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 몽마르뜨에서 반 고흐, 피카소를 만났다”

오경섭 / 기사승인 : 2009-01-15 19:2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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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경섭 국장의 유럽 테마 여행

‘파리의 연인’ 김정은이 드나들던 작은 문이 정겨운 곳
떼르뜨르 광장의 화가는 세월을 그리고,
라팽아질의 샹송 가수는 추억을 부른다.














▲ 사진 1. 몽마르뜨에서 아름다운 파리를 뒤로 하고 프랑스가 낳은 불멸의 샹송가수 에디뜨 삐아쁘의 ‘사랑의 찬가’를 나지막하게 불러본다. “르 시엘 블루 쉬르 누 쁘 쎄 퐁들레, 에라 떼르 쁘 비앵 세크룰레, 쁘 맹뽀뜨 씨 뛰 멤, 쥬므 푸 뒤 몽드 앙띠에” (푸른 하늘이 우리 위로 무너진다 해도, 땅이 허물어진다 해도, 당신이 나를 사랑만 해준다면, 나는 상관없어요)

프랑스 파리 개선문 위에 섰다.


나폴레옹의 위용을 떠 올리며 사방을 둘러보노라면 멀리 탐스럽게 솟은 언덕을 발견할 수 있다.


개선문 전망대의 비좁은 계단을 내려와 상젤리제와 90도 각도로 뻗은 도로를 따라 한참을 가면 삐깔 거리를 만난다.


삐끼의 원조인 프랑스 호객꾼들의 유혹을 물리치고 ‘물랭 루즈(Moulin Rouge, 빨간 풍차)’를 지나 좌측으로 난 가파른 언덕 길을 오른다.


파리 시내에서 가장 높은 해발 고도 129m를 가진 몽마르뜨 언덕(Le Montmarte)이다.


언덕 중앙에 우뚝 솟은 사크레쾨르 대성당 앞 계단에 서 있노라면 나지막한 파리시내가 한편의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이 순간 18년 동안 여행만을 다녔다는 달인은 외친다.


“파리를 빼고 예술을 논하지 말고, 몽마르뜨를 빼고 낭만을 논하지 말라,


몽마르뜨! 와보지 않았으면 말을 하지 말라”고...


아기자기한 집, 붉은 색으로 치장한 작은 레스토랑,
서울의 건물이 역동적 변화를 보여준다면 몽마르뜨의 집들은 세월의 흔적을 담고 있다.

민심 진작 위해 만든 사크레쾨르 성당 중심으로 펼쳐진 예술 공간

몽마르뜨의 뜻은 'Mont des Martyrs(순교자의 언덕)' 또는 'Mont de Mercure(마르스=군신의 언덕)'에서 유래했다고 전해진다.


한때는 파리의 문화공간이었지만 지금은 예전보다는 많이 퇴색되었다.


하지만 가난의 고통을 담아 자신의 후원자였던 동생에게 영혼의 편지를 썼던 반 고흐와 르느아르, 피카소 등 젊은 시절 가난했던 예술가들이 모여 살던 곳이었기 때문에 그 낭만적인 느낌과 공간은 충분히 변질되지 않았다.


그리고 이러한 몽마르뜨를 지켜주는 사크레쾨르 성당(Basilique du Sacr-Coeur), 우리말로는 ‘성심성당’.


로마네스크와 비잔틴 양식의 혼합된 매혹적인 건물로 19세기말 대 프로이센 전쟁의 패배와 파리 꼬뮌(노동자,무산계급 중심의 폭동)으로 피폐해진 민심을 진작하기 위해서 1876년에 공사를 시작해서 1914년에 완공했다. 성당 건물 중앙에 예수님상이 있고 필자 머리위로 잔다르크 기마상, 그 왼쪽이 성왕 루이상이 서 있었다.


