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 사업부문 살리려고 그룹 우량계열사에 위험 전가?

김영호 기자 / 기사승인 : 2010-05-04 17:4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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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진단 동부그룹 구조조정 허와 실

“김준기 회장, 동부하이텍 구조조정과 사재출연에도 안정적인 지배권 유지?

김홍길 연구원 “재벌그룹 총수일가의 지배권이 유지되는 상황에서 기업자율을 강조하는 구조조정은 우량 계열사들에게 위험 전가하는 등 문제 발생”



[일요주간= 김영호 기자] 동부그룹의 구조조정은 반도체 사업에 강한 의지를 가진 김준기 회장의 뜻에 따라 반도체 사업 부문은 그대로 둔 채 동부하이텍의 유동성 위기를 해결하는 것에 국한해 진행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동부그룹의 다른 계열사들이 동원 되어 자산 매입, 차입금에 대한 담보 제공, 차환을 위한 자금 대여 등으로 동부하이텍을 지원, 재무위험을 계열사들로 떠넘기는 결과를 낳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이와 관련, 경제개혁연대 김홍길 연구원은 “동부하이텍이 대주단과 약속한 자금 조달을 위해 계열사들은 자산 매입, 차입금에 대한 담보 제공, 차환을 위한 자금 대여 등으로 동부하이텍을 지원했다”며 “동부하이텍의 구조조정은 결국 재무위험을 계열사들로 분산?전가하는 결과를 낳고 있다”고 비판했다.


<일요주간>은 경제개혁연대가 지난 4월 27일 발표한 ‘동부하이텍 구조조정 평가’라는 제하의 보고서를 통해서 동부메탈 매각 계획 철회 이후 현재까지 동부하이텍의 구조조정 진행 과정에서 나타난 문제점을 짚어본다.

2009년 5월 산업은행은 동부하이텍의 유동성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구조조정 PEF를 설립, 동부메탈을 인수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그 후 동부그룹은 산업은행과 본격적인 매각 협상을 진행했으나, 매각가격에 대한 이견으로 난항을 겪다 결국 동부메탈 매각을 포기하고, 자구노력을 통한 구조조정의 길을 걷게 되었다. 이 과정에서 김준기 회장의 사재출연과 자산 매각 등으로 위기를 넘긴 동부하이텍은 지난 3월 26일 주주총회에서 농업부문 분할을 결의했다. 향후 이 분할회사의 지분을 매각하고 동부메탈 잔여 지분도 상장해 경영 정상화를 모색한다는 입장이다.

이와 관련해 경제개혁연대 김홍길 연구원은 “앞으로도 외부에서 자금이 유입되지 않는 한, 동부하이텍은 계속해서 계열사로부터 자금지원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며 “따라서 동부하이텍의 재무구조가 근본적으로 개선되지 않는다면 계열사들에게 부실이 전가될 위험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반면 김준기 회장은 부실한 동부하이텍에 추가 출자를 하는 대신 알짜배기 자회사인 동부메탈의 지분을 매입해주는 방식으로 사재출연 명분도 살리고 개인의 위험도를 최소화했다”며 김 회장의 부도덕성을 질타했다.


김 연구원은 “재벌총수의 지배권이 유지되는 상황에서 기업자율을 강조하는 방식의 구조조정은 총수의 독단적 의사결정에 의해 구조조정이 지연되거나 계열사들에게 위험을 전가하는 등의 심각한 문제를 발생시킬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그는 “산업은행 등 대주단은 동부하이텍의 재무상황과 계열사간 거래를 예의주시하면서 적시에 필요한 조치가 취해질 수 있도록 하고, 계열사들에게 위험이 전가되지 않도록 방화벽(firewall)을 쌓는데도 주의를 기울여야 할 것이다”고 강조했다.

