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사람들 대상으로 범행…수법 교묘하고 치밀 법망에 안걸려
[일요주간= 이광명 기자]
[일요주간= 이광명 기자] 필리핀 현지 카지노와 손잡고 국내 관광객들을 카지노의 늪에 빠져들게 하는 일명 ‘카지노 브로커(이하 에이전트)’들이 여전히 기승을 부리고 있다. 이들은 공짜로 동남아 관광을 시켜주겠다며 국내 관광객들을 모집하고 있다.
여행가이드로 위장한 에이전트들은 필리핀 현지 호텔 카지노와 연계해 비행기 왕복권 및 호텔 숙박비용, 식비 일체를 자신들이 부담하고, 골프와 섹스 관광 등을 무료로 제공한다는 솔깃한 말로 사람들을 유인한다.
에이전트들은 국내에서 모집한 관광객들을 자신이 등록돼 있는 필리핀 호텔에 무료로 투숙하도록 하고, 낮 동안에는 관광을 시켜주다가 저녁 무료한 시간을 틈타 자연스럽게 카지노로 유인하고 있다. 이렇게 해서 에인전트들이 환치기 및 소개비 명목으로 벌어들이는 수입은 상상을 초월한다. 이들의 꾐에 넘어가 필리핀으로 관광을 떠났다가 가져갔던 돈을 모두 잃고 도박중독에 빠져 돌아오는 사람들의 피해가 수년전부터 이어지고 있지만 단속의 손길은 여전히 미치지 않고 있다.
얼마 전 A씨는 필리핀 현지 관광 에이전트 B씨로부터 소개비를 줄 테니 유명 연예인들을 소개시켜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A씨는 이 요구를 거절했다고 한다. 이를 보고만 있을 수 없던 A씨는 급기야 B씨의 사기 행각을 낱낱이 고발하기로 작정하고 <일요주간>에 카지노 에이전트의 충격적인 실체를 제보해 왔다.
"도박단을 꾸리는 에이전트의 수법은 교묘하고도 치밀하다. 며칠 새 관광객들로부터 몇 억을 가로채는 데도 불구하고 겉으로 보기에는 법망에 걸릴 만한 것이 없을 정도다. 게다가 배후에는 거대한 권력이 자리 잡고 있다. 무엇보다 큰 문제는 상습적으로 도박을 하던 사람들이 아닌 평범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범행이 이뤄지고 있다는 것이다."
A씨는 "무료로 관광을 시켜준다는 (에이전트의) 허울 좋은 유혹에 빠져 일단 발을 들여 놓은 사람들은 자신뿐만 아니라 가까운 사람들의 삶마저 파탄으로 몰아간다"며 이 같이 밝혔다.
에이전트들은 카지노와 가까운 곳에 근거지를 두고 여행사를 가장해 사무실을 운영하고 있으며, 주기적으로 한국에 사람을 보내 일주일 정도 상주시키며 도박단을 꾸린다는 게 A씨의 설명이다.
그는 또 "주로 이미 (필리핀을) 다녀온 사람들의 소개로 알선이 이뤄지고, 적당한 인원이 모이면 필리핀 호텔로 이들을 데려간다"며 "처음엔 (관광객들에게) 카지노 이야기를 전혀 꺼내지 않는다. 도박 이야기가 나오면 사람들이 불신하기 때문이다. 왕복 비행기 티켓과 호텔 숙박비 및 식비, 골프비용, 성매매 무료 알선까지 해준다며 사람들을 유인하고 실제로 모든 비용은 에이전트에서 지불한다"고 말했다.
A씨는 "에이전트들은 필리핀 특급호텔과 계약을 맺고 B씨가 손님을 데려올 경우 약속대로 호텔과 골프장을 비롯한 모든 부대시설을 무상으로 제공한다"며 "관광객들이 도착하면 3∼4명이 한조가 돼 움직이며 자신이 맡은 사람의 일거수일투족을 교대로 감시한다. 이들은 관광가이드 역할로 가장해 낮 동안에는 시내 관광이나 골프 관광을 시켜주고 저녁이 되면 자연스럽게 사람들을 카지노로 유인한다"고 에어전트의 카지노 관광객 모집 수법을 폭로했다.
"첫 날은 도박에 흥미를 느끼게 하기 위해 돈을 따도록 한다. 그렇게 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돈을 더 딸 것 같다는 욕망에 카지노에 빠져들게 된다. 그 후 점점 돈을 잃게 만드는데, 돈이 다 떨어지게 되면 에이전트의 사람들이 뒷돈을 대준다. 물론 그냥 주는 것이 아니다. 에이전트의 명의로 된 계좌를 개설해 피해자의 가족이나 지인들로부터 송금하도록 한 후 입금 사실이 확인되면 달러로 환산하여 돈을 지급한다.
때 엄청난 환전수수료를 챙긴다." 에이전트가 챙기는 엄청난 수익의 실체에 대해 A씨는 "이들이 돈을 버는 경로는 두 가지인데 이러한 환치기 수법과 자신이 데리고 온 사람이 카지노의 게임에 배팅할 때마다 일정부분의 커미션을 받는 방법이다. 특히 바카라, 룰렛 등의 판돈이 큰 게임에 참가 시킬 경우 배팅금액의 40%를 받는데 심지어 하루에 한 사람으로부터 6억을 벌어들이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에이전트 운영자들은 대부분 카지노에서 돈을 잃거나 크게 당했던 사람들로 이들의 생리를 잘 알고 있으며 기본적으로 건당에 2∼3억을 보장받는다는 것. 특히 이들은 자본금 없이도 환치기와 호텔로부터 받는 수수료만으로도 돈을 벌기 때문에 수가 급증하고 있다는 게 A씨의 설명이다. 출신지역 별로 대구파, 부산파, 광주파 등 파벌이 생겨 이들 간에 세력 다툼도 자주 일어나 큰 싸움으로 번지는 일도 잦아지고 있다고 한다.
문제의 심각성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에이전트는 모든 돈을 탕진한 사람에게 비행기 티켓을 다시 끊어 주고, 몇 백 만원의 밑천을 챙겨 준다고. 이렇게 한국으로 돌아온 사람들은 도박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또다시 원정카지노에 나서 완전히 파산할 때까지 헤어 나오지 못한다고 A씨는 원정도박의 심각성을 우려했다.
그는 "초창기 에이전트가 한국에서 환전하는 돈이 1∼2억 정도였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그 액수는 점점 커지고 있다"면서 "판이 커지고 있다는 얘기다. 이런 상황이 지속된다면 개인의 파산뿐만 아니라 심각한 외화유출도 우려된다"고 말했다.
A씨는 또 "이들은 한 사람당 1만 불밖에 해외로 가지고 나가지 못한다는 규정을 피하기 위해 다른 사람들의 주민등록 번호를 도용하기도 한다. 더 큰 문제는 이러한 사람들이 필리핀 현지의 거대 권력으로부터 비호를 받고 있다는 것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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