▲ 샤크레쾨르 성당 계단에서 떼르뜨르 광장 쪽을 바라본다. 건물에 가려 보이진 않지만 광장 주변 화가들과 카페의 모습을 상상하는 것도 또 하나의 즐거움이다. 눈에 보이지 않기에 나는 빈센트와 로뜨렉을 만날 수 있었다.
필자 뒤에서 파리 시내를 촬영하던 흰색 진에 가죽 점퍼를 입은 외국인이 내게 말을 걸었다.


그는 미국에서 왔는데, 내게 “라팽아질이 어디냐?”고 물었다.


라팽아질은 떼르뜨르 광장을 지나 작은 골목길을 내려가면 만날 수 있다.


떼르뜨르 주변은 즉석 초상화를 그려주는 소박한 화가들로 붐볐다.


떼르뜨르 광장 주변에 오밀조밀 모여 있는 노천 카페에서 커피 한잔을 마시는 파리지엔(파리 사람들)의 모습은 살아있는 작품이다.


남으로 난 골목길을 내려오다 붉은 색으로 단장한 오랜 카페를 만났다.


카페안에는 30대 여인이 작고 낡은 피아노를 연주하고 있고, 중장년 손님들은 와인 한잔에 세월을 낚고 있었다. 이곳에서 바케트와 와인을 ‘홀짝 홀짝 ’들이키며 나 역시 ‘느림의 미학’을 만끽했다.


카페에서 나와 내리막길로 접어들자 유명한 집 한 채가 들어왔다.


인상파의 거두 르느와르가 살았던 집이었다.


그리고 네거리 맞은편에 왠지 낯설지 않은 집...


▲ 드라마 ‘파리의 연인’에서 여자 주인공 김정은이 살았던 집 문을 두드렸다. 박신양의 화려한 저택에서 가정부 일을 마친 후 고단한 몸을 누이기 위해 이 낡은 문을 들어서면서 그녀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
그렇다. 드라마 ‘파리의 연인’에서 여주인공 김정은이 세들어 살던 방이 있던 집이다.


여유를 잃은 듯 일렬로 늘어선 창문들이 고단한 서민의 삶이 머문다는 암시를 준다.


파리의 연인의 월세방에서 조금 내려오면 그 유명한 몽마르뜨의 포도밭, 19세기말 가난한 화가들은 이 곳에서 직접 포도를 수확해 만든 포도주를 마시며 ‘인상파’‘추상파’를 탄생시켰다.


위대한 예술이 깃든 포도밭 밑으로 날쌘 토끼가 그려진 이층 레스토랑이 눈에 들어온다.


바로 유머와 해학과 음유시인의 노래가 있는 ‘라팽.아질’, 매일 저녁 생음악으로 샹송을 들을 수 있는 곳이다. 핑크빛 외관과 한쪽에 놓인 벤치, 아담하고 예쁜 입구가 눈에 띈다.


화가이자 만화가인 앙드레 질이 벽에 그려놓은 날쌘 토끼가 탄생한 곳으로 르누아르와 모딜리아니, 피카소 등 당대 예술가들이 자주 찾았다고 합니다.


이곳에선 밤 9시부터 새벽 2시까지 유머와 해학과 샹송으로 가득찬 소박한 공연이 계속된다. 2,3잔의 와인과 함께 4시간 공연을 만끽한 후 몽마르뜨를 내려오면 작은 공원이 있다.


몽마르뜨의 취객에게는 옷을 벗은 겨울 나무가 오히려 안락함과 여유를 준다.


밤을 밝히는 조명으로도 유명한 파리.


▲ 화가들의 거리 떼르뜨르 광장에서 남쪽으로 내려오면 붉은 색으로 치장한 오래된 카페를 만날 수 있다. 우측으로 돌면 가난했던 인상파 화가들의 휴식처 ‘라팽아질’을 만날 수 있다. 오래된 탁자에서 피아노와 기타 장단에 맞춰 그 유명한 “위,위,위(oui,oui,oui) 농,농,농(non, non, non)”을 따라하면 부조리를 이긴 까뮈의 삶이 생각난다.


그윽한 밤에 몽마르뜨에서 점점 커져가는 파리를 보며 내려오는 일은 또 하나의 큰 즐거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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