자구안 발표와 이행 경과

2009년 10월 19일 동부그룹은 동부메탈을 산업은행에 매각하는 방안을 전격 철회하고, 자구노력을 통해 구조조정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동부그룹은 현재의 유동성 위기가 동부그룹 전체의 문제가 아니므로 구조조정은 동부하이텍 1개 계열사에 국한해 진행할 것이라며, 구체적으로 김준기 회장이 사재 3500억원을 출연해 ▲동부메탈 지분 50% 인수, ▲동부메탈의 잔여지분 상장, ▲농업부문 분사 매각, ▲유화부문 및 부동산 매각 등의 자구책을 내놓았다.


이에 따라 김 회장은 먼저, 자신이 100% 출자해 설립한 특수목적회사인 동부인베스트먼트를 통해 1500억원을 동부하이텍에 대여하고, 대신 동부하이텍이 보유한 동부메탈 주식 900만주를 담보로 취득했다. 1500억 원은 김 회장이 금융기관 등을 통해 조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김 회장은 동부화재 보유 지분 300만주(지분율 4.2%)를 주당 3만900원에 매각해 927억원을 마련했다. 여기에 김 회장이 추가조달 한 것으로 알려진 420억 가량을 합쳐, 동부인베스트먼트는 동부하이텍의 동부메탈 지분 39,5%(1185만주)를 주당 24000원씩 총 2844억원에 인수했다. 이에 대해 김 연구원은 “자구안 발표 당시 사재 3500억원을 출연해 동부메탈의 지분 50%를 인수하겠다고 한 것과는 656억원 가량의 차이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 회장의 사재출연 외에, 동부하이텍은 일반공모 방식의 구주매출로 동부메탈 주식 300만주(10%)를 주당 1만9200원에 내놓아 이중 42.2%인 126만4960주를 매각, 243억원을 조달했다. 또 동부정밀화학에 동부메탈 주식 300만주를 매각해 720억원, 인천 작물보호제 공장을 매각해 647억원을 마련했다. 1411억 원을 조달했는데, 이는 기존 차입금을 차환하는데 주로 사용된 것으로 보인다는 게 김 연구원의 설명이다.



구조조정에 대한 평가

“동부그룹의 구조조정은 반도체 사업에 강한 의지를 가진 김 회장의 뜻에 따라 반도체 사업 부문은 그대로 둔 채 동부하이텍의 유동성 위기를 해소하는 것에 국한되어 진행됐다. 결과적으로 부실의 원인을 제공한 반도체 사업부문을 정리해 그룹 전체의 안정성과 수익성을 제고하는 것이 아니라, 거꾸로 부실 사업부문을 살리기 위해 그 위험을 그룹의 우량 사업부문으로 전가하고 있는 셈이다."


김 연구원은 “동부하이텍은 일단 2009년 말까지 최소 9000억원 이상의 자금을 조달하기로한 대주단과의 약정사항을 이행해 위기를 넘겼으나, 운영자금 부족으로 지난 4월 16일 다시 2300억원 규모의 부동산 담보부 사채를 발행했다“며 ??이후 농업부문의 분할신설회사와 동부메탈 지분 매각으로 부채와 이자부담을 줄인다 하더라도, 반도체 사업부문에서 수익을 창출할 수 있을지는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동부하이텍이 부채부담과 누적 손실을 딛고 경영정상화를 이룰 수 있을 지는 더 지켜봐야 할 것이다”고 분석했다.

계열사 지원에 기댄 구조조정

김 연구원은 동부하이텍의 구조조정이 지배주주의 독단적 판단에 의해 동원된 계열사의 희생을 통해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을 우려했다. 그는 “동부그룹은 대주단과 약정한 부채비율을 맞추기 위해 2007년 5월 당시 동부일렉트로닉스(현 동부하이텍)를 우량계열사인 동부한농화학과 합병시켰다”며 “이후 동부하이텍이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매각한 자산(동부화재, 한농화성, 실트론 등의 계열사 주식과 부동산 등)은 대부분 동부한농화학이 보유하고 있던 것이다”고 설명했다.


이어 “또 동부하이텍이 매각한 자산의 상당 부분은 제3자 매각을 통해 외부자금이 새로 유입된 것이 아니라 동부화재, 동부메탈 등 계열사들이 매입했다. 김 회장이 사재를 들여 동부메탈 지분 50%를 인수하겠다고 한 약속도 결국에는 김 회장이 39.5%를 인수하고 나머지 10%는 동부정밀화학이 대신 사주는 것으로 마무리됐다”고 덧붙였다.


