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시 vs 이주민, 11년 ‘땅’ 전쟁, 이주민들 생존권 어디로…

이진화 / 기사승인 : 2010-04-19 11:0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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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민 측, 시는 평당 6만원 헐값 매입해 시공사에 193만원에 매각
창원시 “이미 보상 했고 다른 지역과 형평성 차원서 토지 용도변경 불가”


[일요주간=이진화 기자] 경상남도 창원시 성주동 택지지구 이주민들은 지난 11년 동안 이주택지 공급문제를 놓고 창원시와 팽팽한 줄다리를 하고 있다.


창원시는 지난 1999년 내리, 외리, 불모산 등 성주지구 일대 108만 2000㎡(약 32만 7000평)를 전면매수, 공영개발에 의한 민간투자 방식으로 대규모 택지개발 사업을 시작했다.


그 과정에서 현실성 없는 보상가 책정, 시공사 선정 특혜 시비, 개발계획 임의변경 등 성주지구 택지개발사업은 그간 숱한 논란과 의혹을 받고 있다.


이후 이주민들은 지금까지 "창원시가 내놓은 이주대책은 이주민이 처해 있는 실정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졸속행정" 이며 실질적인 대책 마련을 요구하고 있다.


이주민 가운데 이주택지를 매입 후 이곳에 주택을 건립하려면 최소 1억~2억원의 돈이 필요한데 이들 가운데 집을 지을 수 있는 사람은 20%도 채 안된다. 더욱이 주택법 개정으로 양도소득세 60%까지 물게 되면 이주민이 져야할 부담은 더욱 늘어난다.


때문에 이주민들은 용도가 1종 전용주거지역으로 묶여 있는 이주택지를 1종 일반이나 아파트 용지로 변경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이주민들은 국가인권위에서 2008년 4월 민원을 제기했고, 지난해 9월 18일 조사관이 창원 현장을 방문해 조사를 벌였다.


이주민들에 따르면 그 해 10월 국가인권위원회로부터 재조사를 진행하겠다는 답변을 받았으나, 현재까지 이렇다 할 진척이 없이 오히려 창원시 측의 입장을 두둔하고 있다는 것.


하지만 창원시 측은 "이미 보상을 했고 시 규정상 토지 용도변경은 불가하다"는 입장이어서 이주민과 대립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일요주간>은 11년 째 갈등을 빚고 있는 창원시 성주지구 택지개발사업의 문제점을 살펴보고 이주대책 지연으로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이주민들의 실상을 짚어본다.

현재 이주민들은 “창원시가 내놓은 이주대책은 이주민이 처해 있는 실정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졸속행정”이라며 실질적인 이주대책 마련을 요구하고 있다.


이주택지를 매입한다고 해도 이곳에 주택을 건립하려면 최소 1억 5000만~2억원의 돈이 필요한 데 이를 수용할 수 있는 사람은 이주대상자 중 20%도 채 안 되기 때문이다. 더욱이 주택법 개정으로 양도소득세 60%까지 물게 되면 이주민이 져야할 부담은 더욱 늘어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이주민들은 지난 2008년 4월 7일 국가인권위원회에 이 사안과 관련해 민원을 접수한 바 있다. 이에 인권위는 지난해 9월 18일 창원 현장에 조사관을 파견했으며, 25일 제조사를 실시하겠다는 답변을 받았고, 그해 11월 20일 인권위에서 창원시를 방문해 1만 3000평을 일반건설사에 분양하는 조건이라도 원주민에게 분양해 주어서 이주민들이 공동주택을 지을 수 있도록 민원을 해결하라는 의견을 피력했다는 게 이주민들의 주장이다.


하지만 인권위 관계자는 현장을 답사 후 서울로 간 이후 아무런 이상이 없다는 입장을 이주민 측에 전달했다는 것.


