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님이 뜨거운 냄비 옮기다 화상…업주도 책임

신종철 / 기사승인 : 2010-04-22 18:0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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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지법 “음식을 안전하게 먹을 수 있도록 주의조치 소홀해”

[일요주간= 신종철 기자] 음식점에서 종업원이 탁자 가장자리에 두고 간 뜨거운 냄비를 손님이 가운데로 옮기려다 국물을 쏟아 화상을 입었다면 업주에게도 20% 책임이 있다는 판결이 나왔다.


Y(27,여)씨는 지난 2008년 2월14일 친구들과 함께 경기도 부천에서 P(50,여)씨가 운영하는 호프집에 들어가 어묵탕을 주문했다.


종업원은 주방에서 끓여 나온 뜨거운 어묵탕이 든 냄비를 휴대용 가스레인지 위에 올린 채 들고 Y씨 일행이 앉아 있는 자리로 다가갔다.


당시 탁자 위에는 이미 주문한 술병과 안주 접시, 개인 접시 등이 놓여 있어 종업원은 어묵탕 냄비가 올려진 가스레인지를 탁자 가장자리에 놓았다.


종업원이 가스레인지를 놓고 돌아설 무렵, Y씨 일행이 가스레인지를 탁자 가운데로 옮기던 중 냄비가 넘어지면서 뜨거운 국물이 Y씨 등에게 쏟아졌다.


Y씨는 이로 인해 배와 다리 등에 2도 화상을 입었다. 이에 Y씨는 “종업원이 뜨거운 냄비를 휴대용 가스레인지 위에 올린 채 운반할 때에는 손님이 다치지 않도록 사전교육 및 관리감독을 할 의무가 있음에도 이를 소홀히 한 잘못이 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1심인 인천지법 부천지원은 지난 2월 “종업원이 국물을 쏟은 게 아니라, Y씨 일행의 잘못으로 인해 발생한 것이므로 주인에게 책임이 없다”며 원고 패소 판결했다.


하지만 항소심인 인천지법 제2민사부(재판장 염원섭 부장판사)는 지난 2일 1심 판결을 깨고 “호프집 주인에게도 20% 책임이 있다”며 “피고는 원고에게 200만 원을 지급하라”고 원고 일부승소 판결한 것으로 지난 13일 확인됐다.


재판부는 “피고는 종업원이 가스레인지를 먼저 탁자 중앙에 갖다놓는 등 음식을 내려놓을 공간을 미리 확보한 후 냄비를 운반하게 하는 등의 조치를 취할 수 있었음에도 주문받은 음식을 손님이 안전하게 먹을 수 있도록 탁자 중앙에 제공하지 않은 채 가장자리에 뒀고, Y씨 일행이 이를 중앙으로 옮기는 과정에서 사고가 발생했으므로 피고는 안전하게 음식을 제공할 의무를 다하지 못했다”고 판단했다.


이어 “당시 원고 일행이 마셨다고 피고가 주장하는 주량을 감안하면 원고 일행이 어느 정도 술에 취했을 가능성이 있음을 고려하면 더욱 주의의무가 있다”며 “그렇다면 피고는 원고가 사고로 입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이 사고는 원고 일행이 어묵탕 냄비가 올려진 가스레인지를 가운데로 옮기다가 냄비를 넘어뜨려 발생한 만큼 피고의 책임비율을 20%로 제한함이 상당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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