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의 시그널
강영은
숙제는 네가 하는 거란다.
엄마 아빠가
해주는 게 아니란다.
네가 할 일은
너밖에 할 수 없는 거란다.
저기 저, 아기 새 좀 봐,
일어서려고 발버둥 치잖니,
땅바닥에 머리 처박혀도
날아오르려고 애쓰잖니?
네가 숙제하는 건
몸속에 / 날개를 심는 거란다.
칭얼거리는 아이를
다독이는 사이
벤치 곁으로 다가온
아기 새 한 마리
나를 이기는 자는
나밖에 없다고
포르릉포르릉, 날갯짓한다.
신호음에 놀란 / 연둣빛 봄이
웅크린 나무 둥치마다
돋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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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은화 작가 |
[일요주간 = 이은화 작가] ( 시 감상 ) 어렸을 적 숙제 하는 일은 왜 그리 힘들었을까요. 숙제 검사 시간이면 혼날까 봐 손에 땀이 나던 시절, 가끔 숙제해 간 날의 그 흐뭇함은 이루 말할 수 없었지요. 노력은 때로 고단하고 서툴지만 그 자체가 이미 날갯짓의 시작이었을 텐데요. 그땐 몰랐지요. 이 시의 “포르릉포르릉”이라는 의성어가 참 재미있어요. 이어 “몸속에 / 날개를 심는”다는 표현은 마법 같고요. 키보드를 치거나 연필 잡은 손끝에서 투명한 날개가 자라는 것만 같아요. 이런 상상을 어릴 적 할 수 있었다면 숙제가 즐거운 일이었을 텐데.
훌쩍 어른이 되어 시를 읽는 오늘 「봄의 시그널」은 아이에 들려주는 것 같지만 어쩌면 자기 자신에게 들려주는 이야기처럼 읽히네요. 어른이 된 지금도 어떤 일 앞에서 서툴고 고단할 때가 있거든요. 하루하루 노력하며 살아왔지만 매일 만나는 일은 새로울 때가 많지요. 숙제처럼 하나씩 스스로 풀어가야 하는 일들이요. 12월, 불안하고 고단할 때도 있었지만 돌아보면 잘 견뎌 왔다는 안도감이 들어요. 어쩌면 보이지 않는 내 안의 날개가 쉼 없이 힘을 실어주지 않았을까요. 연둣빛 나무처럼요.
봄이 오는 것을 나무는 뿌리로 먼저 안다고 하죠. 겉으로는 여전히 앙상해 보이지만 땅속에서는 이미 초록의 준비가 한창인 것처럼, 우리도 각자의 속도로 자신만의 봄을 준비하고 있는 건 아닐까요. 이 시는 이런 누군가에게 건네는, 부드럽고 단호한 격려 같아요. 어떤 시작이든 그 시도는 자신만의 봄을 불러온다고요. 그래서일까요. 이 시의 연둣빛은 자신을 이기기 위해 애쓴 모든 날에 입혀진 색처럼 푸릇푸릇 읽히지요. 오늘의 나를 일으키는 것은 결국 나밖에 없구나! 이 깨달음. 이 시가 우리에게 보내는 가장 선명한 “시그널이” 아닐까요.
※ 이은화 서울예술대학 졸업. 시집 『타인과 마리오네트 사이』가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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