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 저항에 성폭행 중단…‘감형’ 사유 안 돼

신종철 / 기사승인 : 2010-04-22 17:5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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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처벌에 두려움 느끼고 중단한 것이지 자의적 중단 아냐”

[일요주간= 신종철 기자] 성폭행을 하려는데 피해자가 거세게 저항하는 바람에 범행을 중단한 경우, 범인이 자의적으로 멈춘 것이 아니기 때문에 ‘중지미수’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형법 제26조에 규정된 ‘중지미수(中止未遂)’는 범죄의 실행에는 착수했지만 범인 스스로 행위를 중지하거나 결과의 발생을 방지한 때에는 형을 감경 또는 면제한다고 규정돼 있다.


대학생인 A(당시 19세)는 친구인 B와 지난해 8월 14일 새벽 3시 30분께 수원시 영통구 원천동 삼성전자 삼거리 노상에서 오토바이를 타고 가던 중 귀가하던 J(16,여)양에게 집까지 태워 주겠다고 유인해 인근 초등학교로 데려갔다.


이들은 그곳에서 J양의 옷을 벗기고 강간하려 했으나, J양이 소리를 지르고 울며 반항하는 바람에 미수에 그치고 그대로 달아났다.


결국 성폭력범죄의 처벌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특수강간) 등의 혐의로 기소됐고, 1심인 수원지법 제11형사부(재판장 신용석 부장판사)는 지난해 10월 A와 B에게 각각 징역 3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 A는 소년 시절 수회의 범죄전력이 있고, B는 집행유예 기간 중임에도 자숙하지 않고 일면식도 없고 나이도 16세에 불과한 피해자를 오토바이에 태워 초등학교 운동장으로 데려가 강간하려 했고, 또 노상의 취객으로부터 물건을 훔치는 등의 범행을 저질렀으므로 죄질이 가볍지 않다”고 밝혔다.


다만 “피고인들이 범행을 반성하는 점, 피해자들과 합의한 점, 다행히 강간범행은 미수에 그친 점 등을 참작해 형량을 정했다”고 덧붙였다.


그러자 A와 B는 “강간 범행 도중 불쌍한 생각이 드는 등 심정적으로 차마 강간행위로 더 나아갈 수 없어서 범행을 중지했으므로 ‘중지미수’에 해당하고, 또한 형량도 너무 무거워 부당하다”며 항소했다.


이에 대해 서울고법 제5형사부(재판장 정덕모 부장판사)는 지난 1월 중지미수에 해당한다는 주장은 배척하면서도 형량이 무겁다는 항소는 받아들여 A와 B에게 각각 징역 1년6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하고, A에게는 3년간 보호관찰을 받을 것을 명했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은 중지미수라고 주장하나, 피고인들이 피해자를 강간하려다가 피해자가 오줌을 싸고 계속 소리를 지르고 울며 반항하자 범행을 중단한 것이라면 이는 일반 사회통념상 범죄를 완수함에 장애가 되는 사정에 의한 것이라고 보아야지, 이를 자의에 의한 중지미수라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다만 “피고인들은 19세의 미성년자들이고, 강간 범행이 미수에 그쳐 피해자가 입은 피해가 심하지 않은 것으로 보이는 점, 피해자들이 모두 피고인들의 처벌을 원하지 않고 있는 점 등을 종합하면 1심 형량은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며 감형 이유를 설명했다.


사건은 '강간범행 중 스스로 범행을 중지했으므로 형의 필요적 감면사유인 중지미수에 해당한다'는 B의 상고로 대법원으로 올라갔으나, 대법원 제2부(주심 양승태 대법관)는 "중지미수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한 원심은 정당하다"며 A의 상고(2010도1735)를 기각했다고 13일 밝혔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친구와 합동으로 피해자를 강간하려 했으나, 피해자가 오줌을 싸고 계속해 소리를 지르고 울며 반항하자 범행을 중단하고 도망간 것이라면, 범행 발각시의 처벌 등에 두려움을 느끼는 것은 일반 사회통념상 범죄를 완수함에 장애가 되는 사정에 해당한다고 봐야 할 것이므로, 이를 자의에 의한 중지미수라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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