동부하이텍은 또 기존 차입금 차환과 운영자금 마련을 위해 계열사들로부터 단기 자금을 계속 빌려 쓰고 있다. 2009년 한 해 동안 동부하이텍은 계열사들로부터 총 1800억원의 단기 자금을 조달해서 사용했다. 또 2009년 5월 14일 501억원의 전환사채를 발행하였는데, 이중 360억 원을 동부제철과 동부건설이 각각 270억원과 90억원씩 인수했다.


김 연구원은 “계열사들이 동부하이텍에 제공하고 있는 담보자산 규모는 2009년 말 현재 총 866억원으로 구체적인 내역은 동부하이텍의 자산 매입, 차입금에 대한 담보 제공, 차환을 위한 자금 대여 등으로 계열사들이 자금을 지원하지 않았다면 동부하이텍의 자구안 이행은 불가능했다”며 “동부하이텍의 구조조정은 결국 재무위험을 계열사들로 분산시키는 결과를 낳고 있다”고 설명했다.


동부하이텍이 4월 16일 발행한 2300억원 규모의 부동산 담보부 사채도 동부하이텍이 아닌 분할신설회사로 귀속될 예정이다.



지배주주의 위험 최소화

“앞으로도 외부에서 자금이 유입되지 않는 한, 동부하이텍은 계속해서 계열사로부터 자금지원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동부하이텍의 재무구조가 근본적으로 개선되지 않는다면 타 계열사들에게 부실이 전가될 위험성이 있다.”


김 연구원은 “김 회장은 총 2844억 원을 들여 동부메탈 지분 39.5%를 인수했다. 동부화재 지분 처분대금 927억원 외에 1957억 원을 어떻게 조달했는지는 구체적으로 알려지지 않았고, 애초 약속한 3500억 원을 모두 출연한 것도 아니지만, 어쨌든 사재출연 약속은 지킨 셈이다”고 밝혔다.


이어 “그러나 이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김 회장은 부실한 동부하이텍에 추가 출자를 하는 대신 알짜배기 자회사인 동부메탈의 지분을 매입하는 방식으로 사재출연 명분도 살리고 개인의 위험도 최소화하는 실속을 챙겼다”고 김 회장의 부도덕성을 꼬집었다. 즉, 동부하이텍이 부실화되어 출자금액과 담보로 제공된 계열사 주식을 잃는다 해도 김 회장에게는 동부메탈 지분 39.5%가 남게 된다는 것.


이에 대해 김 연구원은 “다른 그룹의 구조조정 사례에서도 그러했듯이, 그룹의 계열사 일부가 부실화되면 총수의 여타 계열사 지분도 결국에는 채권단에 담보로 제공될 수밖에 없겠지만, 김 회장은 부실의 1차 충격으로부터는 멀리 떨어진 보다 안전한 자산으로 개인재산의 구성을 변경한 셈이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동부하이텍 구조조정과 사재출연이 그룹 지배권에 미치는 영향도 거의 없다”며 “구조조정이 본격적으로 진행된 2007년 말부터 2009년 말까지 김 회장의 동부그룹 계열사 지분 변동 내역을 보면, 금융지주회사 역할을 하는 동부화재 지분이 12.1%에서 7.87%로 4.23% 줄기는 했으나, 아들 김남호(14.06%)와 딸 김주원(4.07%), 동부문화재단(5.00%)을 합쳐 31.44%를 보유하고 있어 여전히 안정적인 지배권을 유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반면, 그룹 전체의 지주회사격인 동부씨엔아이와 동부정밀화학을 비롯하여 핵심계열사에 대한 김 회장의 지분율은 전혀 변동이 없고, 동부메탈에 대한 김 회장의 직접 지분은 0%에서 39.5%로 늘었다. 향후 동부하이텍의 농업부문을 분할해 매각하더라도 경영권 유지에 필요한 지분을 남기거나 계열사들에게 지분을 매각한다면 이에 대한 지배권도 유지할 수 있다는 게 김 연구원의 설명이다.