“창원시는 ‘창원국가산업단지 성주동 개발사업’이란 이름하에 성주지구 일대의 대규모 토지를 헐값에 강제 매입했다. 3세대 넘게 이곳에 터를 잡고 살아왔던 주민들은 제대로 된 이주대책 없이 쫓겨나 전·월세를 살고 있다. 이주대책을 요구하며 싸우기를 11년, 당시 받았던 보상금은 생계유지비로 모두 써버렸지만 창원시가 기껏 내 놓은 이주대책이란 이주택지 2만여 평을 이주민 1인 당 약 80평, 평당 50만원에 파는 거다. 이주민을 상대로 또 다시 땅 장사를 하려 한다.” 창원시 성주지구 이주민들의 분노어린 하소연이다.


현재 이주민들은 1종 전용주거지역(단독주택)으로 용도가 묶여 있는 이주택지를 1종 일반(4층 이하 빌라)이나 아파트 용지로 변경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창원시 측은 “이미 보상을 했고 시 규정상 토지 용도변경은 불가하다”는 입장을 보여 이주민과 시의 대립은 앞으로도 계속될 전망이다.

이주대책 없는 공영개발

11년 째 갈등을 빚고 있는 창원시 성주지구 택지개발사업은 상징성 있는 주거단지로 시 관문 지역의 도시미관증대와 주민숙원사업을 해결하기 위해 1997년 본격 추진됐다. 하지만 정작 주민의 숙원사업은 건설사의 전횡에 창원시가 동조하면서 공영개발의 취지가 무색케 졌고 이주민의 기본 권리인 이주정착지 공급 원칙을 무시, 온갖 편법과 불법을 자행하면서 이주민의 생존권 박탈과 재산권 손실을 가져왔다는 게 이주민들의 주장이다.


이주민들은 “합당한 보상과 내 집 마련은 우리의 정당한 권리”라며 끝까지 싸우겠다는 결연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성주지구 이주대책위원회(이하 이주대책위) 측에 따르면 택지개발 이전에는 논밭농사를 지으며 평화롭게 살았는데 현재는 뿔뿔이 흩어져 90%가 전·월세로 살고 있다.


돈이 없어 월세 방도 얻기 어려웠던 한 주민은 한 달 이상 어린 아들과 여관방에서 머물며 공사판에 나가 일한 돈으로 겨우 보증금을 마련해서 생활을 할 정도라는 것.


이주민들은 평균 65세로 대다수가 60~80대 노인들이다. 때문에 11년 넘게 이주대책이 지연되면서 개발로 인한 스트레스로 자리에 드러눕거나 위암과 폐암 등을 앓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는 게 이주대책위의 설명이다.


이주민 250여 세대 중 100여 세대는 택지를 공급받았고 현재 150여 세대가 남아 이주대책을 요구하고 있다.


이주대책위는 “창원시는 이주대책을 이주민과 합의 없이 진행, 공사에 들어갔고 보상가도 헐값에 책정한 후 이를 거부하자 법원에 공탁을 걸어 강제로 집행했다”며 “더욱이 주민들에게 평당 6만원에 매입한 부지를 시공사에 평당 193만원에 매각해 엄청난 시세차익을 남겼다”고 주장했다.


턱없이 낮은 보상가 책정

이주대책위는 “창원시가 이주택지 공급을 최우선으로 하겠다는 당초 약속을 지키지 않고 건설사의 이익을 위해 편의를 봐주면서 이주민의 고통을 가중시켰다”고 분개했다. 이주민들이 가장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은 턱없이 낮은 보상가 책정이다.


창원시는 투자협약서 내용 상 투자비 변제 목적으로 사업부지 1-1공구의 토지를 대신함에 있어 감정가에 준해 평당 193만원에 건설사에 공급, 약 400억원 이상의 시세차익을 남겼다. 이에 반해 이주민의 보상가 책정과 지급은 인근 FC축구장(평당 약 70만원) 부지와 대암고 학교부지(평당 약 60만원)에 비해 현저히 낮은 평균 약 7~8만원 수준에 불과했다.


