중징계…전출 요구는 법인 달라 불가능” [일요주간 = 성지온 기자] 지난해 풀무원 춘천공장에서 상급자가 하급자에 폭언하는 등 직장 내 괴롭힘이 발생했다. 사측은 가해자 등에 감봉 1개월 조치와 같은 징계를 내렸으나 피해자는 정신적 고통으로 여전히 현장에 복귀하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15일 현장 관계자와 피해자 진술에 따르면 직장 내 괴롭힘 사건은 풀무원 춘천 두부 공장 내 공무(工務)팀에서 이뤄졌다. 피해자 A씨는 지난해 2월 22일 입사한 30대 신입사원이다. 가해자는 총 2명으로(이하 B, C) 두 사람 모두 평균 재직 기간 20년 이상인 것으로 알려졌다. 세 사람은 공장 내 기계를 수리하거나 관리하는 업무를 담당했으며 이들 외 공무를 처리하는 직원은 없다.
A씨는 지난해 5월 17일부터 B, C씨가 소속된 공무팀에 배정됐다. A씨는 팀의 막내라는 이유로 작업장, 자재실 청소 등을 도맡아 처리했다. 심지어 '신입이 수당을 더 받는 것을 인정할 수 없다'는 이유로 주간 연장 근무 신청을 차단하는 일도 있었다. 그러나 가장 힘든 것은 상급자들의 자신을 향한 이유 모를 원색적 비난이었다고 A씨는 진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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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왼)풀무원 춘천공장에서 상급자로부터 폭언 등 괴롭힘을 당했다는 피해자가 작성한 진술서, (오)사측 징계위원회로부터 감봉 조치를 받은 가해자는 노조를 설립한 뒤 피해자가 의도가 불순하다는 내용의 대자보를 공장 내부에 붙였다. <사진=제보자> |
그는 가해자 C씨에 대해 “사사건건 업무에 대해 질책했으며 '다들 나한테 찍히면 회사생활을 오래 못하더라'라는 협박을 했다. 또한 업무 중 실수에 대해 과도한 질책을 하며 '네'라고만 대답해, 너는 가면 갈수록 어리바리해진다. 똑똑한 줄 알았는데 지금 보니까 아니다, 하는 말에 토를 달지 마라, 나대지 마라' 등 인격적인 모욕을 주었다”라고 주장했다.
B씨에 대해서는 "저는 B씨에게 업무를 배운 적이 없다. 업무를 배우기 위해 질문을 하면 '20년 동안 나한테 이렇게 직접적으로 일을 가르켜 달라고 하는 사람은 네가 처음이다. 유튜브 보고 해라'라고 하며 업무를 가르쳐주지 않았다. 저는 업무를 정확히 모름으로 인해 근무에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라고 밝혔다.
피해자는 지난해 10월 9일 자신이 '하극상(계급이 낮은 사람이 예의나 규율을 무시하고 윗사람을 꺾고 오른다는 의미)'을 했다는 가해자의 일방적인 보고로 인해 시말서를 쓰기도 했다. 피해자가 '왜 (일을)네가 안 하느냐'라는 가해자 질의에 '지시를 안 하시지 않았느냐, 지시를 기다렸다'라고 대답했다는 이유에서였다.
시말서 제출 이후 가해자들의 괴롭힘 정도는 심해졌다. '앞으로 타 부서 애들과 어울리지 마라. 어울리는 것을 보면 가만두지 않겠다.'라는 협박성 발언을 포함해 '일반직 사무실과 탈의실에 출입하지 마라'는 등의 과도한 요구 등이 이어졌다. 심지어 '한 시간 단위로 행적을 알려라'라는 등 일거수일투족 보고를 강요했다. 이를 항의하면 '토 달지 말라'하며 침묵하게끔 했다.
그해 A씨는 피해 호소를 위해 공장 내 존재하는 노동조합에 가입했다. 노조는 피해자 면담 후 사측에 분리 조치와 가해자 징계 등을 요구했다. 풀무원은 11월 17일 징계위원회를 열고 가해자 B, C씨에 대해 직장 내 괴롭힘 관련 취업규칙을 적용, 각각 감봉 1개월 및 3개월이란 징계를 내렸다.
이 과정에서 가해자들은 기존 노조가 아닌 신규 노조를 설립하고 피해자 주장이 거짓이라고 반발했다. 이에 풀무원 춘천공장에는 민주노총 화섬식품노조 풀무원춘천지역지회(기존)와 한국노총 강원도지부 풀무원춘천공장지부(신생) 등 복수 노조가 존재하는 상황이다. 현재 신규 노조 위원장은 위 가해자 중 한 명이며 나머지는 조합원으로 활동 중이다. 이들은 징계위 이후 피해자가 되려 가해자라는 주장의 대자보를 공장 내 붙이는 등 반발하고 있다.
해당 대자보에는 위 사건에 대해 ‘직장 선임을 괴롭히려고 사전에 모의하고 계획된 사건’, ‘마치 자기가 피해자인 양 행동을 하며 거짓말로 일관’, ‘여럿이 모의하고 계획된 아주 질 나쁜 행동’이라고 설명했다.
박엄선 민주노총 풀무원춘천지역지회장은 “가해자들이 감봉 1개월, 3개월만 받고 현장으로 복귀해 아무렇지 않게 활동하는 반면, 피해자는 20주 넘게 정신과 약을 먹어가며 정신적 고통과 싸우느라 복귀하지 못하고 있다"라면서 "피해자는 유급 휴가도 받지 못하고 경제적 압박을 받고 있는 반면 가해자는 근로기준법에 준하는 감봉에 그쳤다. 정직 처분 이상이어야 중징계라고 볼 수 있다. 이러한 가벼운 징계로 직장 내 괴롭힘이 예방 될 거라고 기대하긴 어렵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직장 내 괴롭힘 발생 시, 가장 중요한 건 가해자와 피해자를 분리하는 것이다. 그러나 해당 공장의 경우 가해자를 다른 공장으로 전출 시키지 않는 이상 마주칠 수 밖에 없는 구조"라면서 "회사는 해당 가해자들을 타 공장으로 보내고 '직장 내 괴롭힘 재발 방지 위원회' 설립 등으로 이러한 사태가 다시 일어나지 못하도록 노력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특히, 이들은 가해자 측이 피해자를 되려 가해자로 호도하는 대자보 등과 관련해 추가 징계할 것을 요구했으나 거부한 것에도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풀무원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일요주간>과의 통화에서 “직장 내 괴롭힘 관련 사내 규정을 통해 징계를 완료한 상황이며 감봉은 중징계에 해당한다”라면서 "전출은 각 공장 간 법인이 다르기 때문에 불가능하다. 또한 가해자, 피해자가 마주칠 수 없도록 분리 조치를 완료했다"라고 해명했다.
이어 "직장 내 괴롭힘 조사 중에는 피해자에 대해 1개월 간 유급 휴가를 적용했으나 (가해자) 징계 이후에는 상병 휴직으로 전환해 기존 임금의 절반만 제공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경제적 압박이 아니라 규정에 의한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한 신생 노조의 대자보 활동과 관련해 “사측이 노조 활동에 간섭할 수 없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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