“김 회장은 현재 동부건설 지분 10.97%, 동부정밀화학 지분 3.68%, 동부제철 지분 3.11%, 동부증권 지분 2.34%를 동부하이텍 차입금 담보로 제공하고 있으나, 이미 아들 김남호가 핵심 3개 계열사의 최대주주로 되어 있고 계열사간 출자가 많아, 설사 담보 주식들을 모두 잃는다 해도 지배권을 행사하는 데 직접적인 영향은 없다.”


김 연구원은 “계열사의 부실에 대해 총수일가에게 사실상 무한책임을 요구하는 정부와 채권단의 암묵적 관행은 별개의 문제다”며 “오히려 이러한 암묵적 관행으로 인해 총수일가의 경영권 유지를 위해 일부 계열사의 부실을 그룹 전체로 확산시키는 악순환이 야기되고 있다”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그는 “ 그 과정에서 총수일가의 부실경영에 대한 책임을 묻기보다는 채권단과 외부 소액주주의 희생이 강요되는 도덕적 해이가 발생하는 것이 더 큰 문제라고 할 수 있다. 동부하이텍의 경우도 예외는 아니다“고 지적했다.

구조조정, 부작용 방지해야

동부하이텍이 2008년 12월말로 기한이 정해졌던 3100억 원의 자금조달을 이행하지 못하자 산업은행 등 대주단은 신디케이트 대출계약 상 부여된 주식전환청구권을 행사해 경영권을 행사하는 대신, 다시 이행 기한을 연장해주었다. 또 동부메탈의 해외매각이 무산되자, 산업은행이 직접 인수해 달라는 동부그룹의 요청도 받아들였다. 여기에는 구조조정 후 되팔 때 동부그룹에 우선매수청구권을 주어 경영권을 되돌려주는 조건도 포함된 바 있다.


지배주주의 경영권을 보장해 구조조정에서 주도권을 행사하게 하되, 심각한 자금난 해결은 지원해준다는 것이 대주단의 입장이라 할 수 있다. 정부는 이를 ‘시장친화적’ 구조조정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즉, 채권금융기관이 중심이 되는 구조조정과 달리, 기업의 자율적 구조조정을 지원하는 형태의 ‘시장형’ 구조조정 방식으로 자산 매각 활성화, 지분인수를 위한 펀드 조성등 ‘자본시장 메커니즘을 통해’ 구조조정을 돕는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김연구원은 “재벌그룹 총수일가의 지배권이 유지되는 상황에서 기업자율을 강조하는 구조조정은, 총수의 독단적 의사결정에 의해 구조조정이 지연되거나 계열사들에게 위험을 전가하는 등의 심각한 문제를 발생시킬 수 있다”고 기업자율 구조조정의 심각한 부작용을 우려했다. 이어 김 연구원은 “이러한 관점에서 동부하이텍 구조조정이 과연 자본시장 메커니즘을 통한 시장형 구조조정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는 것인지 평가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이유에 대해 “동부한농화학과의 합병, 동부메탈 매각 협상 및 결렬, 계열사 자금 동원 등 그동안 김 회장의 주도하에 진행된 구조조정 과정에서 이미 이러한 문제의 일단이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고 김 연구원은 설명했다.


“이제까지 계열사들이 희생한 것은 차치하고라도, 향후 동부하이텍이 반도체 사업부문에서 수익성을 회복해 모든 이해관계자가 윈-윈하는 결과를 낳는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구조조정의 성공 여부는 그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김 연구원은 “만약 동부하이텍이 계열사들로부터 계속 자금을 수혈 받아 버티면서 부실만 깊어진다면 그것은 더 큰 사회적 비용을 초래하게 될 것이다”고 지적하고, “산업은행 등 대주단은 이러한 위험을 냉정하게 평가하고 방화벽(firewall)을 구축해 계열사들에게 위험이 전가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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