이주대책위에 따르면 창원시가 토지를 강제 수용할 수 있었던 것은 1974년 박정희 정권시절 ‘국가산업시설을 짓기 위해 사유재산을 몰 수 할 수도 있다’고 제정한 산업입지개발법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이주민과 협의 없이 창원시가 지정한 감정사의 일방적인 산출방식에 따라 비현실적 보상가가 책정됐고 이주민들이 이를 문제 삼자 시가 법원에 공탁을 걸어 ‘보상금을 수령하지 않으면 국고로 환수된다’고 협박해 보상금을 강제집행 했다는 것. 이를 통해 창원시는 이주민들로부터 한 평에 6~7만원에서 많으면 50만원씩 헐값에 수용해 건설업자에게 평당 193만원에 넘겼다는 것이다.


이주민들은 “30년 전 만들어진 악법인 산업입지법을 적용해 토지를 강제수용했지만 정작 이곳에 들어서는 것은 대부분 아파트와 주거시설이며 산업과 관련된 땅은 3%에 못 미치는 자동차 관련시설 1만여평뿐이다”며 “시가 주민들을 상대로 아파트 장사를 하는 격”이라고 비판했다.


또한 이주대책위는 이주·철거 대상자인 이주민에 대해 보상금을 차등지급하면서 이주민간 분열을 조장했다고 주장했다.


성주지구 이주민 가운데 일반우선 대상자인 79명은 2005년 차등지급으로 불이익을 당했다며 창원시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 법원의 제안(판사조정합의)으로 ‘감정가격이 아닌 공익사업법 제78조 제 4항의 조성원가(소지가 금액+1500만원)로 이주택지를 지급한다’는 조건과 상가부지 6%를 주는 조건으로 창원시와 합의, 소송취하 합의서를 작성했다.


이주대책위는 “창원시가 이주민 규정이 이렇다고 얘기하니까 대부분 그냥 받아들였는데 73개 부락 중 근자에 들어 철거한 일부 부락에서 소송을 제기했다”며 차등지급의 부당성을 지적했다.


2002년~2003년 경 대다수 보상이 이뤄져 적게는 300만원에서 많게는 30억원까지 보상을 받았다. 하지만 택지개발 여파로 당시 400만원대에 불과하던 분양가가 지금은 800만원에서 1000만원에 이르는 등 주변 시세가 급등했다.

이주택지 용도변경 논란

이주대책위는 “시에서는 보상금 책정과 이주대책과 관련해 공청회를 2차례 열어 의견을 수렴했다고 주장하지만 젊은 사람들이 대다수 일터로 나간 사이 마을 이장이나 동장 등 자신들의 우호세력을 모아놓고 서둘러 끝내버렸다”며 “우리가 보상급 지급과 동시에 이주대책수립(주택 또는 토지)을 요구하자 창원시는 미수령 보상금을 지급할 목적으로 이주민에게 현 학교 부지를 이주택지로 우선 공급하기로 약속했으나 주민들이 보상금을 수령하자 이를 지키지 않았다”고 분개했다.


그러던 중 창원시는 2007년 11월 15일 성주동 택지개발지구내의 1-2공구에 단독택지의 일부인 2만 4000여 평을 이주택지로 조성하겠다고 제안했다. 시가 지정해준 이주택지는 ‘1종 전용주거지역’으로 단독주택만 지을 수 있다. 창원시 이주민 규정에 따르면 이주민에게 75평에서 80평의 단독주택지를 제공하게 되어 있다.


시는 일인 당 약 80평씩, 평당 50만원의 분양가를 제시했지만 이주민들은 이주택지를 매입한다고 해도 이곳에 주택을 건립하려면 최소 1억 5000만~2억원의 돈이 필요한 데 이를 수용할 수 있는 사람은 이주대상자 중 20%도 안된다며 ‘1종 일반’이나 아파트 용지 등 공동택지(1만6729평)로 용도를 변경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더욱이 주택법 개정으로 양도소득세 60%(+주민세 6%)까지 물게 되면 이주민이 져야할 부담은 더욱 늘어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창원시는 “시 규정상 토지 용도변경은 불가하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지만 이주민들은 “이주택지는 아직 준공이 안 되어 있기 때문에 설계변경으로 충분히 가능하다”는 주장이다. 또한 창원시가 시공사인 D회사에 용도변경을 통해 3-2공구로 대토하고 3종 일반 아파트 용지로 변경 공급했던 것처럼 이주택지의 용도도 변경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게 어렵다면 현 1-2공구와 기존 연립택지 용도의 2-2 공구와 대토를 통해 이주민들이 적은 부담으로 집을 갖게 해달라는 것이다.


이주대책위 측은 “시가 이주민들의 처지를 고려해 규정을 개정하면 해결될 일이지만 현재까지 기존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며 “이제라도 공영개발이라는 취지에 맞게 이주민들의 작은 희망인 내 집 마련의 꿈을 이룰 수 있도록 정책적으로 배려해줬으면 한다”고 소망했다.


창원시 “토지용도변경 불가”

하지만 창원시는 “이주민들의 심정은 이해하지만 이미 보상을 했고 다른 지역과 형평성 차원에서 토지 용도변경은 불가하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창원시 측은 “이주민 253세대 중 98% 보상을 마쳤고 99% 철거했다. 이주민들로부터 단독택지를 신청 받아 58%를 분양했는데 분양과 보상을 받은 사람들은 이곳을 나가거나 이의제기를 하지 않는다”며 “나머지 이주민들은 사업기간이 길어지면서 보상받은 돈을 거의 쓰다 보니 택지 하나 받더라도 생활하기 힘들다며 아파트 용지분양을 요구하고 있는데 아파트 용지를 줄 수 있는 시 규정은 없다”고 밝히고 있다.


산업입지법 취지와 달리 실제로 공장이나 근로자아파트 건설계획이 없다는 점에서 창원시가 아파트 장사를 하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는 것과 관련해 창원시 측은 “토지이용계획은 우리가 임의대로 하는 것이 아니라 도시계획위원회나 경남도에서 모든 권한을 가지고 있고 절차를 밟아 진행했다. 성주택지개발도 협약대로 추진했다”고 의혹을 일축했다.


보상감정가 책정 논란 여부에 대해 “보상은 98% 이뤄졌고 주민들이 보상금액에 이의가 있으면 이의제기를 할 수 있는 절차도 마련돼 있다. 실제로 문제를 제기한 분들도 있지만 수령을 다 해갔다”고 밝혔다.
그는 시공사 선정 등 특혜의혹에 대해서도 “이주민들이 감사원과 국민권익위원회에 이의제기했고 다른 기관에도 민원을 제기했지만 특혜는 없다고 나왔다”며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감사원의 지적사항에 대해서도 “행정절차적인 문제를 지적한 것이지 특혜와는 상관없다”며 “우리가 특정업체에 특혜를 줬다면 감사원이 우리를 가만 나뒀겠나. 그랬다면 주의로 끝나지 않고 계약자체를 해제하라고 했을 것이고 담당공무원들도 징계를 받았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주민보상가보다 월등히 많은 가격으로 부지를 시공사에 매각한 것에 대해서는 “주민들한테 보상을 할 때는 그 시점으로 감정가를 하고 시공사와 시가 협약에 의해서 하는 것은 대물변제를 하기 때문에 부지를 닦아야 한다. 지장물도 철거하고 도로도 내고 도시정비공사를 다 하지 않나. 이렇게 감정평가를 했고 이는 우리가 한 게 아니라 감정평가를 받아서 한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창원시 측은 토지용도변경에 대해서는 “전혀 고려하지 않다”고 밝혀, 이주민들의 요구를 수용할 뜻이 없음을 밝혔다.


한편, 시공사 선정 및 선수분양 특혜논란 등 온갖 잡음이 일었던 성주지구 택지개발사업은 시공사인 D회사가 올해 1월 말 자금난으로 부도를 맞아 2월 경 법원에 화의신청이 받아들여지면서 법정관리에 들어가 제3의 회사로 사업권이 넘어가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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